지난해 4월이었다. 당시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외야수 김헌곤(34)에 대한 얘기를 하던 도중 "외야 자리가 (3개가 아닌) 4개였으면 좋겠다"며 에둘러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헌곤은 자타공인 '연습벌레'지만 출전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외야 세 자리가 호세 피렐라-박해민(현 LG 트윈스)-구자욱으로 꽉 차 역할이 백업으로 제한됐다. 백업마저도 김동엽과 출전 시간을 나눠야 해 역할이 미미했다.
삼성은 지난겨울 박해민이 FA로 이적했다. 허삼영 감독은 박해민의 빈자리를 채울 첫 번째 대안으로 김헌곤을 선택했다. 김헌곤은 지난해 중견수로 16경기 선발 출전한 '유경험자'였다. 팀 내 경쟁 상황이 맞물려 주전으로 도약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진행된 선수단 투표에선 주장으로 선임됐고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만큼 이른바 'FA로이드(FA+스테로이드 합성어)'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희망은 오래가지 않아 꺾였다. 김헌곤은 4월 2일 KT 위즈와 개막전에 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즌 첫 16경기 타율이 0.148(54타수 8안타)로 좋지 않았다. 그 결과 4월 2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12일 동안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쳤다. 그러나 지난달 4일 1군 재등록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5월 27일 잠실 LG전 대타 안타 이후 침묵을 거듭하고 있다.
김헌곤은 23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 4타수 무안타를 포함, 최근 20경기(선발 10경기) 43타석 38타수 무안타로 이 부문 구단 역대 불명예 기록(종전 2009년 진갑용· 42타석 무안타)을 갈아치웠다. 어느새 1995~97년 염경엽(당시 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이 세운 리그 기록 51타석 무안타에 근접했다.
김헌곤의 부진을 두고 구단 내부에선 안타까운 시선이 많다. 숙소에서 배트를 휘두를 정도로 열심히 하는 그의 성실함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프로는 '성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 김헌곤은 올 시즌 팀 내 여섯 번째로 많은 172타석(타율 0.170)을 소화했다.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다. 1군 등록일수(70일)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