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아리엘 미란다(33)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는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을 앞두고 미란다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김태형 감독은 "다음 경기에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2군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팀)는우리 대로 다른 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미란다를 교체할 것이라는 시사였다.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취재진에 반문했다. 퇴출 통보나 다름없었다.
4월 22일 LG 트윈스전 등판 뒤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던 미란다는 25일 잠실 KIA 2차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투구 내용은 형편없었다. 3분의 2이닝 동안 9타자를 상대하며 볼넷 6개와 사구 1개를 내줬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6㎞까지 찍혔지만,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총 투구 수 46개 중 스트라이크는 17개뿐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미란다에 투구에 대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데 어떤 평가를 하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2군에서 갑자기 시속 150㎞대 강속구를 던질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미란다는 이미 시범경기 첫 등판 뒤에도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개막 3주 차였던 4월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시즌 첫 등판에 나섰다. 이 경기에서 4이닝 동안 1점만 내줬지만, 볼넷은 6개나 내줬다. 구속도 크게 떨어졌다. 다음 등판이었던 23일 LG전에서도 3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부상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김태형 감독도 높이 산다. 그러나 미란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본다. 김 감독은 "어떡하든 마운드에 오르려고 하는 미란다의 마음은 잘 안다"면서도 "더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못 박아 말했다.
미란다는 지난 시즌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삼진 225개를 잡아내며, 故 최동원이 보유하고 있었던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기록을 37년 만에 경신했다. 그해 리그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차지였다. 두산은 미란다에게 190만 달러를 안기며 재계약했다. 그러나 2022년 6월 현재 미란다는 퇴출이 불가피한 선수로 전락했다.
두산은 미란다의 선발 로테이션 순번에 5년 차 오른손 투수 박신지를 투입할 계획이다. 박신지는 25일 KIA전에서도 미란다가 1회 초 2사 뒤 등판, 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김 감독은 "더 잘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도망가는 투구를 지양하라는 조언을 줬다. 아직 100구 이상 던져본 경험은 없는 투수다. 맥시멈(한 경기 기준) 투구 수는 80개 정도가 아닐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