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NC전은 케이시 켈리(LG)와 구창모의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LG가 경기 초반 1회 말과 3회 말 박해민의 활약 속에 1점씩 올려 2-0으로 앞섰다.
이어 4회 말 1사 후 문보경이 안타를 뽑아 출루했다. 후속 이재원이 친 타구는 내야에 높이 떴다. 2루수 박민우가 별 어려움 없이 잡는 동작을 취했지만, 공은 글러브에 맞지 않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일부러 잡지 않고 놓친 것이다. 박민우는 2루로 공을 던져 선행 주자 문보경을 포스 아웃 처리했다. 그 사이 이재원은 1루에 도달했다. 2루수 플라이가 2루수 앞 땅볼로 둔갑했다. 문보경보다 상대적으로 이재원의 발이 더 느리다고 판단한 박민우가 순간적으로 센스를 발휘한 셈이다. 다만 이재원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이재원은 다음 타석에서 열심히 뛸 필요가 없었다.
2-0으로 앞선 6회 2사 1루에서 NC 선발 구창모의 145.7㎞ 바깥쪽 직구를 밀어 쳐 잠실구장 가장 깊숙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5.7m의 대형 홈런. 발사각(25.6도)과 타구 속도(169.8㎞) 모두 이상적이었다. 팀 동료 박해민은 "맞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잠실구장 가운데 전광판을 맞혔을 것"이라며 "힘이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재원은 홈런을 확인하고 2루수 박민우 앞을 당당하게 지나갔다. 개인 15연승에 도전한 구창모를 강판시키는 홈런포이자, 팀의 4-0 승리를 이끈 쐐기 홈런이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재원의 홈런 덕에 필승조를 아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재원에게도 의미 있는 홈런이다. 지난 9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19일 만에 추가한 시즌 8호 홈런이다.
이재원은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전을 끝으로 타격 부진 속에 2군에 내려갔다. 지난 23일 1군에 올라온 뒤 KT 위즈와의 주말 3연전에서 10타수 1안타로 역시나 부진했다. 하지만 이날 세 번째 타석에서 시원한 홈런으로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경기 후 만난 이재원은 "4회 2사 1루에서 후속 유강남 선배의 안타로 2루에 도달하자 박민우 선배가 '내가 잘못 플레이를 한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웃으며 '저 예상 외로 발이 빠른 편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