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KBO 리그에 입성한 켈리는 LG와 KBO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현재 KBO리그 최다인 71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 신기록 행진 중이다. 2020년 5월 16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2년 넘게 등판 때마다 5이닝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종전 이 부문 최고 기록은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세웠던 47경기였다.
리그 현역 외국인 최다승 투수인 그는 LG 구단 역대 최다승 외국인 투수이기도 하다. 더스틴 니퍼트(102승) 다니엘 리오스(90승) 헨리 소사(77승), 앤디 밴헤켄(73승) 조쉬 린드블럼(63승) 등에 이어 리그 역대 8번째로 50승을 돌파했다. 6월 30일 기준으로 52승(28패)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소사가 통산 77승을 올렸지만, LG에서 올린 승리는 40승에 불과하다.
켈리는 약점마저 지워내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 유형이다. 시즌 초반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가도, 여름을 지나 가을로 향할수록 점점 위력을 자랑한다.
매 시즌 개막 후 6월까지 그의 성적을 보면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2019년에는 7승 8패 평균자책점(ERA) 3.10, 2020년 3승 3패 ERA 5.12, 지난해엔 5승 3패 ERA 3.33을 기록했다. 최근 세 시즌 7월 이후 성적은 7승 4패 ERA 1.78-12승 4패 ERA 2.57-8승 5패 ERA 3.00으로 이전보다 훨씬 좋았다.
올해는 6월 30일 기준으로 10승 1패, 평균자책점 2.52로 페이스가 가장 좋다. 다승과 승률 1위다. 평균자책점(8위)과 탈삼진(78개, 공동 10위) 등 주요 부문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개막 2주 차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바람에 다른 팀 에이스보다 등판 횟수가 한 차례 적은 데도, 10승 고지에 선착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켈리의 강점은 자유자재로 볼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커맨드 능력"이라고 칭찬했다.
이런 기세라면 다승왕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LG 출신 가장 마지막 다승왕은 2001년 신윤호(15승)다.
다승왕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낼 수 없다. 올해 팀 타율 1위(0.268)를 달리는 LG는 켈리의 호투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켈리는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평균 4.64득점을 지원 받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26명의 투수 중 두산 베어스 로버트 스탁(4.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매치업도 켈리에게 유리했다. 상대 에이스와 맞대결한 건 KT 위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NC 다이노스 구창모뿐이었다. 외국인 투수 대결도 총 4번으로 적은 편이었다. 백정현(삼성 라이온즈)과 세 차례 맞대결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이영하·최승용(이상 두산) 남지민·윤대경(이상 한화 이글스) 신민혁(NC) 등 모두 신예 투수와 만났다.
또한 평균자책점 2위(3.12)의 LG 불펜진이 허리를 지탱하고, 뒷문을 든든하게 걸어 잠그는 것도 켈리의 질주를 돕고 있다. 그는 "다승왕의 기회가 온다면 매우 영광스러울 것"이라며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매 경기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