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사냥꾼'이 돌아왔다. 최원태(25·키움 히어로즈)가 1042일 만에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승리하며 키움의 8연승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원태는 한화전 승리 보증수표였다. 3년간 한화전에 10차례 등판, 7승 1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했다. 7승은 또 다른 '한화 킬러' 박종훈(SSG 랜더스·11승 무패) 다음 가는 이 기간 2위 기록이다. 10경기에서 62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안정감 역시 뛰어났다.
그러나 최원태는 2020년 이후 한화전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8.74에 머물렀다. 특히 올 시즌 2경기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하는 등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좀처럼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3일 경기에서는 달랐다.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고비마다 범타를 유도해내며 개인 6승과 팀 8연승을 기록했다.
시작이 깔끔하진 않았다. 한화 리드오프 마이크 터크먼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최원태는 2번 타자 김태연에게 불의의 일격을 허용했다.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던진 슬라이더를 김태연이 선제 솔로 홈런으로 만들었다. 위기는 계속됐다. 정은원 역시 7구 풀카운트 승부로 그를 괴롭혀 볼넷으로 출루했고, 김인환과 이진영이 연속 안타로 추가점을 노렸다.
수비가 그를 도왔다. 볼넷으로 출루했던 정은원이 도루를 시도하자 포수 이지영이 잡아냈다. 이어 이진영의 2루타가 터져 김인환이 홈을 노렸으나, 우익수 김준완-2루수 김혜성-포수 이지영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중계 플레이로 막아냈다.
위기를 넘기자 기회가 왔다. 한화는 새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를 선발로 올렸으나 키움의 끈질긴 타격이 더 강했다. 이날 1루수로 출전했던 6번 타자 이병규가 2회 말 2사에서 좌중간 2루타를 때려 동점 주자가 됐다. 후속 이지영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김웅빈이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중간 2루타를 때렸다.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아 키움은 역전에 성공했다.
리드를 잡자 최원태의 '땅볼 쇼'가 이어졌다. 최원태는 3회 초 세 타자를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으로 틀어막았다. 이어 4회 안타와 볼넷 출루를 허용했지만, 1사 후 노수광을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마쳤다. 이번에도 수비가 도왔다. 키움 2루수 김혜성은 심판의 인필드 플라이 콜이 들려오지 않자 타구를 일부러 잡지 않았다. 김혜성은 기민하게 2루 주자 정은원을 먼저 잡고, 1루 주자 이진영을 이어 잡았다. 김혜성의 재치(고의낙구)로 아웃카운트 1개가 2개로 늘어났다. 최원태는 5회까지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완성했다.
후반부는 키움이 자랑하는 최강 불펜진이 틀어막았다. 만전의 상태는 아니었다. 경기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재웅이 1일 경기를 보니 조금 지쳤더라. 내일(4일)까지 사흘을 쉬면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을까 한다. 문성현도 마찬가지"라고 예고했다. 마무리와 셋업맨이 자리를 비웠지만, 6회 초부터 계투 작전을 펼친 키움은 김태훈(1이닝 무실점)-이영준(1이닝 무실점)-이명종(1이닝 무실점)-이승호(1이닝 무실점)로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재웅 대신 마무리로 나섰던 이승호는 이날 호투로 데뷔 첫 10세이브(8홀드)를 기록하며 철벽 불펜의 위용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8연승을 달리며 선두 SSG보다 조금 빠르게 50승(28패 1무) 고지에 오른 키움은 5일부터 서울 잠실에서 두산 베어스와 3연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