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팬 투표 1위 돌풍' LG 정우영 "후보 포함, 부문 1위 놀랍다"
'올스타전 베스트12' 선정 팬 투표 1차 집계에서 부문 1위에 오른 LG 정우영(20)은 쑥스러워하며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정우영은 고졸 신인 투수로는 최초로 베스트 선정에 도전하고 있다. 가능성도 높다. KBO가 지난 17일 발표한 1차 중간 집계 나눔 올스타 중간 투수 부문에서 22만6610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과반에 가까운 압도적인 득표율이다. 전체 유효 투표 수 47만8493표 가운데 47.4%를 얻었다. 부문 2위 한화 박상원(9만5435표)과는 13만 표 이상 차이 난다. 팬 투표가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고, 선수단 투표 30%(팬 투표 70%)를 반영하기에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까지 보여 준 성적과 득표율을 감안하면 베스트 선정이 무난해 보인다. 정우영이 베스트12에 선정되면 고졸 신인 투수로는 '최초' 타이틀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타자 부문에서는 2009년 KIA 안치홍과 2017년 키움 이정후(당시 넥센)가 고졸 신인으로 베스트12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바 있지만, 투수 부문 베스트 선정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우영은 "처음 후보 명단에 포함된 것을 보고 놀랐다. 이번 올스타전에 출전 기회를 얻는다면 감독 추천으로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각 부문 후보는 구단에서 정해 KBO에 통보한다. 후보에 오르고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올스타 투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인들이 먼저 연락해 와 '1등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LG가 워낙 팬들이 많으니까…."라고 팬투표 1위 원동력을 설명했다. 또 "내가 1위에 있어 놀랐다"고 덧붙였다. 신인왕 후보 0순위. 그러나 개막 전만 하더라도 2019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5순위에 입단한 'LG 정우영'은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2019 1차 지명 두산 김대한·KIA 김기훈·삼성 원태인, 2차 1라운드 kt 이대은·삼성 이학주·한화 노시환 등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스포츠계에는 '정우영'이라는 동명이인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도 동갑내기로 축구 유망주인 정우영(20·바이에른 뮌헨) 축구 국가대표 출신 정우영(30·알 사드) 등이 있어 더욱 그랬다.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슈퍼 루키'로 성장,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린 그다. 시즌 성적은 3승3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은 1.99로 굉장히 낮다. 그는 "내 보직이 확실히 정해져 있다. 점수를 주면 안 되는 상황에 주로 등판한다. 특히 한 점 차 상황에선 주자를 아예 출루시키면 안 되니까 한 타자 한 타자 꼭 잡는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세부 성적을 봐도 많은 득표를 받기에 충분하다. 구원투수로는 가장 많은 45⅓이닝을 책임졌다. 최일언 LG 투수코치는 "우리팀 투수 가운데 정우영의 연투 능력이 가장 좋다"고 칭찬한다. 정우영 역시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해 줘 부담이 없다"면서 오히려 "날이 더워질수록 구위와 스피드가 점점 올라가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정우영의 무기는 '투심패스트볼'이다. 포심패스트볼에 비해 속도는 약간 느린 대신 공의 움직임은 더 큰 구종이다. 우타자 기준으로 몸쪽으로 휜다. 정우영의 투심패스트볼은 홈 플레이트 앞에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고, 여느 투수의 포심패스트볼 보다 훨씬 빠른 148 ㎞까지 스피드건에 찍힌다. 덕분에 피안타율은 고작 0.196밖에 안 된다. 4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가장 낮다. 땅볼/뜬공 비율은 2.71로 아주 높은 것도 투심패스트볼 영향이다. 그는 "최일언 코치님이 '직구(포심패스트볼)를 던질 필요가 없고 투심패스트볼만 던져도 되겠다'고 하더라"며 "지난주 3경기(3⅔이닝)에 등판했는데 (전체 투구 수 63개 가운데) 직구를 딱 1개 던졌다"고 소개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명이 채 안 되는 0.90이다. 마운드에서 강심장을 지녔고 제구력도 좋다. 2018년 평균자책점 5.62로 9위였던 불펜진이 올해 3.03(1위)으로 안정을 찾고, LG가 3위의 선전을 이어 가는 데 있어 그의 역할과 영향력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류중일 LG 감독은 정우영을 보며 "임창용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정우영의 롤모델도 임창용이다. 그는 "사이드암 투수라면 누구나 임창용 선배가 롤모델이 아닐까요"라고 웃었다. 투구 시 메커니즘과 유연성을 보면 닮은 점이 많다. LG와 정우영의 만남은 출발부터 좋다. 정우영은 "어려서부터 LG 트윈스팬이었다. 봉중근·우규민(현 삼성)·이대형(kt) 선배를 좋아했다"며 "부모님도 다른 팀이 아닌 LG에 입단해서 더 좋아하셨다"고 한다. 데뷔 첫 시즌, 이제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줄 새로운 무대가 눈앞에 다가온다. 정우영은 "올스타전 무대를 꼭 한 번은 밟고 싶다. 타 구단 최고의 선배님들과 함께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며 "최종 결과를 떠나 지금까지 뽑아 주신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1차 집계 결과 전체 득표 1위 김현수(23만5085표·나눔 올스타 외야수) 2위 SK 로맥(23만3832표·드림 올스타 1루수)과 격차도 크지 않은 가운데 그는 "현수 형은 절대 못 따라잡을 것 같다"고 웃었다. 대구=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2019.06.2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