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IS 승장] 정경호 수석코치 “리딩 클럽인 수원의 강등,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수원 삼성의) 강등을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승장’ 정경호 강원FC 수석코치도 수원 삼성의 강등에 대해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수원과 강원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최종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이날 경기는 37라운드 종료 기준 강등권(10위~12위)을 형성 중인 세 팀의 운명이 결정되는 한 판이었다. 경기 전까지 10위 강원(승점 33) 11위 수원FC(승점 32) 12위 수원(승점 32)이 같은 시간 최종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수원은 홈에서 강원을, 수원FC는 9위 제주 유나이티드를 만났다. 올 시즌 K리그1에선 최하위인 12위는 자동 강등, 10위와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PO) 무대로 향한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누구나 12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당초 유리한 고지에 오른 건 강원과 수원FC였다. 두 팀 모두 무승부만 거둬도 되는 입장이었다. 반면 수원은 복잡한 경우의 수 없이 이긴다면 자력으로 12위를 탈출할 수 있었다.수원 팬들은 관중석을 가득 채우며 선수단을 응원했다. 킥오프 직전에는 하트 카드섹션을 선보이며 남다른 충성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0-0으로 시작한 후반전, 청백적 우산 응원전이 펼쳐지며 사기를 더욱 끌어 올리려 노력했다.하지만 경기를 주도한 건 비기기만 해도 되는 강원이었다. 강원 팬들 역시 원정석을 가득 채웠고, 선수들은 과감한 공격으로 환호를 이끌었다. 특히 전반에는 윤일록·김대원·유인수, 후반에는 갈레고까지 가세한 공격이 눈에 띄었다. 비록 골문을 열지는 못했지만,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강원은 윤정환 감독이 직전 라운드에서 옐로카드를 받아 벤치를 지키지 못했지만, 정경호 수석코치가 무난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리그 최종전을 마쳤다. 정경호 수석코치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플랜대로 경기했다”면서 “수원의 홈 경기였지만, 예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왔다. 우리가 득점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윤정환 감독님과 소통했던 90분 플랜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실제로 수원은 이날 먼저 내려앉은 경기를 펼쳤다. 강원의 실수를 틈타 득점을 노린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강원은 큰 무리 없이 경기 운영을 펼치며 주도했다. 정경호 수석코치 역시 “수원의 플레이를 예상했다”면서 “후반에도 김보경, 정승원 등이 투입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고 여유를 드러냈다.한편 이날 무승부로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최초로 K리그2 무대를 밟는다. 같은 시간 수원종합운동장에서도 수원FC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1-1로 비겼기 때문이다. 수원FC와 수원은 승점 33으로 같지만, 다득점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수원은 12위를 유지, 내년은 K리그2에서 맞이하게 됐다. 한편 정경호 수석코치 역시 수원의 강등에 놀란 기색이었다. 정 수석코치는 “수원의 강등을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라고 운을 뗀 뒤 “작년에 수원이 승강 PO를 통해 살아남지 않았나. 지난해의 아픔을 이겨낼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더 나아가고 주도적인 리딩 클럽으로서 자리를 잡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축구인에게도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는 의미다. 정 수석코치는 이어 “수원 팬들의 그런 응원, 분위기가 계속 리그에서 나와야 하는데, 수원의 강등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정경호 수석코치는 지난해엔 성남FC에서 감독대행을 맡으며 강등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취재진이 ‘강등을 겪게 되면 분위기가 어떤지’라고 묻자, 정 수석코치는 “경기 뒤 수원팬들이 조용히 서 있는 장면을 보고 수원의 강등을 실감했다”면서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침묵이 수원의 현재를 설명하는 것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끝으로 정경호 수석코치는 이날 원정석을 가득 채운 팬들을 향해 “나도 강원도 출신인데, 응원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우리 선수단에 큰 동기부여를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팬들이 마지막까지 선수단에 힘을 실어준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라고 박수를 보냈다.10위를 확정한 강원은 오는 6일 시작되는 승강 PO2에서 김포FC-경남FC 승자와 만난다. 정경호 수석코치는 “일단은 이번 경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경기 전에도 말했듯이, 강원만의 축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상대에 따라 잘 맞춰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수원=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
2023.12.02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