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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인터뷰] 일본 레전드 아오키 "한국 더 좋은 성적 낼 것, 젊은 선수들 포기하지 말라"

지난해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상징성이 큰 대회였다. 일본이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등을 앞세워 미국을 꺾고 우승했지만, 한국은 1라운드 탈락했다. 최근 여러 국제대회에서 한·일 야구 격차가 벌어지면서 야구계에는 위기의 목소리가 커졌다.일본 야구가 앞서나가는 비결은 뭘까. 아오키 노리치카(42·야쿠르트 스왈로스)는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세상에 정보가 많아졌다. 야구도 마찬가지"라며 "(일본은) 그 부분에 늦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은 과거 작전 야구를 바탕으로 한 '스몰볼' 성향이 강했다. 번트와 주루로 점수를 쥐어짜 "재미없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여전히 일본 야구의 중심은 스몰볼이다. 하지만 장타를 생산하는 '빅볼'도 능수능란하게 보여준다. 아오키는 일본 야구 레전드 중 한 명이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14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6년을 뛴 베테랑이다. NPB 베스트 나인 7회,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 7회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MLB에선 스즈키 이치로(2653경기) 마쓰이 히데키(1236경기)에 이어 일본인 야수 중 역대 세 번째로 많은 758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17년 WBC 등에 출전해 한국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아오키는 "한국 야구가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대답할 순 없다"는 전제하에 "한국 선수들은 체격이 좋고 연습량이 많은 것으로 안다.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아오키는 2018년 1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복귀했다. 1982년생으로 불혹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으로 야쿠르트 구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낸다. 2021년 5월 26일에는 역대 네 번째 미일 통산 2500안타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결로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현실을 직시했다"며 "트레이닝을 비롯해 몸을 케어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아오키의 소속팀 야쿠르트에는 무라카미 무네타카(24)라는 NPB 최고 타자가 소속돼 있다. 무라카미는 2022시즌 홈런 56개를 쏘아 올려 역대 NPB 일본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58년 만에 갈아치웠다. 홈런뿐만 아니라 타격(타율 0.318)과 타점(134개)에서도 1위에 올라 역대 NPB 최연소 타격 3관왕에 오른 '괴물'이다. 지난해에도 홈런 31개를 쏘아올렸다. 일본 야구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선수 중 하나로 2021년 도쿄 올림픽, 2023년 WBC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아오키가 무라카미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건 뭘까. 그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 포기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오키나와(일본)=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3.0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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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이천] 이승엽 감독 "처음 받은 야유, 인정하고 내년엔 박수로 바꿀 것"

"야유는 처음 받아본 것 같다. 팬분들께서 그렇게 평가해 주신 것이니 당연히 인정한다. 역시 프로는 냉정하다. 내년 마지막 경기 때는 박수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1년 전 섰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두산은 31일부터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퓨처스(2군)리그 구장인 베어 스파크에서 마무리 훈련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패배로 가을야구를 마친 후 이뤄지는 첫 일정이다.마무리 훈련은 이승엽 감독이 두산에 와 진행한 첫 일정이었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 감독은 정규시즌 9위에 그친 팀을 끌어올려 보기 위해 베어스파크에서 대규모 마무리 훈련을 진행했다. 어린 선수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주전 경쟁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이 컸다.1년이 지나 다시 이천에 돌아왔다. 이 감독의 시도는 절반은 통했고 절반은 그러지 못했다. 정규시즌 5위로 가을야구 복귀까진 성공했다. 다만 이 감독이 원한 어린 선수들의 활약보다는 기존 베테랑 활약에 의존도가 높았다.31일 이천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은 "WC가 끝난 후 기분 전환도 해보려 했지만, 잘 되진 않는다"며 "1년 전 이천에 왔을 때는 기대감도 있고, 불안감도 있었다. 1년을 해보니 익숙해진 느낌은 없지만 5위라는 결과에 마음이 편하진 않다. 책임감이 조금 더 생긴다"고 소감을 전했다.이승엽 감독은 "팀에 새 얼굴이 나와야 경쟁도 되고 기존 선수들도 긴장감이 생겨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며 "기대했던 김대한, 김민혁 등 야수진이 생각만큼 올라오진 못했다. 선수들의 퍼포먼스, 경기력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연히 감독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1년 동안 선수들의 성향, 능력치를 봤다. 올가을, 내년에 성장할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기량이 오를 수도 있다"고 젊은 선수들을 독려했다.'이승엽 스타일'이 큰 틀에서 바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작전야구 중심의 '스몰볼'을 추구한다고 논란을 산 바 있다. 다만 이 감독은 선 굵은 야구를 하기엔 팀 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팀 전력에 따라 달라질 문제다. 강공을 선택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빅 볼로 바뀔 수 있다"며 "우리 팀 타격은 팀 타율 9위에 타점 최하위다. 한 점을 내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1점 차 승부에서는 세밀한 야구도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전력에 따라, 상대에 따라, 투수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고 설명했다.아직은 선수단 구성이 먼저다. 두산은 팀 내 홈런 1위(21개) 양석환과 필승조 홍건희(22세이브 5홀드) 등이 FA(자유계약선수) 권리를 얻는다. 이 감독은 "둘 다 잡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그런 선수들을 구하긴 쉽지 않다. 팀 후배나 동료들에게도 굉장한 신임을 받는다. 구단과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다 필요한 선수들"이라고 말했다.이승엽 감독은 지난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 때 홈팬들에게 야유를 들었다. WC 패배 후에는 구단 사과문까지 올려야 했다. 이 감독은 "창원에서 팬분들의 응원을 보며 이기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해 죄송했다"며 "야유는 처음 받아본 것 같다. 팬분들께서 그렇게 평가해 주신 것이니 당연히 인정한다. 역시 프로는 냉정하다는 걸 느꼈다. 내년 마지막 경기 때는 박수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이천=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0.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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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의 야구 본색] 감독의 색깔, 신념과 옹고집 사이

일본 야구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3·4위 결정전에서 중국을 힘겹게 4-3으로 꺾었다. 조별리그에서 당한 충격적인 0-1 패배를 설욕했는데 결과만큼 눈길을 끈 건 과정이었다. 일본의 경기를 보면서 문득 '감독의 색깔'이 떠올랐다.일본 AG 야구대표팀은 프로(NPB)가 아닌 사회인야구 선수 출신으로 꾸려진다. 팀을 이끈 이시이 아키오 감독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사회인야구 도쿄가스 감독을 맡은 뒤 사회인야구를 통괄하는 일본야구연맹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17년 2월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AG 은메달, 지난해에는 U-23 야구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작지 않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이시이 감독의 취임 일성은 "견실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야구"였다. 2017년 한 대회에서 일본은 4-0으로 앞선 8회, 선두타자가 안타로 출루하자 대타를 기용하면서까지 희생번트 작전을 시도, 결국 추가점을 뽑았다. 4점의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번트로 주자를 진루시키는 '스몰볼'이었다. 하지만 이시이 감독은 2018년 AG에서 장타력을 앞세운 한국과 대만, 중국의 '공격 야구'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경험을 통해 아시아 정상에 서기 위해선 '미국식 빅볼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수비가 아닌 공격 야구로 방향을 선회했다.이시이 감독의 '색깔'은 항저우 AG에서 잘 드러났다. 일본은 조별리그 중국전에서 1점 뒤진 7회와 9회 무사 1·2루 찬스에서 희생번트 없이 강공을 밀어붙였다. 슈퍼라운드 한국전에서도 여러 차례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번트가 없었다. 결과는 나빴지만 이시이 감독의 일관된 공격 야구는 꽤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감독의 색깔이 적절한 선수 구성에서 발휘됐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8월 일본의 AG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 깜짝 놀랐다. 사회인야구 올스타가 주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일본 관계자는 "온쇼(恩賞)"라고 말했다. 온쇼는 고대·중세에 주군 등이 충성을 바쳐 공적을 세운 가신에게 주는 땅이나 관직, 물품 등을 뜻한다. 다년간 사회인야구에서 뛰며 공헌한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를 보상으로 줬다는 것이다.일본 야구대표팀에는 사타케 가쓰토시(39세)와 다자와 준이치(37세) 등 올해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베테랑 선수가 적지 않았다. 사회인야구 선수가 활약할 국제무대는 사실상 AG가 유일하다. 그렇기에 사회인야구계에 공헌한 이들을 뽑은 듯했다. 일본은 2020년부터 사회인야구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트래킹 데이터를 도입, 대표팀을 꾸릴 때 활용하고 있다. 투수는 최고 구속, 평균 구속, 평균 회전수, 종·횡 변화이고, 야수는 타구 속도, 비거리, 스윙 속도, 스윙 시간 등이 평가 항목이다. 그런데 이 기준이 이번 대표 선발에 얼마나 반영됐을지는 미지수다. 일본 사회인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가장 빠른 타구를 때려내는 타자도 대표팀에 없었다. 고타지마 세이류·마쓰모토 겐고·가와후네 류세이(이상 투수), 와타라이 류키·미쓰이 겐스케·다케다 도오이·오니시 렌·후지모토 슌·와카바야시 쇼헤이(이상 야수) 등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시이 감독의 색깔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U-23 야구월드컵에선 시종일관 별다른 사인 없이 선수에게 맡겼지만, 이번에는 자기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기 어려운 팀 구성이라 벤치의 개입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시이 감독과 대조적인 이가 마부치 시로 U-18 대표팀 감독이다. 최근 막을 내린 야구월드컵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3연속 번트로 승리를 거머쥔 것처럼 '스볼몰'로 일관했다. 그는 팀을 구성할 때부터 스즈키 린타로·마나베 게이타 등 거포를 뽑지 않고 자기 색깔에 맞는 선수를 대표로 뽑았다. "평소 알루미늄 배트를 쓰다가, 갑자기 나무 배트로 바꾸는 상황이라 타격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지론에 충실했다.자기 색깔에 맞춰 팀을 구성한다. 그렇지 않다면 팀 전력에 맞춰 자기 색깔에 변화를 주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 유연함이 이시이 감독에게 부족했다. 감독의 색깔은 키가 크면 잘라 죽이고 작으면 늘려 죽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아닌 법이다. 야구 칼럼니스트야구 전문 칼럼니스트로 네이버에서 아마야구 등을 다루는 '야반도주'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기무라 고이치 기자가 네이버에 연재한 '야큐리포트'를 번역했으며, 김성근·김인식 감독 등과 함께 쓴 '감독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가이드북', '프로야구 크로니클', '킬로미터', '포수 교본' 등 다수의 야구 서적을 집필했다. 2023.10.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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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홈런왕 감독, 빅 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더 공격적 야구 고민"

"내년에는 어떻게 더 공격적인 야구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홈런 타자였다. 일본 프로야구(NPB)로 8년을 다녀오고도 KBO리그 통산 467홈런을 남겼다. 458개를 친 최정(SSG 랜더스)이 내년에야 따라잡을 수 있는 대기록 중의 대기록이다.그런 이승엽 감독이지만 부임했을 때부터 꺼낸 키워드는 선 굵은 야구가 아닌 세밀한 야구였다. 작전수행, 진루타, 팀 배팅 등 짜내는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2018년 두산과 함께 했다가 이 감독과 함께 이번 시즌 돌아온 고토 고지 코치 역시 마무리 캠프 때 작전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장타가 아닌 작전 야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다. 김경문 전 감독 시절, 그리고 김태형 전 감독 시절 내로라하는 홈런 타자들과 함께 강타선으로 군림했던 두산으로서는 낯선 방향이었다. 21세기 두산은 김동주를 시작으로 김현수, 최준석, 양의지,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 최주환 등 잠실구장에서 20홈런을 치는 거포들이 즐비했다.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하거나 은퇴했다. KBO리그 전체로도 거포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잠실구장을 쓰고 대형 유망주를 뽑지 못한 두산의 장타 부족은 시간일 갈수록 심해졌다. 4번 타자 김재환에게 4년 115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안긴 것도 두산으로서는 그를 대체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중장거리 타자는 '만드는 게' 가능하지만, 30홈런 타자의 파워는 타고나야 했다. 그런데 그 김재환이 부진했다. 역시 최고 대우(4+2년 총액 152억원) 계약으로 양의지가 돌아왔으나 4년 만에 돌아온 잠실구장에서 홈런을 치는 게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콘택트를 해줘야 할 장기계약 교타자 허경민이 부진했다. 두산으로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경기를 풀어가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스몰볼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두산 선수들 중 상당수는 작전 수행 역시 어려워했다. 양석환, 강승호 등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그랬다. 아예 1군 경험이 적었던 타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수빈, 김재호 등 일부 베테랑들이야 작전 수행이 가능했으나 이들은 타격으로 팀 내 상위권 타자들이었다.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맞지도 않는 조각이었을 수 있다. 두산표 스몰볼의 한계는 지난 19일 창원 NC파크에서 치른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두산은 14안타 7볼넷을 기록하고도 같은 출루(12안타 9볼넷)를 기록한 NC에 9-14로 패했다. NC는 주자를 쌓을수록 집중력을 보여준 반면 두산은 장타를 대량 득점으로 잇지 못했다. 5회 초 3-5 상황에서 두산은 김재호의 볼넷과 양의지의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장타로 대량 득점을 노려야 할 때 후속 타자 양석환의 초구는 번트 시도였다.이날 경기를 지배한 서호철은 시즌 5홈런 장타율 0.383에 불과했다. 그조차 강공 끝에 2루타와 홈런으로 6타점을 수확했다. 그런데 시즌 21홈런 장타율 0.454의 양석환이 번트를 시도하다 스트라이크를 낭비해야 했다. 번트라도 성공했다면 좋았겠으나 시즌 중부터 번트 성공에 어려움을 겪었던 타자였다. 처음부터 맞지 않은 옷이었다. 결국 양석환은 그 타석을 삼진으로, 경기는 5타수 무안타로 마쳤다. 이승엽 감독은 WC 패배 후 "우리 팀이 타선 쪽에선 조금 약점을 보였던 것 같다. 팀 전체적으로 타점, 득점력 등의 수치에서 하위권에 있다 보니 투수들도 힘들게 한 시즌을 보냈다"며 "내년에는 어떻게 더 공격적인 야구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고 전했다.야구는 마술이 아니다. 못 치던 홈런이 갑자기 폭발할 순 없다. 치고 싶다고 홈런이 나온다면, 번트라는 개념조차 등장하지 않았을 거다. 게다가 양석환이 FA(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오는 이번 겨울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스몰볼을 강화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그러나 결국 경기를 이기려면 장타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팀 컬러는 1년 만에 만들 수 없다. 그래도 결국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홈런도 치려는 팀, 치려는 선수가 있어야 나온다. 아무리 정교한 번트를 많이 대도 홈런 1개의 힘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이승엽 감독에게는 아직 2년의 시간이 있다. 타선을 다시 만들어 갈 시간은 충분하다.창원=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0.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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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잠실] 양의지 이틀 연속 '쐐기포'에 두산 3연승

두산 베어스가 이틀 연속 대포를 터뜨린 양의지(36) 활약에 힘입어 3연승을 거뒀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서 8-4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최근 3연승을 달린 두산은 17승1무16패로 일주일 만에 승패 마진을 플러스로 만들었다. 반면 KIA는 에이스 양현종을 선발로 올리고도 5연패 수렁에 빠졌다.양의지의 존재감이 컸다. 양의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4+2년 총액 152억원(역대 1위)에 계약, NC 다이노스에서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했다. 베테랑 포수로서 젊은 투수들을 이끄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그러나 초반 타격 페이스가 기대에는 못 미쳤다. 20홈런 이상을 8시즌이나 기록했던 그가 지난 10일 기준으로 시즌 장타율이 0.366까지 떨어졌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 4년 만에 돌아온 거대한 잠실 외야에 막혀 장타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랬던 양의지의 대포가 살아나고 있다. 양의지는 앞서 13일 KIA전에서 쐐기를 박는 투런포로 시즌 2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어 14일에도 또다시 쐐기포를 터뜨렸다.이날 양의지의 경기 성적은 5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이었다. 그러나 안타 하나가 KIA의 기세를 완전히 꺾는 한 방이었다. 양의지는 5-4로 앞선 8회 말 KIA 장현식이 던진 한가운데 시속 146㎞ 직구를 공략,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토해냈다. 승기를 굳히는 한 방이었다. 선발 투수 대결에서도 두산이 이겼다. 최근 4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두산 라울 알칸타라는 이날도 쾌조의 흐름을 이어갔다. 강속구는 물론 고속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던졌다. 3회부터 5회까지 모두 2안타를 맞았지만, 위기마다 삼진과 짧은 뜬공을 유도해 KIA 타선을 틀어막았다. 6이닝 7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알칸타라는 시즌 평균자책점도 1.50까지 낮췄다.투수전의 한 축이었던 KIA 선발 양현종은 막판 흔들렸다. 그도 알칸타라처럼 매 이닝 찾아온 위기를 진화하며 5회까지 단 1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았다. 그러나 6회 두산의 '스몰볼 야구'에 중심을 잃었다. 안타와 2루수 실책으로 1사 2·3루 위기에 놓인 그는 조수행의 기습 번트, 이유찬의 적시타로 두 점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최지민이 불을 끄러 올랐으나 박계범에게 내야안타를 맞으면서 양현종의 실점이 더해졌다.KIA는 7회 초 만루에서 김선빈의 땅볼, 4번 타자 최형우의 동점 스리런포로 추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형우의 '장군 홈런' 후 양의지의 '멍군 홈런'이 터지면서 KIA는 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날 승리로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다시 올린 기세를 이어가게 됐다. 4월을 5할 승률+1로 마쳤던 두산은 5월 에이스 곽빈이 허리 염좌로 이탈하고, 부상에서 돌아온 딜런 파일이 기대 이하 성적(2경기 평균자책점 8.00)을 거두면서 흔들렸다. 그러나 알칸타라와 영건 듀오 김동주-최승용의 호투로 반전을 만들고 있다. 양의지의 타격까지 살아나면서 중상위권 싸움에 탄력을 얻게 됐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5.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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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이슈] '타격 8관왕' LG, '홈런 2위' 두산...작전 야구 하는 게 맞나요?

류중일(60)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2011년 부임 후 팬들로부터 '관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작전을 최소화하고 선발 강판을 가능한 한 미루며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불신의 대상이었으나, 결국 류 감독은 KBO리그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이뤘다.류중일 감독과 정반대되는 '스몰볼'이 2023년 리그의 최대 화두다.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선수들의 도루 시도를 독려했다. 그 결과 LG는 팀 도루 34개(24일 기준)로 단독 1위에 올라 있다.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도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감독은 선임됐을 때부터 '일본 야구'를 꺼내며 홈런 대신 주루와 진루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산은 희생 번트 6개(공동 6위) 도루 시도 26개와 시도 비율 9.7%(이상 3위)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리스크다. LG는 도루 성공률이 61.8%(실패 21회)에 불과하다. LG의 희생 번트 시도가 23회로 유일하게 20회가 넘는데, 성공률은 43.5%에 불과하다. 두산도 도루 성공률이 65.9%, 번트 성공률이 50%에 불과하다.부상 위험도 크다. 두 팀의 주축 타자들은 대부분 30대 고연봉 고참들이다. 박해민·오지환·김현수·박동원(이상 LG)이나 정수빈·허경민·양의지(이상 두산) 등이 뛰다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그날 경기가 아니라 시즌을 망칠 수도 있다.리그 환경에 적합하다면 작전 야구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프로야구(NPB)는 한국보다 번트 시도가 많다. 일본은 지난해 12개 팀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가 3.70인 요미우리 자이언츠(2022년 KBO리그 평균자책점 4.08)일 정도로 투고타저가 심각하다. 그래서 안타를 기대하기보다 작전으로 득점을 노린다. 지난해 번트 시도 수가 타석당 0.023개로 한국(0.017)보다 50%가량 높다.LG와 두산은 이와는 사정이 다르다. LG는 현재 타율(0.292) 안타(196개) 2루타(38개) 득점(119점) 볼넷(102개) 출루율(0.385) 장타율(0.408)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0.793)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중이다. 역시 1위인 도루를 제외하고도 8개 부문에서 정상에 올라 있다. 두산도 팀 홈런 2위(15개)로 장타가 충분한데, 두 팀 모두 타격 대신 작전을 써 득점이 줄고 있다.염경엽 감독은 주자가 뛸 수 있다는 인상이 배터리를 압박해 타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실제로 LG는 주자 1루 상황에서 OPS 0.763(4위)으로 주자 없을 때(0.719·3위)보다 높다. 그러나 이게 유의미한 차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도루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득점권 상황(OPS 0.934) 성적이 뛰어났다. LG는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두 차례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6회 초 박동원이 무사 3루 상황에서 스퀴즈를 시도하다 실패했고, 8회 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홍창기가 초구 스퀴즈를 시도했다가 파울에 그쳤다. 이승엽 감독도 19일 한화전 9회 초 1점 차 무사 2루 상황에서 강승호에게 번트를 지시했으나 뜬공에 그쳤다. 박동원은 20홈런을, 홍창기는 3할 타율과 출루율 4할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강승호는 10홈런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벤치의 선택은 1점 차로 패배로 끝났다.감독 야구가 꼭 '스몰볼'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두산 감독 시절 '감독 야구'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작전 대신 선 굵은 공격으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 2019년 개인 세 번째 우승을 이룬 후 "감독은 작전이 통했을 때(의 성취감)에 빠지면 안 된다. 144경기의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우승의 비결을 전했다. 2023년 정규시즌 일정의 13% 정도가 진행됐다. 사령탑을 바꾸고 상위권에 포진한 LG와 두산의 달라진 팀 컬러를 보는 게 야구팬의 즐거움이다. 현재 두 팀의 성적에 감독의 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줬을까. 시즌이 더 진행되면 염경엽 감독과 이승엽 감독이 어떤 변화를 줄까. '작전 야구'를 선언한 두 팀을 보는 관전포인트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4.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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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잠실] 잠실 첫 '엽의 전쟁'...마지막엔 이승엽 감독이 웃었다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과 첫 맞대결을 펼친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이 3연전 마지막 경기 역전승으로 자존심을 세웠다.두산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KBO리그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10-5 대역전승을 거뒀다. 최근 3연패에서 탈출한 두산은 시즌 7승 6패로 키움 히어로즈와 공동 4위를 지켰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연승을 달리며 1위 탈환을 노렸던 LG는 시즌 5패(9승)째를 안고 승차 없는 2위에 머물렀다.잠실 라이벌 사령탑으로 마주한 두 감독에게는 이번 시리즈가 첫 맞대결이다. 선수 시절 스타일은 정반대였다. 염경엽 감독은 통산 타율 0.195 5홈런에 불과했던 수비형 내야수 출신이고, 이승엽 감독은 통산 타율 0.302 467홈런을 기록한 '국민 타자'였다. 사령탑 경륜은 정반대다. 염경엽 감독이 통산 415승을 올린 베테랑 사령탑인 반면, 이승엽 감독은 초보 지도자다.그래도 한 가지는 같다. 이승엽 감독은 취임식부터 주루·수비·작전을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 역시 뛰는 야구를 앞세우는 KBO리그 대표 '작전형 감독'이다.첫 맞대결에서 웃은 건 염경엽 감독이다. LG는 1차전과 2차전을 승리해 위닝 시리즈를 확정했다. 수비와 주루에서 LG의 완승이었다. 두산은 14일 경기에서 4-13으로 대패했다. 실책 4개를 범하며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비자책점 6점(1자책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두산은 15일에도 실책에 울었다. 올 시즌 호투를 이어가던 곽빈이 7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으나 실책 2개가 나와 3실점(2자책점)하고 패했다.16일 경기에서는 이승엽 감독이 웃었다. '스몰볼'로 기선을 잡은 건 LG였다. 두산은 1회 초 조수행이 3루 도루를, 5회 초 정수빈이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모두 LG 포수 박동원의 저지에 막혀 흐름을 뺏겼다. '빅볼'에서도 LG가 먼저 앞섰다. LG는 팽팽했던 1-1 균형을 5회 말 박동원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깼다. 이어 6회 말에는 문보경의 좌월 투런포로 1-4로 달아났다. 두산은 7회 초부터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2사 후 테이블 세터 정수빈과 조수행이 연속 출루로 밥상을 차렸다. 이어 양석환이 LG 김진성이 던진 시속 144.9㎞ 직구를 공략,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분위기가 바뀐 후에는 두산이 LG를 흔들었다. 두산은 8회 초 1사 후 송승환이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하자 기회를 살려냈다. 송승환은 진루타로 2루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고, 후속 타자 안재석의 중전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LG는 이후 계속 흔들렸고 두산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산은 후속 타자 이유찬 타석 때 안재석의 도루와 이유찬의 사구로 기회를 이어갔고, 정수빈의 2타점 3루타로 승기를 굳혔다. LG 홍창기가 잡을 수 있는 타구였으나 포구에 실패한 결과였다. 두산은 볼넷 2개로 기회를 이어갔고, LG의 폭투와 양의지의 쐐기 2타점 2루타로 석 점을 더해 승기를 굳혔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4.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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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호, 바뀐 승부치기도 철저하게 대비한다

'이강철 호'는 어떤 변수에도 철저하게 대비한다. 오는 3월 개막하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승부치기 규정이 크게 바뀌었다. 승부치기 개시 시점이 연장 11회(2017년 WBC)에서 10회로 앞당겨졌다. 경기 시간을 줄이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다. 또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경기처럼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2루에만 둔다.이강철(KT 위즈)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에는) 좋은 투수가 나오니까 승부치기도 거기에 맞게 예상해야 한다. 주자 1, 2루가 무사 2루로 바뀌니 그것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변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바뀐 규정을 숙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픈 경험 때문이다. 대표팀은 2013년 WBC에서 '팀 퀄리티 밸런스(TQB)' 규정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않아 네덜란드에 큰 점수 차로 졌다. 결국 TQB 규정에 발목이 잡혀 2승 1패를 거두고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TQB는 축구에서 골득실차를 따지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승부치기는 공격과 수비, 또 마운드 운용까지 모두 영향을 끼친다. KBO리그에선 승부치기 규정이 도입되지 않았고, 한국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도 이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어 생소하다. 승부치기 때 주자가 1·2루에 있다면 병살타를 노릴 수도 있지만, 2루에만 있다면 수비 위치 등 많은 것이 달라진다. 투수와 포수의 공 배합이나, 수비 포메이션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강철 감독은 "수비 코치와도 얘기를 나눴고 준비하고 있다. 키스톤 콤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잘해줘야 한다"며 "(우리 공격 시에도) 번트를 대야 할지 고민이다"면서 "결국 (공격이나 수비 모두) 경기 상황, 타순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는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16일 오리엔테이션에서 승부치기와 관련된 내용을 선수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리는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주루, 작전 등 단기전을 대비한 '스몰볼' 훈련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강철 감독이 대주자, 대타 요원을 뽑은 것도 승부치기까지 고려해서다. 한국의 이번 대회 목표는 4강 진출이다. 그에 앞서 1라운드를 통과해야 8강에 오를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승부는 첫 경기 호주전이다. 이달 초 직접 호주까지 날아가 호주프로야구리그(ABL)를 둘러보며 전력 분석을 마치고 돌아왔다. 사실상 호주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은 연장전, 승부치기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여러 상황에 대비하면서 (작전을)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해민(LG 트윈스) 등 야구 센스가 있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뽑은 이유다. 대주자, 대타 등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면 적극적으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 2023.01.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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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KBO 레전드' 로하스 "KBO리그 4년, 매해 성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최근 발표한 KBO리그 40주년 ‘40인 레전드' 중 외국인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와 타이론 우즈 둘뿐이었다. 니퍼트는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최다승(102승) 기록 보유자, 우즈는 1998년 사상 첫 외국인 선수 MVP(최우수선수)로 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비록 '40인 레전드'로 뽑히지 못했지만,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32·현 한신 타이거스)의 커리어는 니퍼트·우즈 못지않다. 네 시즌 동안 누구보다 화려한 기록을 KBO리그 그라운드에 수놓았다. 로하스는 KT 위즈에서 뛴 2020년, 리그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여섯 번째, 외야수로는 사상 처음이었다. 타격 4관왕(홈런·타점·득점·장타율)과 최다안타 2위에 오른 명실상부한 최고 타자로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2020년 12월 일본 프로야구(NPB) 한신과 2년 계약,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로하스는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매우 친숙한 나라였다"고 회상했다. 로하스가 NPB에 진출한 뒤 한신 구단에 공식 문의한 뒤 인터뷰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하스는 2017년 6월 KT와 계약했다. 당시 KT는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를 물색하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뛰는 로하스를 포착했다. 메이저리그(MLB) 경험은 없지만, 그는 여러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이 남달랐다. 이충무 KT 스카우트 팀장은 "야구에 대한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수비할 때도 열심이었다. 치고 달리는 모습도 수준급이었다"며 "한국 야구를 만만하게 보는 외국인 선수들이 꽤 있다. 그럴수록 적응이 늦고,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로하스는 마인드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KBO리그 첫 10경기 타율이 0.167(36타수 6안타)에 머물렀다. 퇴출당한 모넬의 타율(0.165)과 크게 다르지 않자 "실패작"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의 진가가 발휘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로하스는 KBO리그에서의 4년을 돌아보며 "내가 속한 팀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에서도 (적응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한국 리그가 전반적으로 정말 좋았다"며 "4년 동안 매해 성장한다는 걸 느꼈다. 나뿐만 아니라 팀도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는 로하스와 함께한 4년간 팀 성적(10위→9위→6위→3위)이 꾸준히 향상했다. 로하스는 팀에 만연했던 패배 의식을 지우고 '팀 KT'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는 지난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그가 KBO리그에 남긴 발자취는 꽤 다양하다. 통산 409타점을 기록, 제이 데이비스(591개) 우즈(510개)에 이어 외국인 선수 역대 최다 타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때려낸 홈런 47개는 단일 시즌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 공동 2위(1위 2015년 나바로·48개). 같은 해 역대 35번째로 100타점-100득점의 금자탑을 쌓았다. 스위치 타자로 좌우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여러 경험이 있기 때문에 딱 하나를 꼽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2020년 PS 진출 여부를 두고 (시즌 막판 치열하게) 경기를 치렀던 것과 사이클링 히트, 끝내기 홈런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2018년 5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역대 25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그해 7월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야구인생 첫 번째 끝내기 홈런을 터트린 뒤 포효했다. 로하스가 꼽은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투수'는 김광현(SSG 랜더스)이었다. 김광현 상대 타율이 통산 0.286(7타수 2안타). 눈여겨볼 부문은 홈런이다. 로하스는 SK(현 SSG)전에서 통산 홈런 14개를 때려냈지만, 김광현 상대로는 침묵했다. 로하스는 NPB에서 고전하고 있다. 진출 첫 시즌인 지난해 코로나19로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 번째 시즌인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하스는 "두 리그의 차이를 느꼈다. 한국이 홈런을 노리는 야구라면 일본은 스몰볼이라고 해야 할까, 베이스러닝과 번트를 비롯해 세세한 부분까지 ‘섬세한 야구’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로하스는 지난 8월 월간 타율 0.328(61타수 20안타) 4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400)과 장타율(0.574)을 합한 월간 OPS가 0.974에 이르렀다. 조금씩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일본 잔류, 한국 재도전, 미국 복귀를 비롯한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로하스 야구인생에서 '한국'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쉽지 않은 일본 생활을 무리 없이 해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에서 4년을 지낸 덕분에 일본 문화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며 "한국은 아시아 국가지만 미국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매우 친숙한 나라였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2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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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장타 없는 두산, 스몰볼로 극복한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공격력은 예년 같지 않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KBO리그 2위 이상이었던 득점이 올해는 공동 5위(177점)에 머무르고 있다. 팀 장타율 0.322(리그 10위) 하락 탓이다. 박건우의 이적과 양석환의 부상, 김재환과 호세 페르난데스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내놓은 답은 스몰볼(작전 야구)이다. 김 감독은 22일 "홈런 타자가 적어져도 타순을 짜는 건 어려울 게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예전보다 작전 지시, 짜내기 득점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희생 번트로) 득점권 주자를 보낸다. 도루도 많이 지시한다. 실패해서 주자가 죽더라도 승부를 많이 건다. 우리는 연속 안타가 나오는 타선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선수들도 작전을 잘 수행하고 있다. 팀 공격력이 좋을 때 번트를 잘 대지 않다 보니 (번트를) 해야 할 때 못했다. 요즘은 선수들도 마음을 미리 먹는 것 같다. 번트 실패도 거의 없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두산의 작전 수행 횟수는 예년보다 급증했다. 23일 기준으로 팀 번트 성공이 20회로 삼성에 이어 리그 공동 2위를 기록 중이다. 번트 시도 역시 27회(공동 4위)나 된다. 번트 성공률도 1위(74.1%)에 올라 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 144경기 동안 번트 시도 92.6회와 번트 성공 68.6회를 기록하게 된다. 두산의 타선이 정상급에 오른 2016년 이후 가장 높았던 기록이 성공 48회(2017년) 성공률 71.7%(2018년) 시도 74회(2021년)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다. 주루 역시 달라졌다. 2000년대 KBO리그의 발야구 트렌드를 이끈 '두산 육상부'로 돌아왔다. 두산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장타 중심의 야구를 펼쳤다. 두산의 도루는 2018년 96개(리그 5위)를 기록한 걸 제외하면 매년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올해는 팀 도루 42개로 리그 선두에 올랐다. 도루 시도 53회, 도루 시도%(도루 시도 횟수/도루 기회)도 8.8%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시도한 결과다. 정수빈(10개)과 조수행(9개)을 중심으로 강승호(6개)와 허경민(4개) 등 뛸 수 있는 선수는 모두 뛰고 있다. 144경기로 환산한다면 팀 도루가 144개에 이를 정도로 빠른 페이스다. 도루 성공률 역시 79.3%(리그 2위)로 준수하다. 도루의 손익분기점이라 평가받는 75% 이상이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5.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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