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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GG 볼거리 가득... 양의지·최정 9회 수상 도전+LG 1994년 기록 경신 도전

2023 KBO리그를 마무리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도 의미 있는 기록이 쏟아질 전망이다. ▲우승팀 LG 몇 명 수상할까.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LG는 12명의 골든글러브 후보를 배출하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가 수상 후보로 올랐다. 지난 시즌 유격수 부문 수상자였던 오지환이 2년 연속 수상을 노리고 있으며, 출루율과 득점 부문 1위에 오른 홍창기도 2년 만에 외야수 부문 타이틀을 되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9년 전 LG가 우승을 차지한 1994시즌에는 포수 김동수, 1루수 서용빈, 2루수 박종호, 3루수 한대화, 외야수 김재현 등 5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다. ▲ SSG 최정, 두산 양의지 수상하면 9회로 최다 수상 2위 등극이번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선수 중 최다 수상자는 8회 수상에 빛나는 SSG 최정과 두산 양의지다. 최정은 2011시즌 첫 수상을 시작으로 12시즌 동안 8번이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며 KBO 리그 최고의 3루수라는 수식어를 가지게 됐다. 최정이 수상할 시, 동일하게 3루수 부문에서 8차례 수상한 한대화(전 쌍방울)를 제치고 포지션 최다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양의지 역시 9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린다. 포수로 7차례, 지명타자로 1차례 수상하며 지난 9시즌 중 1차례를 제외(2017)하고 모두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호명됐다. 양의지 역시 수상 시 현재 포수 부문 7차례 수상으로 공동 1위에 올라있는 김동수(전 히어로즈)를 제치게 된다. 한편, 역대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자는 10차례 수상한 현 두산 감독 이승엽이다.▲ KBO리그 대표 베테랑 타자들의 지명타자 부문 경쟁지명타자 부문은 후보 명단 선수들이 수상한 골든글러브만 17개에 달하는 KBO 리그 대표 베테랑 타자들의 전쟁이다. KIA 최형우(6회 수상), LG 김현수, NC 손아섭(5회 수상), 롯데 전준우(1회 수상)에 KBO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은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 타자 중의 한 명인 SSG 추신수까지 엄청난 이름값을 자랑하는 후보 명단이다.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누가 수상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다 득표-득표율 누구.최다 득표와 득표율의 영예를 안을 선수가 누구일지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키움 이정후가 총 313표 중 304표를 획득해 97.1% 득표율로 최다 득표-득표율의 주인공이었다. 역대 최다 득표는 2007시즌 두산 이종욱이 기록한 350표, 최다 득표율은 99.4%의 지지를 받은 2020시즌 당시 NC 소속이었던 양의지가 기록하고 있다.▲ 개인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예를 안을 선수는 누구일까.개인 첫 수상을 노리는 선수들도 있다. 2023시즌 홈런, 타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가대표 4번타자’로 발돋움한 한화 노시환은 3루수 부문에서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리며, 골든글러브와는 인연이 없었던 NC 박건우도 데뷔 후 15년 만에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을 노린다. 또한 KBO 리그 데뷔 시즌에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도 후보에 올랐다. 2023시즌 KBO MVP를 수상한 NC 페디와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키움 후라도는 투수 부문 후보에 올랐고, LG 우승의 주역 오스틴도 1루수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타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SSG 에레디아와 NC 마틴도 외야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2.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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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타율 0.429…이번에도 허락되지 않은, 손아섭의 KS

베테랑 손아섭(35·NC 다이노스)이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KS) 문턱을 넘지 못했다.NC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2-3으로 패해 KS 진출에 실패했다. 시리즈 1·2차전에 승리하며 기세를 높였지만 3·4·5차전을 내리 패해 '리버스 스윕'으로 가을야구를 마무리했다. 역대 5전 3승제로 치러진 KBO리그 PO에서 '2승 뒤 3연패'를 당한 건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상대 현대 유니콘스) 2009년 두산 베어스(상대 SK 와이번스)에 이어 NC가 역대 세 번째다.개인 첫 KS를 노린 손아섭이 도전도 막을 내렸다. 2007년 데뷔한 손아섭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이지만 KS 경험이 없다. PO를 뛴 것도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2011년과 2012년 그리고 올 시즌에 세 번째. 그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SSG 랜더스를 꺾은 뒤 "최종 목표(KS)로 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푹 쉬고 힘내서 PO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수원으로 가서 KT 위즈랑 피 터지게 한 번 해보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팀의 주장이자 리드오프 손아섭을 향한 강인권 NC 감독의 신뢰도 대단했다. 손아섭은 PO 5경기에서 타율 0.429(21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출루율(0.429)과 장타율(0.476) 모두 수준급이었다. 리드오프로 공격 활로를 뚫으면서 찬스마다 해결사 역할까지 해냈다. PO 5차전에선 3회 좌전 안타로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5회에는 2-0으로 달아나는 적시타까지 때려냈다. 7회에는 좌익수 방면 2루타로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팀 안타(6개)의 절반을 혼자서 책임졌다. PO 팀 타율이 2할(170타수 34안타)에 머문 NC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혼자 힘으로 팀을 KS 무대에 올리긴 어려웠다. 손아섭은 PO 5차전이 끝난 뒤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강인권 감독은 경기 뒤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 그의 열정을 후배들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손아섭의 힘이 있었다"며 "덕분에 한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고맙다"고 말했다.수원=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1.0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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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5] 대타 김민혁→1B 투수 교체, '신들린' 강철 승부수 11.8% 뚫었다

'우승 감독'은 우승 감독이었다. KT 위즈가 이강철 감독의 신들린 승부수를 앞세워 11.76%의 확률을 뒤집었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1·2차전에서 내리 패한 KT는 3~5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시리즈를 3승 2패로 마무리,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 4년 동안 정규시즌 2위에 드리워져 있던 'PO 업셋(순위가 낮은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높은 팀을 탈락시키는 일)' 징크스도 KT가 끊어냈다. 11.76%의 확률을 뚫었다. 역대 PO에서 1·2차전을 내리 패한 팀이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17번 중 두 번(11.76%·5전 3선승제 기준)밖에 없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고, 2009년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두산 베어스에 2패 뒤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KT가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우승 사령탑' 이강철 감독의 뚝심과 승부수가 통했다. 1·2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이강철 감독은 3차전에서 "있는 선수들을 모두 활용하겠다"라고 말했지만, 당시와 같은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고 나왔다. 두 경기에서 7득점·실책 4개로 흔들린 야수들을 믿었다. 그리고 이들은 3차전 무실책 ·무실점으로 활약한 데 이어, 4차전에선 방망이 폭발로 2연승을 견인했다. 이강철 감독의 선발진 승부수도 빛을 봤다. 이 감독은 4차전에서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1차전에서 75개의 공을 던진 쿠에바스는 불과 사흘 휴식 후 선발로 재등판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미 1차전부터 투구 수를 조절해 4차전 등판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승부수는 제대로 들어맞았다. 쿠에바스가 4차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활약한 덕분에 KT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5차전에선 교체 승부수가 번번이 들어 맞았다. 0-2로 끌려가던 5회 말, 1사 1·3루 기회에서 이강철 감독은 대타 김민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4차전에서 5타수 3안타로 맹활약한 오윤석을 빼고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김민혁을 대타로 투입했다. 그리고 김민혁은 대타 타석에서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교체 승부수가 제대로 들어 맞았다. 이어진 6회 초에선 선발 벤자민이 선두타자 안타에 이어 다음 타자 초구 볼로 흔들리자, 이강철 감독이 과감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벤자민마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를 내려간 승부수였다. 마운드에 오른 손동현은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 기대에 부응했다. 결정적인 순간 두 번의 승부수가 모두 들어 맞았다. 우승 감독다운 뚝심과 승부수로 KT는 리버스 스윕 역전 드라마에 성공했다. KT는 오는 7일 잠실야구장에서 정규시즌 1위 LG 트윈스와 2023시즌 우승 트로피를 두고 7전 4선승제 맞대결을 펼친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1.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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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성근의 돌직구 “사장들은 2~3년 후 떠난다. 야구 미래 고민하겠나”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여든이 넘은 노장(老將)은 지금도 야구장에 있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 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를 이끄는 김성근 감독은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장(서울 노량진야구장)에서 보내고 있다. 한국 야구의 현실을 누구보다 상세하게, 냉정하게 말해줄 그를 만났다.김 감독은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후지나미 신타로(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처음 봤다고 한다. 일본의 고교생들을 관찰한 그는 이때부터 한일 야구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느꼈다."당시 협회장을 비롯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야구 발전을 위한) 10년 대계(大計)가 있느냐고. 답이 없을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더라. 경기장에 와서 자리나 지키다가 중간에 가버리더라. 아마추어 협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 야구단 사장도 모그룹에서 오지 않나? 그들은 2~3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이 야구의 미래를 고민하겠느냐는 말이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이사회(야구단 사장 모임)의 영향을 받는 구조다. 중요한 포스트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누가 사명감을 가지고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수업뿐 아니라 ‘진짜 교육’ 필요그는 인터뷰 내내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동력은 그것뿐이라고 역설했다."돈이나 지위를 좇는 사람은 절대 미래를 그리지 못한다. 현재에 안주하거나 다른 자리를 찾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감독은 연승을 달릴 때 연패를 대비해야 한다. 관중이 많을 때 KBO는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게 한국 야구의 현실이다. 거기에 야구인의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다."김성근 감독은 KBO리그의 기량 저하를 걱정했다. 한국 투수들의 구속이 예전보다 빨라진 건 틀림없다. 그러나 제구력 등 기술적인 발전이 동반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수비 실책을 남발하는 건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이건 아마추어로부터 시작된 문제라고 본다. 유소년부터 중고교생까지 괜찮은 선수들이 꽤 있지만, 전체적인 기량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감독‧코치들이 어떻게 가르칠지 몰라 선수들이 나쁜 폼을 고치지 못한다. 그러면 부상이 생긴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훈련 시간은 적은데 중-고교 대회는 너무나 많다. 좋은 투수가 예선에서 많이 던지느라 정작 준결승, 결승에는 등판하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전혀 우승팀답지 않다."김 감독의 주장은 '고교 야구 주말리그제'로 대표되는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연관이 있다. 이는 중고교 선수들이 정규 수업을 듣고 경기는 주말에 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는 "공부시키자는 걸 누가 반대하나. 그런데 억지로 수업을 들었다고 정말 교육이 됐는가? (탁상행정 탓에) 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받는다면, 아침과 저녁에 훈련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그의 비판은 유관 기관인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향했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권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김성근 감독은 "난 지금도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다. 내가 프로야구 감독을 할 때 스프링캠프에서 매일 한두 시간씩 선수들을 교육했다. 학생 야구도 정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며 “요새 학교폭력 등도 이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가장 나쁜 일은 선수들의 미래를 막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돈‧지위 아닌 사명감 좇아야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인 중 일본 프로야구(NPB)를 가장 오래, 깊이 들여다본 지도자다. 2005년 롯데 마린스의 인스트럭터, 2006년 정식 코치를 지냈다. KBO리그에서 감독 커리어를 마치고 2018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코치 고문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1군 코치 고문, 2022년에는 특별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다.김성근 감독은 "예전의 일본 야구를 생각해선 안 된다. 일본 선수들 체격이 좋아진 데다 훈련 방법도 과학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투구와 타격 자세를 재연했다. 2023년 WBC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미‧일 리그에서도 맹활약하는 건 탄탄한 기본기와 성실한 훈련 덕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KBO리그 선수들은 WBC에서 부진했을 뿐 아니라 부상도 워낙 많았다.그는 "WBC에 출전한 몇몇 우리 선수들을 보라. (근육이 아니라) 살이 붙어 있더라. 대회에 나갈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런 선수를 왜 뽑았나?"라고 물었다. 아마추어가 기본기를 다지는 데 소홀하고, 프로에는 체계적인 훈련을 도울 '코치의 부재'가 김성근 감독이 안타까워하는 한국 야구의 문제였다.김성근 감독은 "현재에 만족해서 그렇다. 더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미래가 있다. 2007년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했다.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 드래건즈를 두 번 만나서 예선(6-3)에서 이겼지만, 결승(5-6)에서 졌다. SK는 다음날 귀국하지 않고 일본 고치 캠프로 갔다. 코치‧선수들에게 '퍼펙트한 팀을 만들자'고 했다. 그게 SK 왕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다시 사명감으로 이어진다."지난해 말 SK 출신 선수들이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감독님 계실 때 훈련하느라 죽을 뻔했다. 그래도 덕분에 성공했다'고 하더라. '내가 더 죽을 뻔했다'고 했더니 선수들이 '그건 맞다'며 웃더라. 나는 이 더위에도 하루 300개씩 펑고(fungo, 수비 훈련을 돕기 위해 타구를 날리는 것)를 친다. 집에 가면 온몸이 아프지만, 선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를 살리는 게 지도자다."인터뷰 내내 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의 총체적 문제를 지적했다. 행간을 잘 읽어보면 그가 아쉬워하는 대상은 선수보다 행정가와 지도자, 즉 '야구계의 선배'였다.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듣기 좋은 말만 나누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를 떠나면서 일본의 전설적인 홈런왕 출신 오 사다하루(83) 호크스 야구단 회장과 나눈 일화를 전했다."오 회장이 '긴상(金さん),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마지막 가는 길에 (야구계에) 혼을 선물하고 가자'고 했다. 나는 '좋습니다. 대신 악에 받쳐서 합시다.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답했다.”김식 기자 ◆김성근(金星根, 1941년 10월 30일~)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1961년부터 한국 실업야구에서 뛰었다. 선수 은퇴 후 마산상고, 충암고, 신일고 등에서 감독을 맡았고, 1982년 OB 투수코치로 프로 무대에 들어왔다. 1984년 OB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돌핀스(1989~90년) 삼성 라이온즈(1991~92년) 쌍방울 레이더스(1996~99년) LG 트윈스(2001~2002년) SK 와이번스(2007~11년)를 거쳐 한화 이글스(2015~17년) 감독을 역임했다. SK 시절엔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야신(野神)’으로 불렸다. 비판 의식이 강한 탓에 구단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3.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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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호랑이 사냥꾼'…1점대 ERA 붕괴, 멀어진 대기록

'호랑이 사냥꾼'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시즌 최악의 투구로 무너졌다.페디는 3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 8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7실점하며 시즌 6패(16승)째를 기록했다. 에이스가 흔들린 NC는 3-13으로 완패. 페디의 평균자책점(ERA)은 1.97에서 2.39까지 치솟았다. KBO리그 역대 6번(4명)밖에 나오지 않은 '시즌 20승·1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 중이었지만 KIA전 부진으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시즌 20승·1점대 평균자책점’은 1982년 박철순(당시 OB 베어스)과 1985년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해낸 뒤 1986년, 1989~1990년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 1997년 김현욱(당시 쌍방울 레이더스)이 대기록을 세웠다. 투수의 역할이 분업화하고 타자의 기량이 향상한 21세기 들어선 그 누구도 기록을 정복하지 못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마찬가지다. 예상을 깬 결과였다. 페디는 올 시즌 KIA전에 2경기 등판, 2승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었다. 14이닝을 투구하면서 12탈삼진 무실점. 50타자를 상대해 단 하나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KIA전 피안타율도 0.160(피장타율 0.200)으로 강점이 뚜렷했다. 두 경기 모두 7이닝 소화. 그런데 31일 맞대결에선 추풍낙엽처럼 흔들렸다. 7실점은 페디의 한 경기 최다 실점(종전 5실점)이다.3회 급격하게 무너졌다. 페디는 3-1로 앞선 3회 말 무사 2루에서 김도영의 적시타로 실점했다. 1사 후 최형우-소크라테스-김선빈-김태군-변우혁에게 충격에 가까운 5연속 안타를 맞고 3-5로 점수 차가 뒤집혔다. 계속된 2사 만루 위기에선 박찬호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내줬다. 강인권 NC 감독은 4회 말 수비부터 신민혁으로 교체, 불펜을 가동했다. 페디의 투구 수는 78개였다.31일 경기 뒤 페디의 KIA전 평균자책점은 3.71(17이닝 7실점)까지 상승했다. '천적' 관계도 깨졌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9.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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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유일 투수'에 도전하는 페디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역대급 시즌'에 성큼 다가섰다.페디는 지난 25일 LG 트윈스전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7이닝 1실점 쾌투로 시즌 16승(5패)째를 수확, KBO리그 다승 선두를 질주했다. 아울러 경기 전 2.01이었던 평균자책점을 1.97까지 낮췄다. 26일 기준 KBO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20명의 투수 중 1점대 평균자책점은 페디뿐이다.강인권 NC 감독은 지난 20일 페디의 잔여 등판과 관련해 "로테이션상으로는 (추가 선발 등판이) 10번 정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데 후반기 중요한 경기가 있으면 (닷새 휴식이 아니라) 나흘 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디의 시즌 승률(0.762)과 잔여 등판 횟수(8~9회)를 고려하면 20승 달성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그가 만약 1점대 평균자책점까지 기록하면 KBO리그 외국인 투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역대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해낸 외국인 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이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베어스)로 그해 그의 성적은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이었다.국내 선수를 통틀어도 '희귀 기록'에 가깝다.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은 역대 4명의 선수가 총 6번 달성했다. 1982년 박철순(당시 OB 베어스)과 1985년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해낸 뒤 1986년, 1989~1990년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 1997년 김현욱(당시 쌍방울 레이더스)이 대기록을 세웠다. 투수의 역할이 분업화하고 타자의 기량이 향상한 21세기 들어선 그 누구도 기록을 정복하지 못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마찬가지다.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0년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1998년 정명원(당시 현대 유니콘스) 이후 12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해 눈길을 끌었지만, 승리가 16번에 그쳤다.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은 빼어난 기량과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이정표. 페디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시즌 내내 슬럼프가 없다.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한 경기 최다 5실점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이 무너졌지만, 페디는 빠르게 회복했다. 단 한 번도 2경기 연속 3실점하지 않았다. NC 타자들은 페디가 마운드에 있을 때 리그에서 가장 많은 5.09점을 지원한다. 실점은 적은데 득점이 많으니 빠른 속도로 승리가 쌓인다.페디는 지난 8일 1985년 김일융(당시 삼성 라이온즈)이 달성한 KBO리그 역대 최소 경기(19경기) 15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상대하는 팀의 감독마다 "최고의 투수"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해낸다면 더 나아가 KBO리그의 '21세기 최고 투수'로 우뚝 설 수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8.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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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박경완 "공 3개로 아웃 카운트 3개 잡는 게 최고의 공 배합"

‘야신’ 김성근 감독은 쌍방울 레이더스 사령탑(1996~1999년)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애제자’ 박경완(51)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를 자주 칭찬했다. “팀 전력 50% 이상 차지하던 선수였다. 특히 투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리드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라며 말이다. 박경완 코치와 초·중·고교 시절, 그리고 프로 무대에서도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영혼의 단짝’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실점) 위기에서 투·포수가 같은 방향성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데, (박)경완이의 사인에 두 번 고개를 흔든 기억이 없었다. 그만큼 나를 잘 알았던 포수”라고 돌아봤다. 신인 시절부터 박 코치의 리드 속에 성장하며 메이저리그(MLB) 무대까지 밟은 김광현(SSG)은 “박경완이라는 위대한 포수를 만난 건 내 야구 인생 가장 큰 행운”이라고 했다. 지도자·동료의 평가가 박경완 코치가 어떤 포수였는지 설명한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중 한 명이었다. 영민한 리드로 투수의 능력을 극대화했고, 포구·블로킹·도루 저지 등 포수가 갖춰야 할 기본 능력도 정상급이었다. 1991년 프로 무대에 데뷔, 23시즌 동안 뛰며 우승 반지 5개를 끼었고, 4번이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홈런왕도 두 번 차지할 만큼 타격도 뛰어났다. 2000년엔 이만수 전 SK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포수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상황·타자에 맞춰 공 배합 변주 줘야 김성근 감독의 ‘절대 신뢰’를 받던 선수 시절을 돌아본 박경완 코치는 “남들은 부러워했지만, 나는 솔직히 정말 큰 부담을 느꼈다. 감독님께서 투수코치 대신 나와 (투수 운영에 대해) 상의할 때도 있었다”라고 돌아보며 “감독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선 내가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러니 머리를 얼마나 많이 싸맸겠나”라고 웃어 보였다. 박경완 코치는 선수 연차가 꽉 찬 베테랑 시절에도 경기 복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우나에 앉아 다음 경기를 머릿속에 그리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 됐다고. 박경완 코치는 얘기를 나눈 레전드 포수 중 유일하게 ‘좋은 공 배합’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어떤 공이든 3개로 아웃 카운트 3개를 잡는 게 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투수와 타자 그리고 상황을 전방위로 파악해서 가장 적은 개수로 최대한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 팀 투수의 장단점, 상대 타자의 대응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 사실 얘기를 나눈 다른 레전드들도 비슷한 생각을 전했다. 박경완 코치의 생각은 조금 더 세밀하다. 그는 “몸쪽 공을 못 치는 타자라고, 눈에 익을 만큼 계속 (공이) 들어오면 못 치겠는가. 투수가 그날따라 포크볼을 잘 던진다고, 포수가 계속 같은 구종 사인을 내면 결국 한 번은 (안타나 홈런을) 맞는다. 그게 야구”라며 “공 배합이 결과론으로 평가받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야구가 확률 게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더 디테일 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석·공식을 따라야 할 때도 있지만, 상황이나 타자에 맞춰 변주를 주는 공 배합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였다. 박경완 코치는 이해를 돕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어퍼컷 스윙을 선호하는 타자들이 많아진 추세를 전제로 승부 사례를 예로 들었다. 1사 3루 위기에 빠진 배터리가 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삼진 또는 내야 땅볼이다. 낮은 코스로 공을 던져 땅볼을 유도하는 게 정석이지만, 박경완 코치는 하이 패스트볼로 어퍼컷 스윙의 약점을 파고 들어 내야 뜬공을 유도하는 것도 돌파구라고 본다. 타자의 눈을 현혹하기 위해, 때로는 어퍼컷 스윙을 하는 타자가 강한 낮은 코스를 보여주기도 해야 한다고. 포수가 많이 아는 만큼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게 박경완 코치가 말하는 이상적인 공 배합의 핵심이다. 그는 “포수는 바깥쪽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타자가 있어도, 정확히 어느 구속이나 코스에 약한지 꿰고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투수 육성은 포수의 사명감 박경완 코치는 선수 시절 당대 최고의 포수이자, 통산 314홈런을 기록한 ‘거포’였다. 좋은 포수 한 명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보여줬다. 그런 그조차 "야구는 포수 놀음이 아닌가"라고 물음에 "야구는 (흔히 말하는) 투수 놀음이 맞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타격도 좋아야 하지만, 마운드에 전력이 힘을 갖춰야 강팀이 될 수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박경완 코치는 투수가 제 실력을 발휘하고, 성장하는 데 포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투수 관리’ ‘투수 육성’을 사명으로 여겼다. 프로 입문부터 조범현, 김성근 감독에게 지도를 받으며 새긴 야구 가치관이기도 했다. 박경완 코치는 “포수는 특별한 조연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다. 투수가 마치 엄마같이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선수 생활을 했고, 지도자인 지금도 후배들에게 그런 조언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흡을 맞춘 투수가 승리·세이브·홀드를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어떤 타자의 타점이 결승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게 포수”라고도 힘주어 말했다. 젊은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을 땐 책임감은 더 강해졌다고 한다. 대체로 경험이 적은 투수들이 패전·추격조로 나서 1군 무대에 적응하는데, 박경완 코치는 그 투수들이 성장해야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젊은 투수는 무실점 등 성공하는 경험이 계속 쌓여야 ‘내 공도 통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상대 팀과의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해도, (투수의 성장을 위해) 일단 나부터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전병두·송은범·윤길현 등 2000년대 후반 SK 마운드 주축이 되는 투수들이 저연차 시절 박경완의 배려 속에 성장했다. 물론 사명감만 동기부여가 된 건 아니다. 김성근 감독이 종종 투수 이름을 직접 꺼내며 “투수 한 번 만들어 봐라”라고 당부하면 호기심을 갖고 그 선수를 지켜봤고, 소통하고 조언했다. 박경완 코치는 “직접 표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선수 기량이 좋아지면 ‘많이 컸네’하며 뿌듯했고 나름대로 성취감도 생겼다”라고 했다. 포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를 꼽아 달라고 하자, 박경완 코치는 SK 소속 시절 두산 베어스와의 2008년 한국시리즈(KS) 5차전 9회 말 1사 만루에서 채병용과 배터리를 맞춰 김현수(현 LG 트윈스)를 병살타(투수-포수-1루수) 처리하며 우승을 확정한 순간을 꼽았다. 박 코치는 “(채)병용이가 시리즈 초반, 잘 안 던지던 싱커를 보여줬다. 공이 좋았는데, 만루 위기에서 그 싱커가 생각나서 (김)현수에게 활용한 게 통했다. 타자 스윙 궤적, 공의 궤적이 선명하게 기억 난다”고 돌아보며 “공(채병용 싱커)이 정말 좋았다”라고 했다. 박경완 코치는 자신의 최고의 순간에도 조연이었다. 그는 "때로는 ‘감초’ 역할이면 충분한 게 포수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다 보면, 나중에 돌아오는 것도 있더라”라고 웃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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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조범현 감독 "데이터는 기본, 더 중요한 건 타자의 반응"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넓어지더라. 인간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 ‘왜 포수는 특별한 포지션인가’라는 물음을 던지자, 조범현(62) 전 KT 위즈 감독이 전한 말이다. 50년 넘게 포수로서, 또 포수 지도자로 살아온 그는 평생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었다. 조 전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포수의 고뇌, 동료와 코치진의 가교 역할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돌아봤다. 그는 “감독·코치에게 가장 많이 혼나는 포지션이 포수 아닌가.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얘기”라며 웃었다.조범현 전 감독은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출범 원년(1982년)부터 프로야구 무대를 누볐다. 선수 시절 강한 어깨를 갖춘 ‘수비형 포수’였다. 3할만 넘겨도 수준급이라고 인정받는 도루저지율 부문에서 조 감독은 통산(11시즌) 0.374의 기록을 남겼다. 3시즌(1984~1986) 연속 5할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조범현 감독은 지도자로 더 빛났다. 1993년부터 쌍방울 레이더스 배터리 코치를 맡아 이후 한국 야구 대표 포수로 성장하는 박경완(현 LG 트윈스 코치)을 지도하는 등 후진 양성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KIA 타이거즈, KT 위즈 사령탑도 맡았다. 2009시즌 KIA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며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첫 번째 야구인으로 남기도 했다.조범현 전 감독의 리더십을 압축하는 용어가 ‘데이터 야구’다. 선수 시절 포수로서 얻은 지식과 지혜, 직관과 인내가 융합한 덕분이었다. 그에게 포수를 물었다. 데이터와 순발력이 만드는 공 배합 선수 시절을 돌아본 조범현 전 감독은 “나는 기록을 유독 많이 연구하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졸업 뒤 바로 프로 무대에 입문, 선배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메이저리그(MLB)는 투수, 일본 야구는 포수가 공 배합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 시절 한국 야구는 대체로 연차(선·후배 관계)나 경험으로 그 양상이 갈렸다.투수보다 어린 조범현 전 감독이 자신이 생각하는 공 배합을 실현하려면, 선배 투수들에게 신뢰를 줘야 했다. 그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선수들에겐 기록지 한 장 달랑 넘어오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항목을 짜서 매일 체크해서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었다. 그걸 선배에게 보여주고 얘기를 나눴다. ‘쟤는 공부를 많이 하는 포수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라고 돌아봤다.입장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 훗날 베테랑 포수가 된 조범현 전 감독은 공 배합을 잘 알고, 상대 타자의 성향과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하는 투수의 의견을 존중해 줬다.그런 조범현 전 감독도 ‘좋은 공 배합’을 정의하지 못한다. 그는 “정답이 있다면 이미 한국 야구에서 퍼펙트게임(9이닝 동안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경기)이 나왔을 것”이라며 “결국 상황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게 공 배합의 핵심이다. 포수는 스코어와 주자 유무·볼카운트 심지어 바람이 부는 방향까지 모두 염두에 두고 손가락을 펴야(사인을 내야) 한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조범현 전 감독이 유독 강조하는 부분은 ‘타자 중심’ 배합이다. 데이터를 토대로 사전에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실제타자와 싸울 때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급적 (투수에게) 초구는 몸쪽으로 붙이는 직구 또는 바깥쪽 변화구를 주문한다. 타자의 반응을 보고 그의 노림수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배트를 쥔) 팔이 열리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여기에 파울 타구 방향과 속도에 따라 스윙 타이밍 또는 타격 컨디션을 가늠하기도 한다. 우타자 기준으로 3루 선상으로 향하면 타이밍이 빠르다고 볼 수 있다. 파울이 백네트로 향하면 타이밍이 맞아 들어가고 있으니, 다른 로케이션이나 구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좋은 공 배합을 정의할 수 없지만, 기본 틀에서 벗어나는 사인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조범현 전 감독은 “박빙 상황에서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나 이대호(은퇴)에게 정면 승부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이 도루할 가능성은 낮으니, 볼넷을 내주는 걸 염두에 두고 공 배합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1사 주자 3루 상황이라면 어떤가. 외야 플라이로도 1점을 내줄 수 있다. 삼진이나 땅볼 유도가 최선이다. 이 경우 투수가 높은 공을 던져, 내야 뜬공이라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도, 나는 포수에게 ‘외야 뜬공이 될 수 있었으니 그 선택은 위험했다’라고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려로 쌓는 투수와의 신뢰 모든 변수를 고려해 공 배합을 이끌어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때로는 투수가 원하는 대로 사인을 냈다가 안타나 홈런을 맞기도 한다. 감독·코치에게 야단을 맞는 건 대체로 포수다.조범현 감독도 ‘동네북’ 신세를 겪었다. 투수와의 신뢰가 흔들리는 결과가 많아지면 크게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도자가 된 뒤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나눌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세웠다.조범현 전 감독은 “컨트롤 미스(투수 책임)와 공 배합 미스(포수 책임)를 명확히 나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구에 스윙 타이밍이 늦는데 변화구 사인을 냈다가 (안타·홈런을) 맞으면 그건 공 배합 실수다. 반대 투구(포수가 요구한 코스의 반대로 던지는 공)가 되면 그건 투수 문제”라고 설명하며 “투수는 안 좋은 결과를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포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더 안 좋다. ‘내 미스’라고 인정할 수 있도록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놓는 게 바람직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두는 게 핵심이다. 야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대화만큼 효과적인 소통법이 없다는 걸 조범현 전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때로는 이를 위해 투수가 포수에게 ‘마음의 부채’를 갖도록 유도했다. 조 전 감독은 “투수의 미스가 명확한 상황에서도, 포수 박경완을 일부러 질책할 때가 있었다. 그걸 보고 미안한 마음이 생긴 투수가 나중에 (박경완에게) 밥을 사면서 더 대화를 나누더라. 선수 시절 포수였기 때문에 이런 심리 상태를 잘 안다. 이런 개입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라며 웃었다. 조범현 전 감독은 "포수는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다. 배터리 사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쪽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포수가 투수를 아우르는 경우가 더 많다. 조 전 감독은 “투수들의 개성을 두루 헤아리며 마인드 컨트롤을 도와주는 것도 포수의 몫”이라며 “포용력도 포수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했다. 자신이 선수 생활 아쉬웠던 점, 좋은 포수로 성장한 후배들을 보며 정립한 생각이다. 조범현 전 감독은 프로를 꿈꾸는 후배 포수들을 향해 “여러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보니 아구장 밖에서 다른 분야 사람을 만날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중간에서 난처할 때가 많다 보니 인내심도 생긴다. 돌아보면 그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범현 전 감독이 웅변한 포수론은, 곱씹을수록 인생의 지혜 같았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일간스포츠가 8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을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대표 포수들이 투수와의 배터리 호흡을 통해 새긴 자신만의 '리드의 정석'을 소개합니다. 정답이 없는 공 배합, 누구도 답을 주지 않는 투수와의 관계에 대해 얘기합니다. 포수가 전하는 '인문학'을 소개합니다. 2023.07.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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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22년 차 고효준 "좌 송진우·우 김원형 목표 달성, 잘 버텼다"

SSG 랜더스 투수 고효준(40)은 프로 22년 차다.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투수 중 가장 긴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여전히 필승조에 속해 있다. 고효준은 지난 2002년 롯데 자이언츠(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에 입단했다. 이후 SK 와이번스(현 SSG)-KIA 타이거즈-롯데-LG 트윈스를 거쳐 지난해부터 SSG에서 뛰고 있다. 나이로는 1982년 7월생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리그 최고령 투수다. 그러나 오승환은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삼성에 입단했다. 프로 경력으로는 1983년 2월생 고효준이 현역 최고다.고효준은 "솔직히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원형 감독님께서도 '좋은 구위나 결과를 보인다면 나이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씀 해주신다"고 전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목표 의식이 있었다. 선수로 길게 뛰는 거였다"고 말했다. 롤 모델은 송진우(전 한화 이글스)와 김원형(현 SSG 감독)이었다. 송진우는 고효준의 세광고 선배이자 같은 좌완 투수 출신이다. 1989년 빙그레 이글스에서 데뷔해 2009년까지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투수 통산 최다승(210승)을 달성했다. 그는 "송진우 선배님의 나이와 연차까지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등 운동을 꾸준하게 쉼 없이 해왔다"고 돌아봤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프로 입단한 송진우는 마흔셋, 프로 21년 차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SK로 옮긴 후에는 우완 투수 김원형이 우러러보였다. 고효준은 2002년 롯데 입단 후 곧바로 방출, 이듬해부터 SK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김원형 감독과는 SK에서 8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SK로 옮기자 '김원형 선배님처럼, 그 나이까지 뛰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다"며 "나도 SK 시절 선발 투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당시 김원형 감독님이 커브로 삼진을 잡고 시크하게 마운드를 내려오는데 멋있더라"고 말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 '어린 왕좌'로 불렸던 김원형 감독은 통산 134승을 거두고 2010년 은퇴했다. 고효준은 "언젠가 '선배(감독)님처럼 오래 뛰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너도 오래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대로 자신 있게 던져'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고효준은 송진우와 김원형이 남긴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배보다 더 오래 프로에서 버티고 있다. 그의 야구 인생을 돌이켜 보면 의미가 적지 않다. 방출 3회(롯데 2회, LG 1회) 트레이드 1회(SK→KIA) 2차 드래프트 1회(KIA→롯데) 등을 경험했다. 야구 인생의 위기도 여러 차례 마주했고,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팀을 옮겨야만 했다. 고효준은 "프로 생활이 힘들기도 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야구를 그만둘까' 하는 내적 갈등도 많이 했다"면서 "돌이켜보면 '잘 버텼다' 싶다. '고효준 잘했다. 잘 이겨내고 성공했네'라고 칭찬하고 싶다"고 회상했다. 2021년 말 LG에서 방출된 고효준은 지난해 SSG로 이적했다. 사실상 마지막 팀이다. 지난해 45경기에서 1승 7홀드 평균자책점 3.45를 올린 고효준은 올 시즌에도 필승조의 한 축을 맡아 2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하고 있다. 노경은(35경기)에 이어 팀 내 투수 중 두 번째로 많은 34경기에 출장했다. 고효준은 젊은 시절과 비교해 "(피칭이) 확실히 많이 영글었다. 과거에는 무턱대고 힘으로 상대했는데 지금은 노련미가 많이 붙었다"며 "노경은(39)이나 나처럼 경험 많은 선수들이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개막 전 SSG의 최대 약점은 불펜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SSG는 1일 기준으로 구원진 평균자책점 1위(3.04)다. 고효준은 "지난해 SSG로 돌아와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라며 "올해도 목표는 우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3.07.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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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A] '야신' 김성근 감독 "늘 이기기 위해 상식을 거부했다"

김성근(81) 감독이 '2023 IS 스포츠마케팅 써밋 아카데미'에서 53년 야구 인생을 돌아봤다. 한국 야구계에서 늘 비주류로 통했던 그가 '최고 감독'이 되기 위해 평범함을 경험담을 이 자리에서 들려줬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지난 1일 서울시 중구 순화동 KG타워 지하 1층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IS 스포츠마케팅 써밋 아카데미'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강연에는 이데일리M 곽혜은 대표와 이성재 경영총괄실장, 그리고 50여 명의 수강생이 참석했다.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김 감독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남들처럼 하면 그들을 흉내내는 것밖에 안 된다. 비상식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 인생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재일교포 출신인 그는 재정난을 겪거나, 전력이 약한 팀을 맡기 일쑤였다. 자신도 "구단과 자주 충돌했다"고 인정했다. 프로에선 OB 베어스-태평양 돌핀스-삼성 라이온즈-쌍방울 레이더스-LG 트윈스를 거쳐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 부임 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5년에는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 외에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창단 감독을 맡았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몸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늘 이기기 위해 상식을 거부했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날 수강생에게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김 감독은 "상식 속에 일을 해결하려 하면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쌍방울 시절 한 경기에 투수 8~9명씩 투입하고, 1회부터 투수 3~4명을 마운드에 올린 적도 있다"며 "어찌 보면 프로야구답지 않은 운영이다. 밖에서 아무리 욕하더라도, 버티고 싸우려면 온갖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가 공 2~3개 던지는 것을 보고 별로다 싶으면 바로 교체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사실 투수에게는 모욕적인 일이다. 그래도 상식적인 야구로는 이길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일찍 교체된 투수가 성장하는 것도 봤다"고 회상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강연에서 세 번의 암 수술을 받은 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첫 번째 수술을 받은 뒤 입원한 병원에서 잠실구장이 보이더라. 하루빨리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에 수술 다음 날부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SK 감독 시절 전립선암 수술 후엔 몸 상태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는데 피를 토하며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했다. 또 세 번째 수술은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복귀 후에도) 너무 아팠지만 그 모습을 보이기 싫어 호텔 방 문을 닫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다"며 "위험하고 미친 짓"이라고 돌아봤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 감독 어드바이저(감독 고문) 역할을 끝으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나는 야구장으로 가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 아이디어를 오늘 경기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하면 그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강야구'의 감독이 되어 다시 그 길을 걷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질의응답 시간에 '최강야구 감독을 맡게 된 이유'와 '사령탑 시절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답했다. 또한 올해 프로야구에서 도루 실패, 태그 동작에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직접 자세를 보여주기도 했다.김성근 감독은 마지막으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그만둘 때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냈구나' 싶었다"며 "싸워서 이겨야 한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도 최고가 되기 위해 모인 것 아닌가. 일반적인 아이디어나 상식으로 접근하면 최고가 되기 어렵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IS 스포츠 마케팅 써밋 아카데미는 오는 7월13일까지 매주 화, 목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매회 2강좌씩 한 달 반 동안 진행된다. 스포츠 마케팅 실무 전문 강사진과 레전드 스포츠 스타들이 강연자로 나선다. 이형석 기자 ops5@edaily.co.kr 2023.06.0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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