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1월 20도' 마이애미서 온 쿠바계 수아레즈, "아직 빌드업 중, 여름이 기대된다"
LG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29)는 쿠바계 미국인이다. 그가 태어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는 1959년 이후 30만 명에 이르는 쿠바 난민들이 이주한 곳이다. 수아레즈는 쿠바 출신 조부모와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야구를 즐겼다. 수아레즈는 "야구를 좋아하는 쿠바 커뮤니티에서 일찍부터 야구를 했다"라고 말했다. 가족 역시 야구를 사랑한다. 수아레즈는 사남매의 둘째인데, 맏형 역시 야구 선수였다. 여동생은 소프트볼을 했다. 남동생은 미식축구를 했는데, 현재 야구 아카데미에서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수아레즈는 "지난겨울 일본 한신과 계약한 KT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가 남동생이 일하는 아카데미에서 함께 훈련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수아레즈가 한국 행을 결정하는 데도 가족의 응원이 한몫했다. 수아레즈는 "미국에선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MLB)를 오갔다. 내가 힘든 시기를 겪은 걸 가족들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뛰는 걸 응원했다"며 "때마침 LG가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보여줘 고마웠다"며 웃었다. LG가 우승을 위해 데려온 수아레즈는 KBO리그에 발을 내딛자마자 놀라운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27일 현재 다승 공동 1위(3승) 평균자책점 1위(1.17) 탈삼진 1위(33개)에 올라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78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수아레즈와 배터리를 이루는 포수 유강남은 "수아레즈의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아서 (포수가) 공을 잡기 어렵다"며 "지금껏 호흡을 맞춰온 좌완 외국인 투수와 비교하면 직구뿐만 아니라 변화구까지 완벽한 투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수아레즈는 "나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그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빠른 볼을 던지는 왼손 투수다. 직구(포심 패스트볼) 최고 시속 150㎞ 초반, 평균 140㎞ 후반의 공을 던진다. 또한 투심 패스트볼을 비롯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을 구사한다. 직구(32.7%)에 치중하지 않고 슬라이더(28.8%) 투심 패스트볼(21.1%) 비율까지 고른 분포를 나타낸다. 적어도 KBO리그에선 '제구되는 파이어볼러'인 셈이다. 그는 "(미국에선) 파워 피처라는 평가를 들어본 적 없는데, 기분 좋다"라며 "나 스스로 강속구 투수 유형이 아니라고 여겨 디셉션과 로케이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구속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상대 타자들은 수아레즈의 체인지업에 가장 많은 스윙(54.1%)을 한다. 그는 "지난해 체인지업이 별로 좋지 않아서 오프시즌 남동생, 캐치볼 파트너와 계속 연마했다. 그게 자신감으로 연결됐다"라며 "피치 터널링(타자가 구종을 판단하기 어렵게 던지는 기술)은 내게 정말 중요하다. 타자들이 불편하고 헷갈리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수 3개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그는 "아직도 빌드업 단계"라고 강조했다. 미국 마이애미와 한국의 기온 차 때문이다. 수아레즈는 1월 말 국내에 입국한 뒤 "날씨가 너무 추웠다"라고 했다. 개막 준비 과정이 이전과 크게 달랐다. 그의 고향 마이애미는 1월 기온이 섭씨 20도가 훌쩍 넘을 만큼 덥고 습하다. 수아레즈는 "따뜻한 날씨를 더 좋아한다. 한국도 여름에는 덥고 습하고 들었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의 활약에 더 자신감이 있다. 수아레즈는 "여름이 다가오면 더 좋은 모습과 폼이 나올 것이다. 나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1.04.29 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