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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012년 9월 9일…'소년 장사'는 '천하 장사'의 길을 걷다 [IS 피플]

"그때부터 공이 뜨기 시작했다."사소할 수 있는 홈런 하나에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소년 장사' 최정(37·SSG 랜더스)의 야구 인생 전환점은 '통산 121번째 홈런'이었다.최정은 지난 16일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3-4로 뒤진 9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최정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보유한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해외 진출 없이 프로 20년을 KBO리그에서만 보낸 터라 더욱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17일 경기에서 갈비뼈에 투구를 맞아 잠시 전열(타박상)에서 이탈했지만, 최다 홈런 기록을 깨는 건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유신고를 졸업한 최정은 신인 1차 지명으로 2005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그는 2005년 만 18세에 1군에서 홈런을 친 역대 두 번째 선수, 이듬해에는 만 19세에 두 자릿수 홈런(12개)을 기록한 역대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어린 나이에 홈런을 펑펑 쳐내니 이름 앞에는 어느새 '소년 장사'라는 수식어가 불었다. 2011년까지 개인 통산 홈런이 정확히 100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정은 자신이 홈런 타자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생각이 바뀐 건 우연한 계기였다. 2012년 9월 9일 인천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 3회 1사 3루에서 상대 선발 강윤구(개명 후 강리호)의 2구째 한가운데로 들어온 시속 143㎞짜리 직구를 통타, 중월 역전 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즌 21호, 개인 통산 121번째 홈런이었다. 그는 "당시에 뭔가 치는 메커니즘이 다른 걸 느꼈다. 밀어 쳐서 (펜스를) 넘긴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그때부터 공이 멀리 나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그해 이만수 당시 SK 감독 조언에 따라 타격 자세를 어퍼스윙으로 바꿨는데 넥센전에서 확신이 생긴 것이다. 최정은 "쉽게 말해서 (스윙) 궤도를 좀 바꿨다. 미국의 미겔 카브레라를 따라 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친다고 생각했는데 딱 하나 잘 맞았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터치감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카브레라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511홈런을 기록한 레전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알 칼라인은 "테드 윌리엄스 이후 내가 본 가장 훌륭한 타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큰 체구(키 1m93㎝·몸무게 121㎏)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스윙이 일품이었다. 최정은 윌리엄스의 타격 영상을 찾아보며 몸에 익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상의 발사각을 찾았다. 이승엽 감독은 최정에 대해 “우타자로 굉장히 긴 폴로스루를 갖고 있다. 체구가 우락부락한 스타일이 아닌데 스윙 스피드와 힘을 공에 맞을 때 잘 전달하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SSG에서 최정을 지도했던 정경배 한화 이글스 코치는 "팔심이 세고, 하체만 잘 쓴다고 해서 몸통의 회전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강하게 치려면 (몸통의) 꼬임이 좋아야 하는 데 최적의 경우가 이상적"이라고 극찬했다.최정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18일 기준 리그 홈런 공동 1위. 개인 통산 네 번째 홈런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K에서 한솥밥을 먹은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한 가지에 빠지는 게 쉽지 않은데 최정의 몰입은 장난 아니다. 몸에 맞는 공을 300개 넘게 기록(329개)하면서도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그만큼 몰입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단순하고 심플해 보이는 선수지만 경기에 엄청나게 집중한다. 대기록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19 07:01
메이저리그

[IS 포커스] 97마일 강속구도 가뿐하게...이정후, 안타 10개 중 7개가 직구 공략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진출 5번째 멀티히트를 쳤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시타를 치며 역전승 발판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강속구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4 MLB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의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7경기로 늘렸고, 5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한 경기에 3출루를 해낸 건 3번째다. 중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치며 KBO리그 시절 '해결사' 본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정후는 1회 초 마이애미 선발 투수 에드워드 카브레라를 상대했다. 루킹 스트라이크와 파울로 불리한 상황에 놓였지만, 볼 2개를 골라내며 6구 승부로 끌고 갔고, 카브레라의 97.1마일(156.3㎞/h) 바깥쪽(좌타자 기준) 높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받아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첫 안타를 쳤다. 7회 타석에서는 천금같은 적시타를 쳤다. 1-3으로 지고 있던 샌프란시스코가 1사 1·3루에서 패트릭 베일리의 희생플라이로 1점 추격하고, 후속 닉 아메드까지 볼넷을 얻어내며 기회를 이어간 상황에서 바뀐 투수 앤드류 나디를 상대했고,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151.1㎞/h 바깥쪽 직구를 밀어 쳐 101.5마일(163.4㎞/h) 좌중간 적시타를 쳤다. 타구 속도가 너무 빨라 마이애미 유격수 팀 앤더슨이 미처 포구하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어진 상황에서 윌머 플로레스까지 적시타를 치며 4-3으로 앞서갔고,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했다. 탬파베이전 1승 2패로 위닝시리즈(3연전 2승 이상)를 내줬지만, 이어진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선 승리했다. 이정후는 150㎞/h대 강속구 공략으로만 멀티히트를 쳤다. 빅리그 데뷔 전 빠른 공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사라졌다. 실제로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직구 대처력이 돋보였다. 생산한 안타 10개 중 7개가 직구 공략이다.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1회 초는 맷 월드론의 149㎞/h 직구릘 중전 안타로 연결했고, 9일 워싱턴전 3회 타석에서는 트레버 윌리엄스의 143.7㎞/h 공, 10일 위성턴 2차전에선 9회 카일 피네건의 156.1㎞/h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13일 탬파베이 레이스 원정 3회 초에도 제이콥 웨스그펙의 148.7㎞/h를 좌전 안타로 연결했고, 15일 탬파베이 3차전에선 1회 숀 암스트롱의 150㎞/h 직구를 당겨쳐 우익수 앞에 보냈다. 이날 마이애미전에서 2개 더 추가했다. 97마일 넘는 강속구를 공략해 만든 안타만 2개다. 150㎞/h 이상 직구는 4개. 현지 매체들의 의구심을 하나씩 지워가는 이정후. 155㎞/h 이상강속구 공략은 이제 그에게 숙제가 아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16 17:40
세계

나스닥 1.68% 상승...엔비디아와 애플 4%대 급등

뉴욕증시가 인플레이션 경계심이 진정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1%대 급등했다.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43포인트(0.01%) 하락한 3만8459.08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8.42p(0.74%) 오른 5199.06을,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71.84p(1.68%) 오른 1만6442.20을 나타냈다.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의 도매 물가인 PPI 지수가 직전월보다 완화된 점에 주목했다. 미국 노동부는 3월 PPI가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대비 0.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21만1000명으로 직전주보다 1만1000명 감소했다. 이번 수치는 전문가 예상치 21만7000명을 밑돌았다.연준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에서 본 것처럼 하락하는 과정에서 굴곡이 있을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2%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최신 인플레 지표는 "아직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종목 별로 보면 기술주들이 반등세를 나타내면서 나스닥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날 4%대 상승했다. 애플 역시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에 4% 이상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대 올랐다.아마존닷컴이 1%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A가 2%대 상승했다. 테슬라도 1%대 올랐다.모건스탠리의 자산운용 사업부가 돈세탁 위험이 있는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했는지와 관련해 연방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모건스탠리 주가는 5% 이상 하락했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의 주가도 장중 5%대 내렸다.기술 관련 지수는 2%대 상승했고, 통신 관련 지수도 1%대 올랐다. 산업, 부동산 지수도 나란히 상승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4.12 09:01
배구

개인상 수상자 0명, 최초 통합 4연패가 더 대단한 '무관의 제왕'

V리그 최초로 통합 4연패를 이룬 대한항공은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에서 사실상 빈손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시상식을 씁쓸하게 마쳤다. 개인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최우수선수(MVP), 신인상, 각 포지션 별 최고를 뽑는 베스트 7까지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남자부 감독상을 받았지만, 챔피언 결정전 우승 팀 사령탑에 의례적으로 주어지는 상이다. 2023~24시즌 봄 배구 진출한 7개 팀(남자부 4개, 여자부 3개) 중 개인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구단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여자부 우승팀 현대건설은 미들 블로커 양효진과 세터 김다인, 두 명이 수상했다. 수상이 불발된 가장 안타까운 선수는 '토종 거포' 임동혁이다. 외국인 선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에게 3표 차로 밀렸다. 레오가 15표, 임동혁이 12표를 얻었다. 임동혁은 외국인 선수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인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며 득점 7위(559득점·국내 선수 2위) 공격 종합 1위(56.02%)로 대한항공의 4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표심은 정규시즌 득점, 공격종합, 서브 모두 2위에 레오에게 좀 더 향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우승이 더욱 대단한 이유다. 단 한 명의 포지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V리그 출범 최초로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궜다. 대한항공은 지난 2일 열린 OK금융그룹과의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탄탄한 국내 선수 뎁스(선수층)로 정상을 사수했다. 두 차례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정지석이 허리 부상 여파로 2라운드까지 결장했다. 정지석의 빈자리는 신예 정한용이 완벽하게 메웠다.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가 무릎 부상으로 빠져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다. 대체 선수 무라드 칸의 기량도 조금 아쉬웠다. 임동혁이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지웠다. 대한항공은 '우승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극복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개인상 수상은 놓쳤지만 전문위+심판(30%) 언론사(40%) 감독+주장(10%), 기록(20%)을 합산해 선정하는 의미 있는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다. 이형석 기자 2024.04.11 06:45
메이저리그

타구가 떴다, 이정후도 날았다...역시 쓸데 없는 걱정

'이윽고' 타구가 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천재'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았다. 이정후는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얻어내며 3번 출루했다. 이정후는 3볼넷만 3개 기록한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이어 정규시즌 2번째로 '3출루'를 해냈다. 멀티히트는 3월 30일 샌디에이고전, 2일 LA 다저스전에 이어 3번째다. 1할대 추락 위기에 있던 타율은 0.238으로 올랐다. 멀티히트라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나온 타구의 질이 더 큰 의미였다. 1회 말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쳤지만, 이정후를 향한 우려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타구가 또 땅볼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지난 4일 다저스전부터 3경기, 12타석 연속 안타를 치지 못했다. 타구는 대부분 내야 땅볼이었다. 8일 샌디에이고전 첫 타석에서 맷 월드론 상대 안타를 쳤지만 또 타구는 내야수 머리 위를 넘지 못했다. 이어 나선 3타석도 내야 땅볼 2개와 내야 팝플라이였다. 타구 속도는 빠른데, 좀처럼 타구가 뜨지 않아 우려를 줬다. 정작 초반에는 나오지 않던 문제였다. 데뷔전이었던 3월 29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희생플라이, 3번째 출전이었던 31일 샌디에이고 3차전에서는 홈런을 쳤다. 벌써 이정후의 타격이 분석됐다는 시선도 있었다. 5경기째 땅볼만 쏟아내던 이정후는 9일 워싱턴전 3회 말 타석에서 비로소 공을 띄웠다. 투수 트레버 윌리엄스를 상대로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좌타자 기준) 143.1㎞/h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해 좌익수 앞까지 뻗는 '빨랫줄' 타구를 생산했다. 좌익수 제시 윈커가 글러브를 뻗었지만, 조금 앞에 떨어졌고, 이정후는 2루까지 내달려 MLB 데뷔 1호 2루타까지 기록했다. 사실 3연속 무안타에 그쳤을 때도 타구의 질은 좋았다. 7일 샌디에이고전 6회 타석처럼 야수 정면으로 향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도 있었다. 타자는 한 경기에서도 타격 자세, 발사각에 변화를 준다.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유지하지만, 상대 투수나 구종에 따라 변주가 필요하다. 현지 매체에서도 '공을 띄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 이정후는 기어코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안타까지 생산했다. 이 경기(9일 워싱턴전)을 앞두고 MLB닷컴은 샌프란시스코 파워랭킹을 하위권에 두며, 기대받은 이정후가 낮은 타율(0.201)에 도루도 없다고 꼬집었다. 외부 요인과도 싸워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상황. 이정후는 보란듯이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10 06:59
메이저리그

SF 부진 원인으로 꼽힌 이정후→2루타 포함 멀티히트·3출루 활약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빅리그 데뷔 후 두 번째 3출루 경기에 성공했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받은 타구 각도가 크게 늘어나며 첫 2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정확한 송구로 보살까지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 존재감을 뽐냈다.이정후는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1번 타자·중견수로 출전,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이정후는 1회 첫 타석과,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연이어 안타를 신고하며 일찌감치 멀티히트 경기에 성공했다.먼저 이정후는 워싱턴 트레버 윌러엄스의 5구째 체인지업을 밀어 쳐서 좌중간 안타를 뽑아냈다. 해당 타구 각도는 10도로, 그의 종전 평균 기록(4.1도)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였다. MLB 평균(12.2도)과도 더욱 근접했다. 첫 타석에서 출루한 이정후는 러몬트 웨이드 주니어의 2루타 때 홈을 밟으며 득점에도 성공했다.3회에서도 밀어 치는 타격이 나왔다. 이정후는 윌리엄스의 직구를 밀어 쳐 좌익수 방면으로 공을 보냈다. 이 타구를 향해 제시 윈커가 몸을 던졌으나, 공은 이미 잔디에 떨어졌다. 이정후는 곧바로 2루로 향했고, MLB 첫 2루타에도 성공했다. 이 타구의 각도는 17도로 MLB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후속 타자의 공격이 불발에 그치며 득점에는 실패했다.이정후는 5회 윌리엄스와의 세 번째 맞대결에서 볼넷을 얻어냈지만, 윌머 플로레스의 5-4-3 병살타로 공격이 끝났다. 이정후는 7회 마지막 타석에선 2루 땅볼을 기록했다.이정후는 8회 트레이 립스컴의 중전 안타 직후 후속 상황에서 정확한 송구를 3루로 향해 던졌다. 3루로 향하던 일데마로 바르가스를 잡아내는 정확한 보살이었다. 하지만 팀은 최종적으로 1-8로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이와 별개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0.205에서 0.238로 올랐다. 장타율 역시 0.282에서 0.333로 늘어났다.바로 전날 MLB닷컴은 샌프란시스코의 파워 랭킹을 6계단 하락한 23위에 올려놓으며 “이정후는 팀이 찾던 도화선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도루 없이 타율 0.205를 기록하고 있다”라고 짧게 짚었는데, 이날 이정후는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활약을 펼쳤다.김우중 기자 2024.04.09 14:09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 ‘원더풀 월드’, 아무 일 없이 돌아가는 세상 앞에 선 피해자들을 위하여

1967년 루이 암스트롱이 발표한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는 작곡가 조지 와이스와 프로듀서 밥 티엘이 흑백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만든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영국 팝차트 1위까지 차지하며 큰 인기를 얻은 곡이지만, 우리에게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굿모닝 베트남’(1987)으로 더 기억된다. 살벌한 베트남 전쟁의 처참한 풍경들과 더불어 흐르던 ‘왓 어 원더풀 월드’. 그건 강렬한 풍자를 담은 일종의 반어법처럼 다가왔다. 무엇이 ‘원더풀 월드’란 말인가. 이토록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MBC 금토드라마 ‘원더풀 월드’는 바로 이런 뉘앙스를 담은 드라마다. 어느 날 수현(김남주)의 아이가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가해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분노한 수현은 사죄를 요구했지만 뻔뻔하게 이를 거부하는 가해자를 충동적으로 차로 치어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죄에 대한 처벌로 감옥에 들어갔다 형기를 마치고 나온다. 이걸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원더풀 월드’는 이 사적 보복이 불러온 연쇄적인 가해와 피해의 악순환을 그려낸다. 수현에 의해 사망한 가해자의 아들 선율(차은우)은 이제 아버지를 잃은 피해자로서 수현과 그 가족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하려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그 가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고리. 이 상황은 저 ‘굿모닝 베트남’에서 ‘왓 어 원더풀 월드’가 흐르며 보여지던 베트남 전쟁의 살풍경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누가 가해자인지 누가 피해자인지 알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서로를 찌르고 찔리며 흘리는 피와 눈물로 살아간다. 과연 이 전혀 ‘원더풀’하지 않은 악순환에 빠진 세상의 고리를 이들은 끊어낼 수 있을까. 수현과 선율이 특히 분노한 건, 각각 아들과 아버지를 잃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목도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아들이 사망했는데 아들을 죽게 만든 자는 버젓이 잘 살아가는 모습이 수현을 분노하게 했고,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그렇게 만든 수현은 감옥에서 출소한 후 남편과 방송에 나와 “행복해지려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결코 지울 수 없고 지워지지도 않는 상처와 아픔. 그래서 가해자가 ‘원더풀 월드’에 살아가고 있어도 결코 피해자는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그 괴리가 끝없이 분노를 야기한다.‘원더풀 월드’는 그래서 선악 구분이 확실하고 선이 악을 응징함으로써 시원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주는 그런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수현도 선율도 가족을 잃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이를 보복했거나 하려는 가해자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 사적 보복이 이뤄지는 걸 그저 시원하게 볼 수 없는 인물들이다. 대신 그래서 안타까움이 커진다. 수현과 선율이 가진 상처를 너무나 이해하고 그래서 복수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 또한 공감되지만, 그것이 서로를 향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두 사람 모두 피해자라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안타까운 두 사람에 공감하기 시작하면 둘이 서로에게 겨누는 칼날이 어딘가 잘못돼 있다는 걸 시청자들은 깨닫게 된다. 이미 사적 보복을 했고 거기에 대한 후회 또한 없다고 단언했지만 수현은 그 선택으로 선율이 겪는 아픔 또한 너무나 잘 이해한다. 선율 또한 복수하려 하지만 수현이 아들을 잃었던 그 상처의 깊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피해자로서의 공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더풀 월드’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이 부조리한 시스템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건 바로 죄를 짓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게 만드는 부패한 권력과 사법정의다. 김준(박혁권)이라는 정치인은 바로 그 표상처럼 그려진다. 결국 수현과 선율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서로가 아니라 저 부패한 권력과 사법정의라는 시스템일 수 있다. 죄를 지었다면 그만한 처벌을 받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정의가 구현되는 세상만이 피해자에게는 더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저들만의 ‘원더풀 월드’를 만들지 않는 길이다. 특히 끊임없어 터진 사건 사고들의 상처 속에서 여전히 아픈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피해자들 앞에 이렇다할 진상규명이나 사죄, 처벌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잘만 돌아가는 세상이 줄 절망감을 결코 외면해선 안된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4.08 05:45
배구

현장을 존중하는 구단주...대한항공 통합 4연패 중심엔 조원태 세심한 '배구 사랑' 있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역대 최초로 4연속 통합 우승 대업을 달성했다. 구단주 조원태(48) 한진그룹 회장은 틀을 깨는 인사와 아낌없는 투자, 현장의 전문성에 대한 전폭적 믿음을 드러내며 배구단 운영의 진수를 보여줬다. 대한항공 지도자와 선수들은 든든한 지원 속에 매 시즌 역량을 강화하며 프로배구 역대 최강팀으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은 지난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리그 1위에 올라 챔프전에 선착했던 대한항공은 2020~21시즌부터 4연속 통합 우승을 해냈다. V리그 출범 20년 만에 나온 최초 기록. 대한항공은 2011~12시즌부터 3연패를 했던 삼성화재를 넘어 역대 최강의 왕조를 구축했다. 부담감 이겨낸 목표 의식 대한항공 선수들은 우승 뒤 "올 시즌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했다. 이미 정상에 있었던 대한항공은 더 높이 날아올라야 했다. 팀 에이스 정지석은 "2위나 준우승을 해도 실패한 시즌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 모두 큰 부담감 속에 시즌을 치러야 했다"라고 돌아봤다. 악재도 많았다. 정지석은 허리 부상 여파로 2라운드까지 뛰지 못했고, 지난 시즌까지 통합 3연패 달성 주역이었던 링컨 윌리엄스까지 3라운드를 앞두고 허리 부상을 당해 이탈했다. 대체 선수 무라드 칸은 V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했다. 대한항공 통합 4연패의 원동력은 탄탄한 국내 선수 뎁스(선수층)였다. 정규리그 초반, 정지석의 빈자리는 데뷔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정한용이 완벽하게 메웠다. 외국인 선수와 포지션(아포짓 스파이커)이 겹쳐 벤치를 지켰던 국가대표 임동혁도 특유의 공격력을 보여주며 링컨의 공백을 지웠다. 이들은 정신력도 강했다. 지난 세 시즌 정상을 지키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고비를 겪었지만, 끝내 극복했다. 임동혁은 정규리그 1위 경쟁에서 우리카드에 밀려 있던 4라운드 초반 "누구도 가지 못한 길(통합 4연패)을 가는데,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세 시즌을 치를 때도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고공비행을 거듭한 대한항공의 국내 선수들은 OK금융그룹과의 이번 챔프전에서 챔프전 매 경기, 매 세트 존재감을 뽐냈다. 이들은 한국 배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주역으로 올라섰다. 현장을 존중하는 구단주새 역사를 만든 대한항공 뒤에는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조원태 회장이 있었다. 대한항공 모기업 한진그룹 오너가는 창업주 조중훈 회장부터 배구 사랑이 남달랐다. 조양호 2대 회장은 대한항공이 2011~12시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뒤 치른 인천 KEPCO45전을 온 가족과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배구단 운영에 쏟은 애정을 몸소 겪은 조원태 회장은 2017년 1월 부임 뒤 당시 '만년 3위'로 불린 대한항공의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전용 훈련장 내 첨단 영상 분석 시스템을 구축,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 확충을 지시했다. 아울러 선수들의 몸 관리를 위해 기계체조 선수 출신 트레이너를 영입했다. 데이터 분석력이 뛰어난 '비선수 출신' 전문가를 전력분석원으로 쓰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의 파격 인사는 스태프에 한정되지 않았다. 2020~21시즌 앞두고 남자부 V리그 구단 최초로 외국인 로베르토 산틸리(이탈리아) 감독을 선임했다. 세계 배구 트렌드를 접목해 경쟁력을 키우려 했다. 대한항공은 산틸리 감독 체제로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해냈다. 그와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는 외국인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감독을 영입했다. 조원태 회장은 화끈한 투자를 통해 선수들의 자존감을 높여줬다. 대한항공 주전 세터 한선수는 최근 3시즌 연속 보수 총액 1위에 올랐다. 정지석은 2022년 4월 자유계약선수(FA) 역대 최고 대우(1년 기준 9억2000만원)를 받았다.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이 강팀 반열에 오른 뒤에는 현장 운영 방침을 존중했다. 현장 인원들은 미래를 구상하고 계획하되, 현재 역량을 전적으로 믿어주는 구단주에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성탄절, 대한항공 홈구장(인천 계양체육관)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도 맡고 있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발 멀리서 응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는 구단주부터 신인 선수에 이르기까지 단단하게 구축된 신뢰 속에 이뤄졌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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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통합 4연패] '입대 앞두고 완벽한 마무리' 임동혁 "항공 우승, 결코 운이 아니다"

대한항공 주포 임동혁(25)은 통합 4연패 달성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임동혁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3차전에 선발 출전, 18득점·공격성공률 64.00%를 기록하며 대한항공의 세트 스코어 3-2(27-25 16-25, 21-25, 25-20, 15-13) 승리를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통합 우승. 2020~21시즌부터 4연패를 해내며 V리그 역대 최초 기록을 썼다. 역대 가장 강력한 왕조를 구축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임동혁이 있었다. 임동혁은 정규리그 토종 공격수 득점 1위(559)에 오른 선수다.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공백을 메웠고,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다운 존재감을 보여줬다.임동혁은 보통 외국인 선수가 맡는 라이트가 주 포지션이다. 그 탓에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컵대회에서 맹활약해도, 리그에서는 실력이 비해 출전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코트 위에 서면 누구보다 강력한 스파이크르 꽂았다. 올 시즌 그런 그의 기량이 만개한 것. 챔프전에서는 다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은 부진한 무라드 칸 대신 막심 지가로프를 단기전 히든카드로 영입했다. 임동혁은 챔프전 1·2차전에서 각각 1득점, 9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통합 우승을 해낸 3차전에서는 승부처였던 4·5세트 막심 대신 선발로 나섰고, 위력적인 대각선 공격을 연달아 꽂으며 1-2로 지고 있던 대한항공의 역전을 이끌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팀 선배 정지석이 선정됐지만, 임동혁의 활약은 MVP에 밀리지 않았다. 그는 역대 최초 4연패 달성을 만끽할 자격이 있었다. 경기 뒤 임동혁은 MVP 수상 불발에 대해 "(정)지석이 형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경기에 임했는 지 느껴졌다. 제 기량을 발휘해 반가웠다. 내가 더 탁월하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MVP에 연연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우리카드가 순위가 더 낮은 삼성화재에 잡히며 어렵게 1위를 지켰다. 우리카드의 실각 탓에 챔프전에 직행했다는 저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시선에 대해 임동혁은 "정말 그 어느 시즌보다 힘든 상황 속에 정규리그를 치렀다. 지석이 형, (김)민재 그리고 외국인 선수까지 부상을 당했다"라고 돌아보며 "만약 우리카드가 최종전에서 이겼다면, 우리가 1위를 하지 못하고,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운으로 이 자리에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힘으로 우승한 것"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임동혁은 4주 뒤 군 입대한다. 가장 큰 목표(통합 4연패)를 해낸 그는 "아직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지 못했다. 입대 전에 대한항공 젊은 선수들과 여행은 갈 것이다. 오늘(2일) 경기에서 이겨야 (일정상) 그게 가능했는데, 정말 해냈다"라고 반겼다. 프로 배구 선수 인생 1막을 완벽하게 마무리 한 임동혁. 정규리그 유력 MVP 후보이기도 하다. 그는 "챔프전 MVP는 못 받았지만, 정규리그 MVP는 받아보도록 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산=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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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통합 4연패] 마지막에 폭발한 정지석·임동혁·정한용...역대 최강 왕조 이끈 '토종 트리오'

남자 프로재구 대한항공이 V리그 역대 최초로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두꺼운 국내 선수 뎁스(선수층)를 앞세워 일군 쾌거다. 대한항공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27-25, 16-25, 21-25, 25-20, 15-13)으로 승리했다. 승부처였던 4·5세트, 국내 공격수 정지석·임동혁·정한용을 앞세워 박빙 승부를 우세하게 주도했다. 정규리그에서 우리카드를 극적으로 제치고 1위에 오른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PO)에서 우리카드에 2연승을 거두며 기세가 오른 OK금융그룹을 상대했다. 혈전이 예고됐지만, 대한항공은 1차전 3-1, 2차전 3-0 완승을 거뒀다.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던 에이스 정지석이 맹폭했고, 챔프전을 앞두고 교체해 영입한 막심 지가로프도 제 몫을 해냈다. 리그 대표 세터 한선수의 경기 조율 속에 3차전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통합 4연패. 삼성화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대한항공이 역대 최고의 팀으로 올라선 순간이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그 어느 시즌보다 고전했다. 3연패 주역이었던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가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고, 대체 선수 무라드 칸도 챔프전에 출전하지 못할 만큼 기량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공격수들이 빛났다. 데뷔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정한용이 3라운드까지 정지석의 빈자리를 잘 메워냈다. 정한용은 지난해 11월 11일 KB손해보험전에서는 데뷔 처음으로 트리플크라운(후위 공격·블로킹·서브 득점 3개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한용이 체력 저하로 주춤했을 땐,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동혁이 나서 링컨의 빈자리를 메웠다. 주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가 있어, 항상 부상 등 변수가 발생했을 때 존재감을 발휘했던 선수. 하지만 올 시즌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실제로 국내 공격수 득점 1위, 전체 7위(559점)에 올랐다. 정지석은 화룡점정을 찍었다. 정규리그 출전한 24경기에서 192득점, 공격성공률 45.69%에 그치며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그는 챔프전 1차전에서 31득점, 공격성공률 67.65%를 기록하며 전성기 모습을 보여줬다. 2차전도 3세트로 끝난 승부에서 10점, 공격성공률 50.00%를 기록했다. 임동혁도 막심과 출전 시간을 양분하며 오른쪽 공격 위력을 더했다. 3차전에서는 세 선수가 모두 활약했다. 정지석은 승부처마다 블로킹을 해냈고, 임동혁은 성공률 높은 대각선 오픈 공격을 마구 내리꽂았다. 정한용도 알토란 같은 득점을 해냈다. 정지석과 임동혁은 18점, 정한용은 10점을 기록했다. 1~3차전 내내 활약한 정지석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22표를 획득, 챔프전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개인 두 번째 수상이다. 최근 4시즌, 가장 어려웠던 대한항공의 통합 우승. 주역은 토종 공격수들이었다. 안산=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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