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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추]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슬램덩크’가 왔다

영화, 드라마를 보면 자연스레 어떤 노래 한 곡이 떠오를 때 있죠.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이기도 하고 작품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분위기가 어떤 곡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일 때도 있고요. 러닝타임 내내 귓가를 울리던 노래 한 곡을 ‘자음추’(자연스럽게 음악 추가)에서 소개합니다.“뜨거운 코트를 가르며”라는 말을 들으면 최소한 3040 세대는 다음 말이 떠오를 것이다. “너에게 가고 있어”라고. 1990년대 후반 SBS에서 방송해 큰 인기를 누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슬램덩크’의 주제곡이었다.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그 시절 ‘슬램덩크’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박스오피스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일일 관객 수 6만 2090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한 이 작품은 ‘교섭’, ‘유령’ 등 설 연휴 대작들의 개봉 속에서도 꿋꿋이 인기를 유지하다 결국 개봉 4주차 주말에 처음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이름을 새겼다. ‘슬램덩크’는 전국대회 제패를 꿈꾸는 10대 농구선수들의 피, 땀, 눈물을 그린 이 작품으로 지금도 ‘스포츠 만화의 교본’이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왼손은 거들 뿐”,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합은 끝난다” 등 숱한 명대사들도 나왔다.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TV 아사히에서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무려 2년 6개월여에 걸쳐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한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오랜 시간 TV로 시청자들과 만난다는 건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시 ‘슬램덩크’가 얼마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지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1994년 대원동화에서 ‘슬램덩크’ 비디오를 출시했다. 이후 1997년 투니버스에서 방송으로 내보냈고, SBS는 대원동화와 다른 성우진을 꾸려 1998년 6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슬램덩크’를 방영했다. 오후 6시대 프라임타임까지 잡았을 정도로 ‘슬램덩크’는 당시 TV에서 메이저 콘텐츠로 손꼽혔다. ‘파워레인저’를 제외하면 역대 국내에서 방송된 TV 애니메이션 가운데 ‘날아라 슈퍼보드’(56.95), ‘머털도사와 108요괴’(54.6%)에 이어 시청률 3위(49.8%)에 자리하고 있다.보고 즐길거리가 요즘처럼 많지 않던 시절. 방과 후 저녁을 먹고 TV 앞에 앉아 ‘슬램덩크’를 본 뒤 집 근처 농구장을 찾았던 기억. 그러한 집단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3040 세대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열광하는 이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렸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애니메이션계 최정상 제작진이 참여해 3D CG로 업그레이드된 생생한 캐릭터를 완성해 추억을 첨단 기술로 되살려냈다.비록 영화에는 삽입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귓가엔 계속 박상민이 부른 TV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OST ‘너에게로 가는 길’이 맴돌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만화와 달리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인터하이 32강전 단 한 경기만을 다루는 만큼 영화에는 경기의 박진감을 살리는 10FEET의 ‘다이 제로 칸’(第ゼロ感)이 쓰였다.하지만 어린시절부터 들어 머릿속에 각인된 주제곡의 힘이 대단하기는 한 모양이다. 곳곳에서 박상민의 ‘너에게로 가는 길’을 호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힘입어 메가박스에서는 지난달 12일 코엑스관에서 박상민이 영화 상영 10분 전에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상영회도 진행됐다. 이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했고, 4일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한 번 더 싱어롱 상영회가 열린다.다 큰 어른이 돼 회사에 나가고 만화 대신 뉴스에 열을 올리면서도 여전히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각. 세월을 뛰어넘어 순식간에 그때 그 시절로 마음을 이끄는 마력이 바로 애니메이션 주제곡이 가진 힘 아닐까. TV 애니메이션 종영 후 약 25년 만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뜨거운 코트를 가르고 우리에게 돌아온 것처럼.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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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추] ‘스위치’와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운명의 추를 돌릴 수 있다면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어떤 노래 한 곡이 떠오를 때 있죠. 영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메시지가 어떤 곡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일 때도 있고요. 러닝타임 내내 귓가를 울리던 노래 한 곡을 ‘자음추’(자연스럽게 음악 추가)에서 소개합니다. ‘살아가며 순간들 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우연이라는 이름에 빛을 잃었는지.’ 2006년 발표된 성시경의 ‘그 자리에 그 시간에’는 이런 노랫말로 시작한다. 서로 다른 곳에 태어나 살던 두 사람을 사랑으로, 이별로 이끈 여러 순간을 호출하며, 이 곡은 사실 그 모든 순간이 우연이 아니라 어떠한 선택이 만든 운명 같은 순간이었다고 노래한다. 4일 개봉하는 영화 ‘스위치’ 역시 선택에 대한 영화다. 캐스팅 0순위 천만 배우이자 자타공인 스캔들 메이커인 톱스타 박강이 크리스마스에 과거 자신이 했던 선택과 180도 다른 삶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만약 그때 내가 다른 결정을 했다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라는 것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하는 생각이다. 박강은 과거의 선택과 다른 결정을 내린 뒤 펼쳐진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고, 이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과 성장을 이룬다. 한 마리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내리는 그날그날의 선택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전부 알 수 없다. 마음을 먹고 과거로 돌아가도 결국 이전과 같은 선택을 내릴 수도, 다른 선택을 내린다 해도 결과적으로 바뀌는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 번은 얻고 싶은 것이 또 한 번의 기회. ‘스쳐 지나갔다면 다른 곳을 봤다면 만일 누군가 만났더라면 우린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그 말을 참았다면 다른 얘길했다면 우린 이별을 피해 갔을 것 같나요’라는 ‘그 자리에 그 시간에’의 물음을 ‘스위치’ 속 박강은 확인해볼 기회를 얻었다. 이 기회를 통해 박강은 무엇을 얻고, 또 어떤 성장을 이룰까. 사람은 결국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안고 살게 마련이다. ‘삶을 되돌려 보고 싶다’는 누구나 가질만한 욕망을 따뜻한 공감대로 풀어낸 ‘스위치’가 관객들이 앞으로 내디딜 발걸음에 작은 길잡이가 돼줄 수 있지 않을지. 4일 개봉. 12세 관람가. 113분.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1.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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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추] ‘영웅’ 뮤지컬 팬이라면 궁금할 ‘이것이 첫사랑일까’의 행방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어떤 노래 한 곡이 떠오를 때 있죠. 영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메시지가 어떤 곡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일 때도 있고요. 러닝타임 내내 귓가를 울리던 노래 한 곡을 ‘자음추’(자연스럽게 음악 추가)에서 소개합니다. 그 유명한 전미도도 불렀다. 사랑에 빠진 16살 소녀의 떨리는 마음을 노래한 뮤지컬 ‘영웅’의 넘버 ‘이것이 첫사랑일까’ 이야기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영웅’에는 사실 이 넘버가 빠져 있다. 배우 박진주가 부르긴 했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살짝 맞지 않는다고 판단, 최종 버전에서 빠지게 됐다. 영화가 크게 흥행할 경우 후에 감독판이나 무삭제판으로 공개되길 기대할 순 있지만 일단 당장 극장에서 보기는 어려운 것. 혹여 박진주가 부른 ‘이것이 첫사랑일까’가 공개된다 할지라도 뮤지컬과 맥락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본래 뮤지컬에서는 링링이라는 중국인 소녀가 안중근에게 짝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이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영화 ‘영웅’에는 링링이 없다. ‘영웅’에서 박진주가 연기한 인물은 독립군인 마두식(조우진 분)의 동생 마진주. 이름도, 국적도 다르다. 여기에 마진주는 독립군의 동생으로 극에서 오빠와 안중근을 위해 여러 헌신과 노력을 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는 점에도 차이가 있다. 영화 ‘영웅’에서 마진주는 독립군 막내 유동하(이현우 분)와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때문에 ‘이것이 첫사랑일까’ 역시 유동하를 향한 마진주의 마음을 표현하는 맥락에서 녹음됐을 가능성이 높다. 안타까운 시대적 상황으로 비록 두 사람의 사랑엔 비극이 닥치지만, 그럼에도 한때는 풋풋했던 진주의 감성을 후에 미공개 장면이나 OST 트랙으로나마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것이 첫사랑일까’는 또박또박한 발성과 예쁜 노랫말로 뮤지컬 입문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넘버. 웅장하고 결연함이 가득한 ‘영웅’이라는 작품에서 잠시 미소를 띠게 해주는 넘버인 만큼 영화 관람을 전후로 감상해 본다면 작품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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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추] 괴로워도 ‘타인의 고통’과 마주할 용기… ‘올빼미’와 김윤아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어떤 노래 한 곡이 떠오를 때 있죠. 영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메시지가 어떤 곡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일 때도 있고요. 러닝타임 내내 귓가를 울리던 노래 한 곡을 ‘자음추’(자연스럽게 음악 추가)에서 소개합니다. “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 하여 눈을 감고 살 수 있겠는가.” 23일 개봉한 영화 ‘올빼미’에서 소현세자(김성철 분)는 이런 말을 한다. 기침을 콜록이는 소현세자가 염려됐던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가 마음을 편히 해야 한다고 하자 하는 말이다. 소현세자가 왕이 됐다면 어땠을까. 조선시대 역사를 훑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하게 되는 생각이다.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8년여를 보내고 돌아온 고국. 부친의 냉대 속에 학질(기록에 따르면)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비운의 세자.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사극 스릴러다. 낮에는 앞을 볼 수 없고 빛이 없을 때만 조금 앞이 보이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침술사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도한 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눈’이라는 소재는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선명하게 맞닿아 있다. 보고도 보지 않은 척하고 들어도 듣지 않은 척해야 할 때가 많은 우리네의 삶. 그런 하루하루 속에서 본 것을 봤다고, 들은 것을 들었다고 표현하는 데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들기도 한다. 118분여의 ‘올빼미’를 보며 지난 2016년 발매됐던 김윤아의 앨범 ‘타인의 고통’이 떠올랐다. 평소 SNS를 떠돌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본다던 김윤아는 “SNS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다들 고통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다 똑같은 고통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대통령의 퇴진 등 반복되는 집단적 슬픔과 트라우마를 겪은 한국 사회. 그 시절을 걸으며 김윤아는 “나도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사회가 흘러가는 모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누가 옆에서 힘든 일을 겪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을 때 ‘내 일 아닌데 뭐. 난 즐거운데?’라고 할 만큼 난 대범한 인간이 아니더라”고 털어놨다.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견 대중예술인으로서 자연스러워 보이나 실은 그렇기에 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대중과 견해차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올빼미’의 결말을 누군가는 해피엔딩으로, 누군가는 새드엔딩으로 볼 것이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영화가 뒤집기는 어렵고, 사실 인조와 소현세자가 걸었던 그 역사를 21세기 우리도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영화 속 소현세자의 말처럼 진실을 보고 눈을 돌리지 않는 용기가 때로는 필요하고, 그러한 장면들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1.23 12:57
영화

[자음추] ‘에에올’ 양자경은 신지훈의 ‘가득 빈 마음에’ 무어라 말할까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어떤 노래 한 곡이 떠오를 때 있죠. 영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메시지가 어떤 곡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일 때도 있고요. 러닝타임 내내 귓가를 울리던 노래 한곡을 ‘자음추’(자연스럽게 음악 추가)에서 소개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신지훈의 자작곡 ‘가득 빈 마음에’는 이렇게 시작한다. ‘엄만 언제 공허함을 느끼십니까. 이건 나태함입니까 애초에 헛된 꿈입니까.’ ‘가득 빈 마음에’라는 역설적인 제목을 가진 이 노래는 신지훈이 지난 2019년 ‘제3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출품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 곡에서 신지훈은 손에 거머쥐려 했던 것들의 의미를 잃고, 더는 가득 채우고자 하는 마음마저 없다면 어떠한 힘으로 살아가야 할지 나직하게 묻는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에블린(양자경 분)은 삶에서 이룬 것이 그다지 없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고, 남편은 이혼을 요구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마저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손가락이 핫도그 같은 세상부터 꿈같은 영화배우의 삶을 사는 자신까지. 에블린은 그 수많은 자신들 속에서 자신이 가장 ‘실패한 에블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실패했다는 역설은 에블린을 멀티버스의 위기를 구할 영웅이 되게 만든다. 어떤 것도 이루지 못 했기에 가장 인생의 본질에 근접할 수 있었던 에블린. 너무도 평범해서 쓸모없고 일견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삶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음 발을 디디고 살아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포착해낸다. 무엇을 채워도 공허해져 버린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왠지 뜨겁게 달아올라야 할 것 같은 삶이 미지근히 식어 버렸을 때의 그 공허함. ‘가득 빈 마음에’ 속 신지훈의 물음, 혹은 절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속 조이(스테파니 수 분)의 그것과 닮았다. 이쯤에서 다시 묻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손에 쥐려 애쓰던 업적, 갈망했던 사랑,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가슴 속에 쌓이는 공허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찬란한 성공과 처절한 실패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는 걸, 어쩌면 고작 종이 한장 차이일 뿐일지 모르겠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위해 힘을 내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어차피 얻어도 생각만큼 값지지 않은 거라면 이대로 미지근하게 살아도 되는 것 아닐까. 혹시 이런 마음이 신지훈의 노래 가사처럼 나태함은 아닐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군가의 성공이 누군가에겐 일상이고, 누군가의 절벽이 누군가에겐 삶의 터라는 것이다. 타인의 눈으로 크고 작아 보일 순 있어도, 결국 사람은 자신의 앞에 놓인 밥을 한 그릇, 한 그릇 먹으며 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너무도 가득 차서 텅 비어버린 절망 속에서 다시 무릎에 힘을 주고 일어나 한 걸음을 내딛는 일. 그 무겁고도 의미 있는 한 발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온갖 기상천외한 장면의 끝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 아닐까.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1.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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