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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다시 불거진 재벌가 상속 분쟁을 현대차 오너가가 주목하는 이유는

LG그룹의 상속 분쟁 사태로 재벌가들의 집안싸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분 상속 과정에서 유언장이 있든 없든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일어난다. 지분은 곧 경영권과 재산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LG가의 상속 분쟁은 향후 현대차 오너가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비상한 관심을 끈다. 현대차 오너가 지분 상속 관심 증가 16일 재계에 따르면 LG가의 상속 분쟁은 과거 같은 내란을 겪었던 삼성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의 오너가까지 소환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정의선 회장이 경영 승계를 통해 총수가 됐지만 아직 지분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연말 기준으로 현대차 지분 2.62%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이 5.33%를 지닌 개인 최대주주다. 이에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향방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은 증여보다는 지분 상속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차 오너가도 언젠가는 찾아올 ‘정 명예회장의 지분 배분 해법’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LG가에서 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접근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현대차그룹에서도 LG그룹의 상속 분쟁을 눈여겨볼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분쟁 결과가 현대차 오너가의 상속 과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현대차는 경영 승계는 이뤄졌지만 지배구조상 아직 지분이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등 모빌리티그룹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현대차의 지분가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지분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 명예회장의 배우자인 이정화 여사는 고인이 됐지만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자식이 4명(1남3녀)이나 된다.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구광모 회장의 상속처럼 지분을 일정 부분 몰아주는 시나리오가 가장 좋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의 딸들도 사업을 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의 누나인 첫째 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 둘째 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은 현대차 지분이 극히 미미하다. 둘은 0.1%도 되지 않은 1445주를 보유하고 있다. 셋째 딸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은 현대차 지분이 전무하다. 경영권을 물려받은 외동아들 정의선 회장은 559만8478주를 갖고 있다. 유산 상속 시 법정 비율대로라면 자식 4명이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4등분으로 나누게 된다. 그러면 한 명당 1.33%씩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3.95%로 4%도 되지 않게 된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지분율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 지분 비율을 적절히 배분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7.19%, 현대제철 지분 11.81%도 갖고 있다. 지분을 4명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보다 계열사 지분을 적당히 배분한다면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 지분을 높일 수 있는 해법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주사 전환 작업이 여의치 않은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대하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의 경우 딸들의 경영 참여가 거의 없었던 반면, 현대차 오너가는 여성들도 사업을 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상속 과정에서도 제 몫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벌가의 상속 분쟁, 잡음 최소화에 초점 과거 유언장을 통한 지분 상속은 많은 잡음을 불려 일으켰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이맹희 형제가 벌인 상속 분쟁이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규모도 컸다. 이병철 창업주의 재산 규모가 컸던 만큼 소송 금액이 4조원대에 달했다. 2012년 이맹희 전 CJ그룹 회장은 알려지지 않은 차명 주식을 동생인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가져갔다며 소를 제기했다. 동생인 이숙희 씨도 가세해 이건희 전 회장을 상대로 지분을 요구했다. 당시 경영권을 승계받은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을 지분을 이병철 창업주에게 그대로 물려받은 바 있다. 유언을 통해 이건희 전 회장이 몰아서 받았기에 상속 분쟁의 빌미가 된 셈이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맹희 전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했다. 재산을 두고 벌어진 형제간 법정 다툼은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당시 이맹희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 측은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도 명확한 유언을 남기지 않아 형제간 재산 분쟁이 벌어진 경우다.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는 1981년 갑작스럽게 타계했고, 김승연 회장이 20대의 젊은 나이에 경영을 승계했다. 김승연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김종희 창업주의 유산 40%의 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992년 당시 김호연 전 회장은 김승연 회장이 본인과 의논하지 않고 임의로 상속재산을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3년 6개월 동안 31차례나 재판이 이어졌다. 둘은 1995년 할머니의 장례식 때 만나 재산 분할에 합의하고 소송도 모두 취하하면서 분쟁을 마무리 지었다. 또 그해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화해했다. 한진그룹은 유언장대로 상속했음에도 형제간 다툼이 벌어졌다. 조충훈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뒤늦게 유언장이 공개됐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등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동생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2005년 정석기업의 주식 7만주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으로 인해 한진은 유언장까지 감식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법원은 원래 재산 분할에 합의한 대로 정석기업의 주식을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에게 증여하도록 강제조정 결정을 내리면서 소송은 막을 내렸다. 유언장이 있든 없든 상속 분쟁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언장 없이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삼성그룹도 이건희 전 회장 사망 이후 법정 비율대로 상속이 이뤄지면서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일선 소장은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는 것이 상속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재벌가의 재산 분할이라 형제, 남매간 의 상하지 않고 뒷말이 나오지 않는 게 중요한데, 최근 재벌가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3.17 07:00
사회

조원태 등 한진가, 140억원대 세금소송 1심 패소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140억 원대의 세금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남대문·종로·용산·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끝에 같은 해 1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총 140억여 원을 부과했다. 과세 당국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당시 회장이 항공산업 관련 물품 공급을 중개하는 개인 사업체를 설립하고, 가족들을 공동사업자로 등록해 회사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편법 증여했다고 판단했다. 조원태 회장 일가는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인 2021년 2월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을 뿐 일가가 실질적인 사업자였는데 조양호 회장만이 실질적 사업자라고 보고 증여세 등을 과세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은 중개업체들의 실질적인 사업자(소유자)이고, 사업체의 이익이 망인에게서 원고들에게 이전된 것은 처음부터 조세 회피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또 재판부는 "원고들이 중개업체들에 높은 출자 지분을 갖고 있는데도 업체들의 사업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사실상 사업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었다"며 "망인은 중개업체들이 벌어들인 소득을 가지급금 형식으로 원고들에게 지급했다. 증여세 부담 없이 무상으로 이전할 목적으로 중개업체들을 설립·운영했고 원고들은 이를 용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5.03 11:39
경제

삼성 오너가 상반기 배당 수령액만 2500억원···홍라희 1위

삼성의 총수일가가 올해 상반기 배당금 수령액 톱5 중에 4명이나 포함됐다. 2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323개 상장사 중 상반기 배당을 공시한 140개사의 배당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992억원으로 가장 많은 배당금을 수령했다. 남편인 고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삼성전자의 지분 2.02%를 상속받은 영향이 컸다. 이전까지 이건희 회장이 배당금 부동의 1위를 유지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04억원)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0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400억원)이 각 3~5위를 차지했다. 삼성가 삼남매 역시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으로 배당액이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4조9043억원을 배당하며 총수일가에 2500억원 육박하는 배당금을 선사했다. 배당금 2위는 한진가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차지했다. 상반기 배당만 870억원을 기록했다.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72.17%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올해 전년보다 60% 증가한 배당액을 지급했다. 조 회장은 2020년에도 89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바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389억원)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385억원), 최태원 SK 회장(194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152억원), 김석수 동서 회장(132억원)이 개인 배당액 6~10위에 올랐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38억원의 배당액을 챙겼다. 올해 상반기 배당액은 총 9조30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배당 기업은 25개 줄었다. 하지만 배당 금액은 1조7748억(23.5%) 증가했다. 포스코의 배당이 230%, 메리츠금융지주 60%, SK가 50% 등으로 대폭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2% 올랐다. 지난해에는 배당하지 않았지만 올해 배당한 기업에는 현대모비스(3701억원), 현대자동차(2603억원) 등이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9.27 11:51
경제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찬성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6일 제8차 위원회를 개최해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의 안건 중 조원태 회장과 하은용, 김신배 후보에 대해 '찬성'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한진가 ‘남매의 분쟁’은 조 회장 측에 무게추가 실리게 됐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 2.9%를 보유해 양측간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3자 연합은 반도건설의 의결권이 5%로 줄어드는 등 지분율 대결에서 더욱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 다만 일부 위원은 조원태 후보와 김신배 후보 선임에 이견을 제시했다. 사내이사 후보로 오른 배경태 후보에 대해서는 적정한 이사회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워 반대하기로 했다. 또 수탁자책임전문위는 한진칼의 사외이사 선임의 안건 중 김석동·박영석·임춘수·최윤희·이동명·서윤석 후보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3.26 15:59
경제

대한항공, 3자 연합의 리베이트 수수 지적에 "조원태 재직 이전" 반박

대한항공이 ‘에어버스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앞세운 ‘3자 연합’이 제기한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 “3자 연합은 프랑스 경제범죄 전담 검찰의 '수사종결합의서'를 고등법원의 판결문이라고 거짓 주장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3자 연합이 제시한 문서는 검찰과 에어버스 사이에 체결된 사법적 공익 관련 합의서로 객관적 증거에 기초한 재판의 판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달 27일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예상대로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3자 연합은 6일 영문으로 된 프랑스 고등법원 판결문을 공개했다. 3자 연합이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대한항공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3차례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항공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에어버스가 계약을 대가로 대한항공 전 임원에게 1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나와 있다. 또 에어버스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450만달러를 대한항공 고위 임원에게 건넸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3자 연합은 “거액의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이 조원태 대표이사 몰래 이뤄질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합의서에서 언급된 리베이트 의혹 시기는 1996년부터 2000년 사이다. 조원태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에 입사했으므로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A330 도입 계약 시기에 조 회장은 입사 이전이었던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재직 중이었다. 금원 송금 시기라고 언급한 2010년 이후에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동일한 직급으로 재직했다”고 반박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3.08 15:28
경제

이부진·조원태 등 기다리는 재선임 관문…세진 국민연금 변수

정몽구·신동빈·이부진·구자열·조원태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대기업 총수일가 출신 사내이사로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10일 낸 ‘주요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주요 대기업집단 중 23명이 올해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17개 그룹의 상장 지배주주 가운데 동일인 및 동일인의 자녀·형제·친인척에 해당하는 23명이 그 대상자다. 연구소는 “이들 가운데 법령 위반과 경영권 분쟁 등의 사회적 이슈가 있었던 지배주주의 경우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안정적으로 통과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활용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대기업 총수들도 재신임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300개가 넘는다. KT·포스코·네이버·KT&G·신한지주 등 9곳은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앞서 국민연금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 ‘입김’을 불어넣은 바 있다. 지난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20년 만에 그를 끌어내렸다. 올해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4.11% 지분을 갖고 있다. 조원태와 조현아 ‘한진가 남매’의 지분 차이가 1.5% 내라서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주총부터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 한도의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사안, 지속적인 반대 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2.11 07:00
경제

한진그룹 '남매의 난', 주주에겐 잔인한 선택지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지난 몇 년간 보여준 행태는 재벌가를 소재로 하는 ‘막장 드라마’였다. 갖은 갑질과 범죄, 부정, 폭언 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재벌가의 만행으로 가득했다. 이젠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고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주주들로서는 한진가 남매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가혹한 선택지'다. 누가 덜 악한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연대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 등 외부 세력과 연합군을 형성한 상황이다. 재벌 3세인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아버지의 업적들을 상쇄시킬 정도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자식들이 저지른 사건·사고 탓에 편하게 눈을 감지 못했다. 20년간 이끌었던 대한항공 경영권까지 박탈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스포츠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던 조양호 회장은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오랫동안 맡으면서 “물심양면으로 밀어줄 테니 파벌 싸움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도 “가족끼리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가라”는 유훈까지 남겼지만, 남매의 분쟁을 막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경영권을 승계받은 조원태 회장도 ‘악동’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찰 뺑소니, 70대 할머니 폭행, 학력 논란, 크리스마스 행패 등 과거의 논란들도 가득하다. 조원태 회장은 차선을 위반해 단속한 교통경찰을 치고 달아나기도 했고, 난폭 운전을 지적한 70대 할머니를 밀치고 폭언한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다. 학력 논란에 대해선 행정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하대 부정 편입학으로 교육부가 지난 2018년 학위를 취소했고, 국민권익위원회까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중국 후베이성에 고립된 우한 교민과 유학생을 위해 대한항공이 전세기를 제공했고, 조원태 회장도 위험을 무릎 쓰고 우한행 비행기를 탔지만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이미지 세탁’의 하려 한다는 시선이 뒤따랐다. 조원태 회장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모친 집에서 유리창과 집기를 깨는 등 행패를 부려 사과문까지 냈기 때문이다.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갑질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2014년 ‘땅콩 회항’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로 인해 경영일선에서 퇴진해야 했다. 경영 방식에 반발해 동생에게 반기를 들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한진그룹은 실적 악화로 명예퇴직을 받고, 임원을 20%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은 실적보다 ‘오너 리스크’를 더 우려하고 있다. 경영 공과 부분이 아닌 오너가의 갑질 사태에 혀를 차고 있다. 그래서 주주들은 경영 일선 퇴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오는 3월 말 예정인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양측의 지분 차가 1.5% 내라 우호지분 확보가 중요하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양측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다급히 내놓고 있다. 과연 누가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2.07 07:00
경제

조원태 회장 연임 위한 과감한 행보

한진가 남매의 경영권 갈등 속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과감한 행보가 관심을 끈다. 지주회사 한진칼의 사내이사인 조 회장은 올 3월로 임기가 끝난다. 연임을 위해서 3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 조 회장은 재신임을 위해 발로 직접 뛰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와 관련해 중국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수송하는 전세기에 탑승하겠다는 자원 의사를 밝혔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조 회장이 전세기 탑승을 자원한 승무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돌발 상황 발생 시 빠른 결단을 위해 자원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초 30일 오전 출발 계획이었던 수송기는 중국 당국의 허가 지연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이런 행보는 총수로서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심’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다. 평소 조 회장은 “직원들이 가장 큰 고객”이라고 밝히는 등 직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런 행동 덕분에 대한항공 노동조합도 조 회장의 연임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조 회장은 KCGI, 반도건설과 ‘3자 회동’을 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우호 지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운데 조 회장은 지난 설에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한때 불화설이 돌기도 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설날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은 지배구조와 경영권 안전 등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해 모친에게 조언을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조 회장은 이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이 절실하다. 한진칼의 6.52% 지분을 가진 조 회장은 이 고문(5.31%), 조 전무(6.47%), 델타항공(10%), 특수관계인(4.15%)과 연대하면 총 32.45%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 지분을 갖게 되면 32.06%가 된다. 이와 같은 방향으로 경영권 분쟁이 전개된다면 지분 1%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가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한진칼 지분 1%를 취득했다. 당시 조 회장의 요구에 따라 대한항공과 카카오는 고객 가치 혁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1.30 16:39
경제

"조원태 회장, 모친 집서 물건 부수며 소란"…한진家 경영권 다툼 본격화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본격화하면서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이 25일 성탄절을 맞아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찾았다가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집안의 물건을 부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3일 누나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선제공격에 나선 바 있다. 조 회장은 이 발표와 관련 '캐스팅보트'를 쥔 이 고문이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한 것이 아니냐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이후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집을 빠져나가던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이 깨지고 이 고문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내년 3월쯤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는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총수는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며,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이 엇비슷하다. 조현민 전무(6.47%)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한진그룹 측은 "집안에서 소동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정확한 사실 관계는 총수 일가의 개인적인 일이라 확인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2019.12.28 10:08
경제

한진 경영권 확보에 '제동' 걸린 강성부펀드…출구 전략 짤까, 묘수 낼까

기세 좋던 '강성부펀드(이하 'KCGI')'가 예상치 못한 상대를 만났다. 대한항공과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스카이팀'을 이뤄 온 델타항공이다. 델타항공은 지난 21일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지분은 10%까지 늘리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필두로 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안정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업계는 KCGI의 향후 움직임에 주목한다. 델타항공의 지분 확보 소식에 "환영한다"는 평은 냈으나, 한진칼 경영권 장악이라는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판을 키워 왔던 KCGI가 출구 전략을 짤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멀어지는 강성부펀드의 '경영권 장악'의 꿈 행동주의 펀드 KCGI는 2018년 9월 펀드 개설 약 한 달 만에 14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한국 기업 지배 구조'의 약자를 딴 이 펀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한진그룹을 타깃으로 잡았다. "기업 지배 구조의 개선이 목적"이라고 내세우면서 약 3개월 만에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0%를 확보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많은 손자 회사를 거느린 한진의 지분도 부지런히 사 모으며 초지일관 경영권 행사에 포커스를 맞췄다. 안팎 분위기도 우호적으로 굴러갔다. KCGI의 목표에 장단을 맞추듯 오너 일가가 각종 '갑질' 구설로 흔들렸고, 사정 기관은 일가는 물론이고 한진그룹 전체를 촘촘하게 훑기 시작했다. 국민적 관심 아래 배임·횡령 혐의를 받던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KCGI의 힘은 더 세지는 분위기였다.당시 KCGI 주변과 금융권에서는 "강성부펀드가 조양호 회장의 위중한 병세를 미리 알고 있었다. 장남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 3세'들이 결국 퇴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실제로 한진가 3남매는 지난 5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동일인(총수) 지정 과정에서 마찰음을 냈다. 조양호 전 회장의 상속 문제와 각각 2.3%대 지분율을 나눠 가진 조원태·조현아·조현민 남매의 의견 조율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였다. 오너 일가가 흔들릴수록 한진칼의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동시에 2대 주주 KCGI의 가치도 높아졌다. 5월 13일 기준 KCGI가 6개월 동안 얻은 이익은 960억원가량으로, 수익률은 약 42%로 추산됐다. KCGI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진그룹의 경영 행태를 지적하며 여론을 이끌어 갔다. 출구 전략? 추가 매입?…기로에 선 강성부펀드 하지만 델타항공이 끼어들면서 KCGI의 기세도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현재 오너 일가와 특수 관계인 한진칼 지분은 28.93%다. 델타항공이 취득한 우호 지분을 더하면 한진그룹의 우호 지분율은 33.23%로 늘어난다. 델타항공이 지분율을 최대 10%까지 늘리면 한진그룹의 우호 지분율은 40%에 육박해 KCGI가 보유한 의결권(15.98%)을 월등히 앞서게 된다. KCGI 측은 델타항공의 매입 발표 이후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그러나 항공·투자 업계의 시선은 달랐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델타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조원태 회장 측이 KCGI와 지분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해졌다"고 평가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지분율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지분 투자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의 우호 지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델타항공 역시 "이번 투자는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합작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노력이다. 우리는 대한항공의 경영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힘을 실었다. 델타항공이 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원활하게 하려면 오너 일가가 낫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는 분석이다.금융 업계에서는 KCGI가 출구 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KCGI가)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외국인 지분을 모두 모아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물론 KCGI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진칼은 여전히 소액주주 지분이 많은 편에 속한다. 또 KCGI 측도 추가 지분 취득을 통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 KCGI 측이 다시 판세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한진칼의 지분 12.7%를 추가 매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500억~2900억원의 자금이 요구된다. KCGI는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한진칼 주식 담보 대출의 연장을 거부하면서 200억원 규모의 상환을 떠안았다.이에 대해 KCGI는 자금 회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KCGI는 향후 입장문 발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2019.06.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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