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30·탬파베이)·왕젠밍(27·뉴욕 양키스)·마쓰자카 다이스케(27·보스턴) 등 한국·일본·대만 야구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들이 같은 지구에서 소속팀뿐 아니라 나라의 명예를 걸고 불꽃 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셋 모두 각팀의 2·3선발로 뛸 것으로 예상돼 선발 맞대결도 심심찮게 펼쳐질 전망이다. 과연 ‘빅리그 아시아 삼국지’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마쓰자카 > 왕젠밍 > 서재응
최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발표한 메이저리그 선발 랭킹에 따르면 마쓰자카가 15위. 왕젠밍이 19위에 올랐다. 아메리칸리그만 따진다면 각각 5위와 9위로 좁혀진다. 이 랭킹은 과거 성적과 부상 경력. 소속 팀에서 역할 및 시범경기 컨디션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산출한 것으로 비교적 객관성을 띠고 있다.
왕젠밍이 지난해 역대 동양인 최다인 19승으로 리그 다승 공동 1위를 했음에도 올 시즌 빅리그 데뷔를 하는 마쓰자카가 앞쪽에 위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마쓰자카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
반면 서재응은 총 192명의 선발 가운데 170위로 하위권에 분류됐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자면 다른 팀으로 간다면 선발 로테이션 진입도 어렵다는 의미다.
▲서재응 > 마쓰자카 > 왕젠밍
시즌 전초전격인 시범경기 성적은 서재응이 가장 앞선다. 서재응이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69(16이닝 3자책)를 기록한 반면 마쓰자카는 2.04(17⅔이닝 4자책)를 마크했다. 비슷한 이닝을 던지면서 서재응은 2볼넷만 내준 반면 마쓰자카는 무려 7명의 타자를 걸려 보냈다.
탈삼진 개수는 마쓰자카(19개)가 서재응(6개)보다 많다. 구위 자체만 놓고 본다면 마쓰자카가 우세하지만 컨트롤은 서재응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한다.
왕젠밍은 시범경기 후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4월 중반쯤에나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왕젠밍의 시범경기 성적은 평균자책점 2.57(14이닝 4자책·1볼넷·7삼진).
왕젠밍과 마쓰자카가 시범경기서 나란히 2홈런을 얻어맞은 것과 달리 서재응은 홈런을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투심 패트스트볼과 서클 체인지업으로 무장한 서재응의 컴백이 기대되는 이유다.
▲최후의 승자는?
단순히 시즌 승수로 비교하기는 무리다. 양키스와 보스턴이 공격력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화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탬파베이의 방망이는 상대적으로 한두 단계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다 객관적 자료인 평균자책점과 이닝당 안타·사구 허용률(WHIP)이 비교 잣대가 될 수 있다. 서재응은 31경기 선발(총 32경기) 등판한 2003년 평균자책점 3.82. 아울러 188⅓이닝 동안 193안타와 46볼넷을 내줘 WHIP는 1.27을 마크했다.
지난해 왕젠밍의 평균자책점과 WHIP는 각각 3.63과 1.31(218이닝 233안타·52볼넷)이다. 빅리그 7년째를 맞는 서재응이 ‘2003년의 모드’로 돌아간다면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