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은철(가명)씨는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의 '햇살나무 아래' 길드 단원들과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게임 내에서 햅쌀연주단 정기 연주회를 개최한다.
단원들은 만돌린·하프·피아노·바이올린·첼로·플루트 등 각자의 악기를 연주해 훌륭한 합주 음악을 만든다. 많은 관객들이 이들의 연주를 관람하며 찬사를 보낸다. 매주 컨셉트를 달리한 공연 덕분에 빠지지 않고 연주회를 보러 오는 관객도 많다.
■마비노기, 연주회·패션쇼·연극제까지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마비노기는 유저가 플레이하는 캐릭터의 행동 범위가 현실과 가깝게 구현된 높은 자유도를 지닌다. 이 덕분에 게임 내에서 연주회뿐 아니라 패션쇼·연극제·학교 수업 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2004년부터 계속된 마비노기 게임 속 연극제인 환상연극제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리메이크한 작품부터 순수 창작 연극까지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넥슨재팬에서 서비스하는 마비노기 유저들이 지난 3월 자발적으로 개최한 합동 연주회에서는 기존 곡 또는 창작 곡을 준비한 각 팀이 각축을 벌였다. 이 연주회는 한국까지 온라인 생중계가 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여기에 한술 더해 일본의 마비노기 유저들은 자체적으로 매년 6월 7일을 '로나 데이'라는 기념일로 제정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나'는 마비노기의 게임 플레이가이드 동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이 밖에 홀릭은 실제 내가 짠 퀘스트로 다른 유저들에게 직접 보상하기도 하며(UCQ<사용자 제작 퀘스트> 시스템), 자신이 던전에 함정을 만들어 놓는 등(UCD <사용자 제작 던전> 시스템) 자신이 만든 게임의 콘텐트를 즐기며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직접 제작한 동영상, 즐기는 게임 적극 홍보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는 자신의 경기 장면을 동영상으로 녹화하여 만든 콘텐트가 인기다. '바람의나라'는 일러스트 공모전을 진행해 역시 유저들이 직접 심사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게임 '열혈강호'를 소재로 한 온라인 콘텐트를 공모하는 픽션 페스티벌도 열렸다.
올엠에서 개발한 아케이드 RPG '루니아전기'는 자발적으로 게임을 홍보하는 보랏빛 기사단이라는 유저 그룹이 지난해 5월부터 꾸준하게 활동하며 UCC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직접 본인이 플레이한 게임 영상을 편집하고, 자막까지 넣으며 적절한 연출과 사운드 효과까지 동원해 전문 홍보 영상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 준다. 플래시 광고, 유머 가득한 패러디 포스터 제작 등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력을 뽐내고 있다.
김남석 올엠 팀장은 "유저들이 자생적으로 콘텐트를 만드는 문화가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상업성이 배제된 신선하고 독창적인 유저들의 창작물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 있다. 끼와 아이디어가 일반 유저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 온라인 게임에서도 앞으로 UCC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