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한화의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이 7일 광주구장 전광판에는 색다른 라인업이 눈에 띄었다.
준PO 경기를 눈앞에 둔 한화가 1.5군으로 경기를 치른 것은 당연한 일. 더욱이 한화는 주전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채 야수 12명과 투수 4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선수단을 이끌고 왔다. 그런데 3번 자리에는 이범호가 자리잡았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주포 이범호가 원정을 마다않고 시즌 마지막 경기 출전을 강행한 것은 연속경기 출장 때문. 이범호는 현역 최다 연속경기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 8월 3일 대전 SK전을 시작으로 전날까지 559경기.
최태원 SK 코치(1014경기)가 갖고 있는 역대 최다에는 못미치나 하루하루 쌓아온 기록인 만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범호는 '기록 때문에 쉬지도 못한다'는 주위의 말에 "팀 승리를 위해서 왔다"며 씩 웃었다.
KIA에도 사정이 비슷한 선수가 있었다. 이전까지 줄곧 3번을 치던 이현곤이 맨마지막 타순인 9번으로 기용됐다. 전경기 출전 타격왕을 위한 서정환 감독의 배려.
이현곤은 전날까지 타율 3할3푼8리(452타수 153안타)로 2위 삼성 양준혁(442타수 149안타)에 1리차 앞서 타격 1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양준혁이 지난 5일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에 다소 여유가 있었다. 이현곤은 이날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더라도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어찌 쉬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다만 전경기 출장이 남은 관계로 출전을 강행했고, 서 감독은 타순이 빨리 돌아오는 상위 타선 대신 하위 타선에 이현곤을 배치해 부담을 줄여줬다. 이현곤은 이날 경기가 공식경기로 성립하게 되면 양준혁(1996·98년·삼성)·마해영(99년·당시 롯데)·장성호(2002년·KIA) 이후 역대 5번째 전경기 출장 타격왕의 주인공이 된다.
다소 인위적이긴 하지만 기록에는 이러한 선수들의 노력과 감독들의 배려가 숨어 있다. 그러나 이런 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중 내린 폭우로 공식경기는 성립되지 않았다. 이범호는 또 다시 광주로 내려와야 하고, 이현곤 역시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