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白丁) 출신의 의적 임꺽정. 그의 고향 양주골에는 한우 전문점들이 먹거리촌을 형성하며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음식점들은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기산리에 뿌리를 내린 토박이들이 대부분.
그 때문인지 야채 농사는 기본이요, 직접 소를 기르거나 쌀농사까지 짓는 바지런한 농심(農心)이 느껴진다. '양주골 한우마을'은 2㎞에 걸쳐 50여 개의 음식점이 있지만 이중 양주시 축협에서 인증한 '진짜' 양주골 한우를 파는 곳은 9곳 뿐이다. 소수 정예니만큼 끈끈한 연계로 '고기의 질'을 철저히 자체 관리한다.
두 집이 한 마리를 잡아 반 마리씩 통째로 들여오니 서로의 숟가락 숫자도 속속들이 알 정도다. 맛과 메뉴는 대동소이하다. 제대로된 고기맛을 즐기고 싶다면 전화로 '소잡는 날'을 확인하자.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씩 소를 잡는데 고기 넘치는 날에는 내장이나 머릿고기 등의 서비스도 후하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흑과백'은 어느 자리든 호수와 겨울산이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일품이다. 항아리를 지붕에 얹은 토속적 분위기의 황토 방갈로와 전원 속 카페 분위기의 라운지 중 골라 앉을 수 있다. 콩, 오가피, 겨 등을 먹인 한우를 직접 키워 내는데 최근 A++급을 받아 마을 전체가 잔치집 분위기다.
어떤 메뉴든 수준 이상의 맛을 내지만 특히 양념버섯불고기를 맛깔스럽게 잘한다. 반찬은 많지 않지만 정육점 식당 형식으로 질좋은 고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야채값 명목으로 1인당 2000원을 받는다. 양념버섯불고기(600g) 3만4000원, 등심(180g) 3만원.
입구에서 500m 정도 길을 따라 들어가면 '삼호산장'이 나온다. 등심은 화려한 마블링과 함께 떡심(힘줄 부위)이 제대로 박힌 진짜배기다. 떡심이 들어간 등심은 소 한 마리에서 기껏해야 10근 정도만 나오는 값진 부위.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에 홍천에서 가져오는 참숯 향까지 더한 맛으로 무장했다.
기름진 고기 한 점에 연천산 더덕이나 새콤달콤 양파장아찌를 더하면 풍미가 더욱 짙어진다. 맛이 제대로 든 물김치와 냉이무침 등 직접 재배한 야채로 만든 유기농 반찬도 향이 진하다. 등심(150g) 3만2000원, 특수부위스페셜모듬(150g) 3만원. 삼호산장 인근 '뫼골'의 주방은 홀이라해도 믿을 만큼 청결함이 눈에 띈다. 특히 한우곱창전골이 제대로다.
도톰하게 곱이 낀 막창은 쫀득하게 씹히면서 고소하다. 특히 진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남은 한우 잡뼈로 육수를 내고 여기에 자연산 청버섯과 싸리버섯, 개암버섯 등 제철 버섯과 두부와 각종 야채를 넣고 고춧가루와 마늘, 들깨가루를 풀어 칼칼하고 걸죽하게 끓여낸다.
온갖 화학조미료를 넣어 요란스런 맛을 내는 곱창집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오직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그만큼 곱창 맛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한우곱창전골 (소)3만5000원·(대)4만원, 등심(180g) 3만2000원.
산장 펜션의 거실처럼 따스한 분위기에서 팔일봉을 감상하며 운치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산하'. 서울 출신 사장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정갈하다. 들깨송이 튀김, 고추잎 피클 등 집주인이 개발한 아이디어 음식은 눈이 즐겁고 맛도 좋다.
무엇보다 곱창, 염통, 간, 천엽, 머릿고기, 콩팥 등 살코기를 제외한 내장은 '무한 리필' 서비스다. 구이를 시키면 육회도 내주니 과연 이윤이 남을 지 손님이 더 걱정할 정도다.
물론 모든 육류는 양주골 한우만을 사용한다. 한 번 방문하고 나면 소잡는 날을 문자로 보내주는 단골 서비스도 여느 식당 같지 않은 정이 느껴진다. 양념육회(200g) 2만원, 육회비빔밥 1만원, 등심·안심(200g) 3만2000원.
양주=글·사진 백혜선 기자 [s100@joongang.co.kr]
※가는 길-구파발 삼거리에서 북한산성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약 700m 직진해 일영 방향으로 좌회전. 계속 371번 지방도를 이용하여 장흥유원지를 지나 백석고개 넘어 북쪽 17km 정도 직진. 기산리유원지 내 첫 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하면 '양주골 한우마을' 이정표 위치
<뫼골 031-871-7180, 산하 031-871-9271, 삼호산장 031-876-2351, 흑과백 031-871-8889>뫼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