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삼성의 2008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여느 때와는 달리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바로 다음날(16일)이면 서로 그라운드의 적이 돼 냉정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이들. 그러나 주고 받는 답변 속에 무딘 날조차 세우지 않았다.
앞선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이 "사직구장에서 2연승을 하겠다"고 도발하자, 선동열 삼성 감독은 "정규시즌과 단기전은 다르다. 경험에서는 우리가 앞선다"고 맞섰다. 그런 선 감독조차 만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양팀 사령탑과 주장 등 4명의 참석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의 질문을 "우리도 많이 준비했지만 상대도 강하다",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 "상대 팀에 약점은 없는 것 같다"는 식으로 서로에게 덕담만 주고 받았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기자회견 서두에 "어차피 여기서 한 팀이 떨어져야 하는데, 승부를 앞두고 미리 싸움을 안시켰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두산과 삼성의 관계는 각별하다. 두 팀간 트레이드는 5분이면 뚝딱 끝난다는 말도 있다.
그래도 승부까지 초월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설명은 삼성 주장 진갑용이 했다. 짖궂은 사회자가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진갑용에게 "너무 칭찬만 하는 것 같다. 상대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해달라"고 주문을 하자, 진갑용은 "다들 좋은 대학을 나와 입싸움을 하기 싫다"고 답했다.
김 감독이 78학번인 것을 비롯, 선 감독(81학번)-진갑용(93학번)-김동주(94학번) 등 모두 고려대 선후배인 것을 두고 한 이야기. 미디어데이가 '고려대 동문회'가 된 셈이었다.
김 감독과 선 감독이 대학 시절 합숙소에서 방을 함께 쓴 '방장-방졸' 관계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두산 주장 김동주는 대학시절 진갑용에 대해 "무섭지는 않았고, 재미있는 선배"라고 소개했다.
유니폼을 벗으면 모두가 '한식구'라는 사실에서 승부욕보다는 친근감이 앞섰나 보다. 기자회견 후 포토 타임 때 이들의 맞잡은 손은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두산, 집단 마무리 구상
김경문 두산 감독은 PO에서 "집단 마무리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마무리 정재훈이 정규 시즌에서 어려움 속에서도 잘 막아왔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정재훈 한 명이 아닌 이재우·임태훈·이용찬까지 4명 중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그때 그때 마무리로 가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꼽은 주목 선수, 오재원-베테랑
김경문 두산 감독은 'PO에서 주목할 팀내 선수를 지목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오재원이 잘 해야 우리 팀 분위기가 살 것이다. 2번으로 나서는 오재원이 톱타자 이종욱과 함께 찬스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베테랑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단기전은 속된 말로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진갑용, 양준혁, 박진만 셋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석민, 1~2차전은 대타 출장
선동열 감독은 갈비뼈 부상 중인 박석민의 출전 여부에 대해 "1~2차전에는 선발 출장이 어렵다. 대타 정도로 기용 될 것이다. 원정을 마치고 대구로 이동해 다시 몸 상태를 체크해봐야 겠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 출장이 어려울 듯 싶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준PO 3차전에서 롯데 포수 강민호와 홈에서 충돌해 왼쪽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진갑용, "1~3번 막으면 승산"
진갑용은 두산과의 PO 필승책으로 발 빠른 1~3번의 출루 저지를 꼽았다. 진갑용은 "롯데와의 준PO에서는 조성환-이대호-가르시아 중심타선을 막는 것이 관건이었다. 두산전에서는 김동주에게 찬스가 가면 불리하다. 1~3번을 잘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전 김경문 감독이 말한 오재원 선수도 머리 속에 기억해야겠다"고 말해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미디어데이 열기 후끈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삼성의 PO 미디어데이는 당초 예정된 2층 회의실에서 1층 구내 식당으로 옮겨져 진행됐다. 100여명에 가까운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회의실 공간이 좁아 부랴부랴 더 넒은 장소를 물색해 식당으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