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가 매섭지만 일본 프로야구 임창용(34)의 표정은 따뜻했다. 일본 진출 3년 만에 센트럴리그 최정상 마무리로 우뚝 섰고, 한국인 투수 사상 일본에서 최고 대우(3년 총액 15억엔·약 207억원)를 받으며 야쿠르와 재계약했기 때문이다.
임창용의 이전 겨울은 추웠다. 2005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예전 구위를 회복하지 못해 바닥으로 추락했다. 삼성에서 퇴물 취급을 받다가 3년 전 일본 야쿠르트와 깜짝 계약에 성공했다. 삼성에서 받던 것보다 적은 연봉 3000만엔(약 4억원)짜리 계약이었다.
임창용은 일본에서 최고 160㎞ 강속구를 뿜어내며 일본 최고 마무리로 부활했다. 3년간 총 96세이블 거뒀고, 올해에만 35세이브(평균자책점 1.46)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요미우리 등 일본 부자구단의 스카우트 공세를 뿌리치고 그는 야쿠르트에 잔류했다. 숱한 외국인 선수들을 부자구단에 빼앗겼던 야쿠르트 선수단과 팬들은 임창용에 환호하고 있다. '야쿠르트맨'이라는 브랜드와 적지 않은 돈을 모두 얻은 임창용에게 궁금한 점을 여러 사람들이 물었다. 임창용은 질문자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인터뷰를 즐겼다.
김성근 SK 감독(해태 시절 은사) =외국인 선수로 3년을 살았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일본에서 야구 선수의 사회적 지위가 어떻다고 느꼈는가.먼저 일본 선수들은 진짜 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답게 생각하고, 또 생활하죠. 우리 선수들과는 생각부터 다르죠. 밖에 다녀도 무척 조심스러워요. 사실 우리 선수들은 막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잖아요.
제 생각엔 팬들이 달리 대해주니 선수들도 달라진 것 같아요. 일본 팬들은 사인 하나를 받더라도 공이나 사인지를 건네며 정말 예의 있게 요청하잖아요. 얼마 전에 후쿠가와 마사카즈(야쿠르트 포수)가 한국에 놀러와서 같이 다녔는데, 한국 팬들이 A4 용지를 주며 사인을 요청하니 '이런 데 사인 못하겠다'며 치워 버리더라고요. 사실 우린 찢어진 수첩에라도 해주잖아요. 인터넷에 이상한 글 뜰까봐 두려워서라도 그렇죠.(웃음) 팬들 생각이 바뀌면 선수들 생각도 바뀔 거라고 봅니다.
SK 이호준(해태 시절부터 친한 선배)=창용이가 술을 못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술을 여전히 못한다면 일본에서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술은 여전히 못해요. 스트레스 받으면 집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봐요. '스트레스를 꼭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거죠. 전 드라마 보는 게 좋던데…. 올해 '자이언트' '동이' 등을 열심히 봤고요. 요새는 '시크릿가든'을 즐겨봅니다.
한화 류현진=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했는데 전혀 아프지 않으신가요? 저는 고등학교 때 했는데 하나도 안 아파요.넌 어릴 때(17세) 수술 했지만 나는 나이 들어서 했잖냐? 아프진 않은데, 음… 사실 지금도 가끔 아프다. 3일 연투하면 팔꿈치가 쑤시지. 그런데 그 정도 통증은 어릴 때부터 계속 가지고 있었거든. 통증이라고 볼 수도 없지. (구위가 가장 좋았던) 해태 시절에도 가끔 아팠어. 삼성 때는 더 아팠지. 아프면 더 세게 던졌어. '인대 끊어져라' 하고. 차라리 인대 끊어지면 수술받고 쉬면 되잖아. 안 끊어지면 계속 던지면 되고.
KIA 유동훈=현재 일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조금은 시기상조일수도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야구 인생을 어디에서 마치고 싶은지. 한국이냐 일본이냐 아니면 또다른 도전을 할 것인지.미국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 그러나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하고 싶은 생각이야. 한 달이 됐든 한 경기가 됐든 국내 팬들 앞에서 던지고 싶어. 이왕이면 고향팀(KIA)에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난 현재 삼성에서 임의탈퇴 처리된 상태이니까 삼성에서 풀어줄지 모르겠네.
지바 롯데 김태균(일본 프로야구)=제 결혼식에 오신다고 해놓고 왜 안 오셨나요? 오실 줄 알았는데…. 축의금은 잘 받았습니다만. 그날 어디 갔나요?음, 미안하다. 사실 (오)승환이가 그날 아침에 네 결혼식 같이 가자고 호텔에 왔는데, 정말 도저히 못 일어나겠더라. 네 결혼식이 정오였잖냐. 평소 오후 3시나 돼야 일어나는데, 오전 11시엔 눈이 안 떠지더라. 꼭 가고 싶었는데 승환이 편에 축의금만 보냈다.
당구선수 차유람(스포츠 부문 베스트드레서 공동 수상)=일본 생활을 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인가요?글쎄요. 택시비가 비싸다는 거? 주차비가 비싸다는 거? 차를 못 끌고 나가겠어요. 물가 높은 것 말고는 다른 불편함은 없어요.
넥센 강정호=저도 한국에서 열심히 경험을 쌓고 해외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물론 야구를 열심히 해야겠지만 미국이 됐든, 일본이 됐든 그 나라 말부터 익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나도 지금까지 아쉬운 게 그거야. 그나마 올해부터는 대충 대화가 통하는데, 지난해까지는 항상 통역원을 끼고 말해야 하니까 어려움이 많았거든. 말이 직접 전해질 때와 통역을 거칠 때가 다르잖아. 선수들과 꼭 직접 대화하고 싶을 때가 많아. 말을 익히면 적응이 수월할 거다.
넥센 손승락=정통파 투수가 아니면서도 그렇게 강속구를 뿌릴 수 있다는 게 대단합니다. 부상 입지 않고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선배님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나 이제 정통파다. (웃음) 글쎄, 체중이동이 비결이랄까. 하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등근육 강화 같아. 운동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게 등이야.
삼성 안지만(옛 후배)=이번에 대박 계약으로 돈을 그렇게 많이 벌었는데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가요. 저한테 쓸 생각은 없나요, ㅎㅎ. 지난번에 서울에서 한 번 만났는데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에 대구에 한 번 내려와서 후배들에게 한 턱 쏠 생각은 없나요. 대구 한번 내려오세요. 쏠 만큼 쏜 거 같은데? 그만큼 쐈는데 뭘 더 바라냐? 니들 모이면 항상 내가 쏘는데. 지만이도 한 번 살 때가 된 것 같아. 가만있자? 지만이 2011년 연봉이…. 오 많이 받았네? (8000만원 인상돼 1억 7000만원)
삼성 최형우(옛 후배)= 이번에 연봉 대박 나셨는데 그 돈을 어디에 쓰실 생각이세요? 2002년 제가 신인 때 애리조나 캠프에서 포수로 선배님 공을 받았는데 살다가 그런 공은 처음 봤습니다. 하도 변화가 심해 공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그때 제 모습 기억하시나요?돈? 아직 모르겠는데. 아직 입금도 안됐고(계약금은 1월 말 입급), 가족과 상의해야겠지. 설마 쓸데야 없겠냐? 일단 은퇴할 때까지는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은퇴하고 나서 좋은데 써야지.
신인 시절 형우, 기억나지. 미트질이 워낙 안 좋았잖냐. 공을 받을 때 '빵빵' 소리를 내지 못하더라. 포수가 공을 소리 나게 받아주고, 파이팅을 외쳐야 투수가 신이 나는데, 사실 난 괜찮았어. 난 내 공만 보거든. 물론 실전에서 미트질을 잘 해주면 좋지만 불펜에서는 상관 없어.
>>2편에서 계속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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