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2-4 두산첫날 2-0 LG 승. 둘째날 5-4 두산 승. 삼세판이다. 마지막판은 메인이벤트인 어린이날. 긴장감은 절정에 이르렀다.
지난해까지 일방적 열세에 있었던 LG 박종훈 감독은 경기 전 "두산이 역시 강팀"이라고 인정했다. 첫날 연장전 패배 후 둘째날 9회초에 역전을 당하면 스스로 무너지기 마련인데 9회말 재역전승을 거두는 두산이야말로 한 수 위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그런 상황들이 우리에게는 강팀으로 가는 과정이다. 시소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스스로 강해질 것"이라며 한층 커진 자신감을 보였다.
●이용찬 무난한 선발데뷔전
큰 경기에 자신감이 있는 두산은 모험수를 던졌다. 선발요원이던 이현승을 불펜으로 돌리고 선발 경험이 전무한 이용찬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5회까지만 3점 이내로 막아주면 중반 이후 이현승, 이혜천 등 왼손 롱릴리프를 활용해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이용찬은 1회 첫 두 타자에게 연속안타를 맞는 등 2실점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5회 1사까지 3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LG는 외국인 에이스 리즈를 내세웠지만 매회 실점 위기를 맞으며 6회까지 3실점,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병살타 vs 판단미스
박 감독의 지적대로 시소경기에서 이긴 경험이 많지 않은 LG 야수들은 잇달은 판단착오로 투수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2-0으로 앞서던 2회말 1사 만루에서 정수빈의 외야 파울타구를 2루수 서동욱이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내 안 줘도 될 희생플라이를 헌납했다. 4-3으로 앞서 있던 7회에는 무사 1,3루에서 김현수의 1루수 땅볼 타구를 병살타로 처리하지 않고 무리하게 홈으로 던지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동점을 만들어줬다.
반면 올시즌 병살타 1위팀인 두산은 이번에도 병살타로 제 발목을 잡으며 달아나지 못했다. 2-2 동점을 만든 3회말과 2-3으로 쫓아가던 5회, 4-4 동점을 만든 7회 모두 자신있게 밀어붙이다 병살타를 치며 추가득점 찬스를 날렸다.
●강해진 LG, 기세꺽인 두산
결국 승부는 또 뒷문 싸움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박 감독의 바람대로 LG 선수들은 두 차례의 막판 경합을 통해 한층 안정돼 있었다. 박 감독은 앞선 두 경기동안 불펜에서 유일하게 제몫을 한 김선규를 7회 무사 1,2루 위기에 투입해 불을 껐다. 김선규는 9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히 봉쇄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LG 타자들은 8회초 마침내 폭발했다. 선두타자 이병규가 2루수 오재원의 실책으로 살아나가자 타자일순하며 장단 5안타(1홈런)로 두산 불펜을 맹폭해 대거 8점을 뽑았다. 이병규는 쐐기 3점 홈런을 터뜨려 이틀동안 홈런 3방을 몰아치는 저력을 과시했다. 역시 뒷문이 흔들리던 두산은 노경은, 김창훈 등 새로운 카드를 꺼내는 모험수를 다시 썼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잠실=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