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스나이퍼' 설기현(32)이 울산 현대에 4년만의 우승을 안겼다.
울산은 1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컵 결승전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설기현은 이 날 1골 1도움으로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반 38분 고창현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자유롭게 서 있던 고창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한 결과였다. 전반 46분에는 골지역 오른쪽에서 최재수의 낮은 크로스를 논스톱으로 왼발로 연결해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오랜만에 팀의 간판다운 활약이었다. 이 날 그의 골은 올시즌 첫 필드골이었다. 이 경기 전까지 그가 기록한 두 골은 페널티킥으로 넣은 것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생활을 접고 포항 스틸러스로 돌아온 그는 올시즌 울산 현대 자리를 옮겼다. 울산은 올시즌 우승을 위해 송종국·곽태휘·강민수·이호 등 전현직 대표선수를 대거 영입했다.그 중 가장 기대를 걸었던 선수가 설기현이었다. 설기현이 터지지 않자 울산은 정규리그에서 12위로 처져 있다. 팀득점 15골은 16개팀 중 15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팀도 선수 본인도 마음고생이 길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경기 전 "설기현에 기대를 많이 걸었지만 서두른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훈련 때 워낙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조만간 골이 터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울산은 후반 13분 역습찬스에서 교체투입된 김신욱의 단독드리블에 이은 크로스를 강진욱이 골로 성공시켜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통의 명가 울산은 2007년 리그컵 우승 이후 4년만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983년 창단한 울산은 이 날 승리로 통산 399승째를 거뒀다. 울산은 16일 K-리그 18라운드 강원 FC와 경기가 프로 최초 400승 기록에 도전한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프로지도자 6시즌 째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11골을 넣은 김신욱이 득점왕에, 4도움을 기록한 최재수가 도움왕에 올랐다.
부산의 추격도 만만찮았다. 부산은 후반 26분 양동현이 골을 성공시키며 추격의 불씨를 댕겼다. 후반 32분 양동현이 재차 한상운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시켜 추가골을 넣었다.
맹장수술을 받은 지 이틀만에 벤치로 돌아온 안익수 부산 감독은 선수들의 경험부족에 고개를 떨궜다. 안 감독은 백전노장 김한윤(37)이 젊은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김한윤이 전반 22분 뜻밖의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준비한 전술이 어그러졌다.
울산=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