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점→12점→10점. 성남 일화와 리그 6위의 승점 차 변화다. 신태용 성남 감독이 "8연승 하겠다"고 외칠 때만 해도 불가능한 것처럼만 보였던 성남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셈이다. 3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대역전극의 사례는 있다. 2008년 전북이 그 주인공이다.
▶2008년 전북의 신화
2008시즌 개막 전 전북은 다크호스로 평가받았다. 바로 전해 리그에서는 8위에 그쳤지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전북은 조재진과 최태욱, 강민수 등 대대적인 선수 영입을 하는 등 전력 보강도 마쳤다. 2000년 플레이오프제 도입 후 사상 첫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기대는 무너졌다. 전북은 개막후 3연패에 빠지는 등 초반 난항을 거듭하더니 결국 5월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다. 연이은 부상 선수가 속출한데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손발이 잘 맞지 않아서였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팀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지만 올림픽 휴식기까지 성적은 15경기에서 승점 15점. 순위도 14팀 중 11위였다. 6강 진출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거짓말같은 드라마가 펼쳐졌다. 후반기 첫 2경기에서 1무1패로 부진했던 전북은 광주전 2-1 승리를 시작으로 남은 9경기에서 7승 2무를 기록했다. 하이라이트는 리그 최종전. 전북은 6위 인천에 승점 2점이 뒤져있어 경남을 이긴 뒤 인천이 패하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북의 6강 시나리오는 현실이 됐다. 전북이 경남을 3-1로 이겼고, 수원도 인천을 3-1로 이겼던 것. 전북은 상승세를 이어 성남까지 격파하고 4강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성남도 할 수 있을까
2011년 성남과 2008년 전북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전북이 기본적으로 좋은 선수들을 가졌지만 부진에 빠진 것과 달리 성남은 다소 '없는 살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남은 전성찬과 조재철, 박진포 등 새 얼굴들을 적극 기용하면서 충분히 경험을 쌓게 하면서 경기력을 점차 끌어올렸다. 시즌 초반 리그와 컵대회에서 모두 1군을 내보내면서 다진 조직력도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성남은 2008년 전북처럼 외국인 선수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당시 전북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데려온 다이치와 루이스가 12경기에서 8골 3도움을 합작하며 공격력에 큰 힘을 실었다. 성남도 부상중이던 라돈치치가 복귀하고 새로 영입한 에벨찡요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성남은 14일 울산 현대를 3-2로 꺾고 올 시즌 첫 2연승을 거뒀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6강 가능성이 5% 늘었다"며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3년 전 전북이 일으킨 대반전 쇼가 성남에 의해서 다시 한 번 펼쳐질 지 흥미로운 시점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