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열풍으로 광주 인화학교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이 재수사된다. 경찰은 성폭력 범죄 수사관 등 10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다시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여론에 밀려 전담 수사팀이 만들어지고 공소시효 폐지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실화 영화 후 재수사 결과는최근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화성지역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2003)’·이형호 어린이 유괴·살인사건을 재현한 ‘그놈 목소리(2007)’·개구리 어린이 실종사건을 재구성한 ‘아이들(2011)’등이다. 영화가 상영되면서 시민들은 관련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경찰은 전담팀을 꾸렸다.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실제로 일어난 10건의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다뤄 관람객수 57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재수사 요구가 빗발치자 경찰은 화성동부경찰서 강력 5팀에 전담 수사팀을 만들었다. 마지막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끝났지만 수사팀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 목격자의 증언이나 관련 제보가 들어올 경우 수사를 진행하는데 사건을 오래도록 담당한 형사들은 다른 경찰서로 옮겨간 상태다.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가 개봉하면서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난 이형호 어린이 유괴살인사건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그냥 넘기지 못했다. 강남경찰서에 해당 사건 제보를 받는 전담팀이 꾸려졌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도 끝난데다가 강남지역에서 워낙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전적으로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러 번 영화화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의 전담 수사팀도 관할서를 바꿔가며 유지되고 있다. 2005년 대구달서경찰서에서 맡았으나 지금은 성서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전담팀 관계자는 “전담팀이 있긴 하지만 수사는 이뤄지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아이들'이란 영화가 개봉된 후 다시 한번 여론이 들끓었지만 새로운 제보는 한 건도 없었다. 현재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했다"고 했다.
'도가니' 재수사 성과낼까이처럼 영화의 힘으로 재수사된 미제사건들에 대한 성과가 거의 없는 가운데 광주 인화학교의 재수사에 대해 기대감이 높다.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모두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추가범행 여부만 확인할 뿐 달라질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은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공소시효 폐지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는 이상 재수사는 여론 무마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태 대구카톨릭대 경찰행정학 교수도 “재수사로 추가범행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의 공분을 뒤집을 결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드라마 ‘콜드 케이스’처럼 미제사건을 전담하는 상설기구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전시성 수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밖다”고 꼬집었다.
손예술 기자 [meister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