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17일 인도네시아 칠레곤 크라카타우 스타디움에서 페르시코타 탕그랑과 친선 경기를 벌였다. 탕그랑은 리가 인도네시아의 디비전2(2부리그)에 소속된 팀으로 포항과 겨루기에는 다소 부족한 실력이었다. 포항은 22명의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며 탕그랑을 9-0으로 눌렀다.
이날 가장 돋보인 선수는 포항의 신인 공격수 김찬희(23)였다. 김찬희는 전반 3분 김진용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7분 뒤에는 신진호가 때린 슛이 상대 골키퍼가 막아낸 뒤 흘러나오자 가볍게 밀어넣어 2-0을 만들었다. 김찬희는 4-0으로 앞선 전반 31분, 박희철이 낮게 문전으로 올려준 패스를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연결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김찬희는 지난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포항에 지명됐다. 그는 한양대 재학 시절 뛰어난 득점력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3학년을 중퇴하고 프로행을 선택했다. 1라운드 두 번째 지명권을 얻은 포항은 김찬희를 선택했다. 김찬희는 "그 정도로 빨리 지명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포항은 가고 싶은 구단 중 하나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포항행을 기뻐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황선홍 포항 감독과의 인연이다. 김찬희는 "매산중학교 2학년 때 황선홍 감독님이 순천에 오신 적이 있다. 그 때 지도를 해주셨고, 끌어안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 사진이 아직 집에 있다"고 웃었다. 당시 황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전남에 입단했으나 곧 은퇴를 선언한 상태였다. 두 사람의 인연이 9년 만에 포항에서 다시 이어진 것이다. 김찬희는 득점력과 근성이 뛰어난 편이지만 183㎝·77㎏으로 뛰어난 체격조건은 아니다. 그는 "입단 이후 감독님께서 몸싸움 능력을 기르라고 하셨다. 거기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는 포항 신인 중 유일하게 인도네시아 전지훈련에 합류할 정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김찬희의 롤모델은 올레 군나르 솔샤르(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솔샤르는 맨유에서 14년간 주로 교체로 출전하면서도 366경기에서 126골을 넣어 '슈퍼 서브'란 별명을 얻었다. 얼굴에 아직 여드름이 가득한 신인 공격수는 "올 시즌은 일단 두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싶다. 그 뒤에는 솔샤르가 아닌 다른 선수를 목표로 삼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