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이었던 LG 안방의 주인이 윤곽을 드러냈다. 노력과 끈기 하나로 김기태 감독과 김정민 배터리 코치의 마음을 훔친 2년차 신예 유강남(20)이다.
김기태 감독은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팀 주전 포수 자리에 대해 “미래와 현재의 공존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즉시전력으로 활용 가능하면서도 향후 LG 안방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선수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유강남의 기용에 비중을 두고 싶다. 강민호(롯데)나 박경완(SK)이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다. 공도 뒤로 빠뜨리고 실수도 많이 하면서 컸다. 유강남도 충분히 그런 선수들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김정민 코치 역시 "감독님과 내 생각이 같았다. 유강남을 이미 주전으로까지 확정해 놓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과 김 코치는 지난 2월11일 주니치전을 시작으로 전지훈련지에서 진행된 총 16번의 평가전과 지난 17일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주전 포수 후보들의 기량을 확인했다. 유강남과 심광호·조윤준·나성용·김태군 등이었다. 그중 유강남은 올 시즌 6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첫 경기에만 지명타자로 나선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포수 마스크를 썼다. 선발 출전은 1경기에 그쳤지만, 포수 교체가 필요하면 김 감독은 어김없이 그를 그라운드에 올렸다.
김기태 감독은 유강남의 기용에 대해 “이유가 있어 계속 올린다”면서 “계속 보고 싶고,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은 유강남이 갖고 있는 자질을 믿는다는 의미다. 앞으로 LG 안방을 이끌고 갈 것이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주전 포수 경쟁에 대해 "이미 머릿 속에 (선수를) 넣어뒀다”면서 “캠프를 통해 가장 기량이 많이 성장한 선수가 유강남이다. 유강남의 경우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유강남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경험이다. 정규시즌 개막전 등 초반에는 경험 많은 베테랑 심광호(35)가 많이 나설 것이다”고 덧붙였다.
유강남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50번으로 LG에 지명됐다. 지명순위도 낮은 데다 당시 대졸 포수를 선호하는 프로의 특성상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유강남은 지난해 마무리 캠프를 시작으로 꾸준히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았다.
김정민 코치는 “유강남은 한 해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선수다. 입단시 전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번 캠프를 통해서도 더욱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도 마찬가지지만 학생이 열심히 하면 선생님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한다”며 “강남이가 그런 학생이다. 항상 관심을 갖고 욕심을 낸다. 나뿐 만이 아니라 다른 코치들과 선수들, 그리고 감독님까지 모두 그의 노력을 높이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강남은 지난 20일과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지난해 2군과 1군의 도루왕이었던 허경민과 오재원의 도루를 저지하면서 최대 약점으로 손꼽혔던 송구 부문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코치는 “사실 유강남의 어깨가 나쁜 편은 아니다. 작년에는 하체를 이용해 상체로 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송구에서 문제를 드러내긴 했다. 그러나 올해 잘 던지는 선수들의 폼이 어떤지에 대해 강남이에게 직접 조언을 해줬고, 본인이 거기에 대해 꾸준히 연습을 했다”면서 “본인이 의지가 강해서 그런지 빨리 고쳤다. 더구나 이번 시범경기에서 허경민과 오재원의 도루를 저지하고 나서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