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가 출범 5개월만에 탄탄대로를 탔다. 지난해 12월 1일 개국 후 방송하는 드라마마다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동시에 출발한 타 종합편성채널과는 확연히 다른 인지도를 확보했다.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불리는 JTBC 드라마는 '아내의 자격'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마지막회가 전국시청률 4.045%(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보여 화제가 됐다.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이며 케이블 TV 자체 제작 드라마가 지난 10여년에 걸쳐 도달한 기록이기도 하다. 앞서 개국작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와 '발효가족'은 각각 회당 11만달러(약 1억2000만원)와 8만달러에 일본으로 수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종편 드라마 사상 첫번째 수출 성과다. 또 국내 드라마 전체를 따져도 이례적이라고 할만큼 높은 가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드라마 회당 평균 수출단가는 4061달러다. JTBC 드라마가 평균보다 20배가 넘는 고가에 팔린 셈이다. 이어 두 편의 드라마와 후속작인 '신드롬'은 국내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독일 위성방송사 KLIKSAT에도 수출됐다. JTBC 드라마의 성공요인은 뭘까?
▶A급 스타 캐스팅으로 눈길
첫번째는 '톱스타 캐스팅'이다. '빠담빠담'은 정우성과 한지민을 내세웠고 '발효가족'은 박진희와 송일국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빠담빠담'은 주연배우 정우성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과 잠재력을 끌어내 '연기파'라는 수식어까지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한지민 역시 시크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면모를 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드롬'의 출연진도 화제였다. 최근 예능과 드라마를 오가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한혜진과 연기파 중견배우 조재현 및 송창의까지 캐스팅했다. '아내의 자격'은 톱스타 김희애와 한동안 멜로 연기를 하지 않았던 이성재를 동반출연시켰다. 두 명의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 최은경과 임성민을 숙적으로 설정한 것도 재치있었다.
현재 방송 중인 월화극 '해피엔딩'은 최민수와 최불암, 심혜진·이승연의 조합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수목극 '러브 어게인'은 김지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적절한 타깃층 공략
적절한 타깃층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도 성공요인 중 하나다. JTBC 드라마는 30대 이상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인을 두루 갖추고 있다. 아이돌 스타와 통통 튀는 대사는 없지만 일상에서 경험할 법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버무려 공감대를 형성한다. 지상파의 주중 미니시리즈가 주로 20대를 포함한 젊은 층에 어필하는 내용을 내세우는 것과 뚜렷한 차별점을 가지는 대목이다. 이제 개국 5개월을 넘긴 시점인만큼 아직 채널에 대한 유입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신드롬'이 의학 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지상파 아침극에서 주로 보여줬던 불륜 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적절히 매치시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것이 좋은 예다. '아내의 자격'도 서울 강남에서 살아가는 주부들의 열렬한 학구열을 보여주고 중년부부의 로맨스를 주소재로 삼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수대비'를 통해 종편 최초 사극을 시도한 것도 유효했다. 특히 강조할만한 부분은 각 드라마들이 자칫 '막장'이라 불릴만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세련된 극본과 연출로 수작의 대열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최적의 조건으로 남다른 완성도 선보여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만한 최적의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 역시 성공요인이다. JTBC 드라마는 '생방송'이라 불릴 정도로 빠듯한 스케줄에 쫓기는 지상파에 비해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 제작된다. 대본이 일찍 나와 배우들의 몰입도를 높여줄 뿐 아니라 연출자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보기 드문 완성도라는 극찬을 받았던 '빠담빠담'도 마지막회가 전파를 타기 일주일 전에 이미 촬영을 끝내고 편집에 공을 들여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지상파 화제작 '아이리스'가 마지막회가 방송되는 날까지 다급하게 촬영을 진행하면서 용두사미로 전락했던 것과 비교된다.
주철환 JTBC 콘텐트 본부장은 "국내 최고라고 불리는 제작진이 투입된다고 해도 적절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하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완성도를 위해 그만큼의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갓 6개월째에 접어든 시점에 대중이 알아주는 콘텐트 하나만 있어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JTBC는 벌써 여러편의 수작을 내놨다. 케이블TV가 10여년에 걸쳐 만들어낸 평균 시청률을 이미 따라잡았을 뿐 아니라 지상파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JTBC의 앞날이 밝다고 전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