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야수들이 점수를 내주거나 내주지 않거나 '괴물투수'는 언제나처럼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한화 류현진(25)이 13일 대전 롯데전에서 8이닝 6피안타 1실점 호투하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총 116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1㎞를 찍었다. 지난 5경기에서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킨 42이닝 동안 고작 13점만을 지원했던 한화 타선은 이날 모처럼 힘을 내 7-1 승리를 만들었다.
●개막전을 설욕하다
류현진은 시즌 개막전인 지난달 7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 6이닝 8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상대 선발 송승준은 5⅓이닝 8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했다.
그로부터 한 달 여가 지난 13일, 정반대 상황이 일어났다. 송승준은 제구력 난조로 4⅓이닝 동안 3안타와 7볼넷을 내주며 6실점으로 무너졌다. 반면 류현진은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1점을 내준 5회초를 제외하면 위기가 없었다. 류현진은 1·3·4·6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냈고, 5회와 8회를 제외한 매 이닝 삼진을 잡아냈다.
양승호(52) 롯데 감독은 류현진에 강한 내야수 황재균(25)을 5번 타순에 배치하고 박종윤(30)을 7번으로 내리며 타순을 변경했지만 소용없었다. 황재균은 류현진을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때려냈지만 5회초 김주찬의 희생플라이로 한 번만 홈을 밟았다.
●여전한 서클체인지업
롯데 타자들은 초반부터 류현진이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도록 유도했다. 1회초 선두 타자 손아섭은 헛스윙 삼진을 당했으나 10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였고, 2번타자 조성환도 8구(우익수 플라이)까지 끌었다.
류현진은 투구 패턴을 영리하게 바꿨다. 서클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던지며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이날 직구를 56개만 던지고 서클체인지업(40개)을 평소보다 많이 던졌다. 커브(16개)와 슬라이더(7개)는 타이밍을 뺏을 때만 썼다.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에 롯데 타자들은 번번이 헛스윙을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할 타율(0.302)을 기록하고 있던 전준우는 세 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고, 전날 9회초 싹쓸이 3타점 결승 2루타를 날렸던 손아섭도 2차례 삼진 포함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번타자 홍성흔도 4타수 무안타 2삼진.
류현진은 경기를 "상위타선을 상대로 전력 피칭을 했다. 1회초 투구수가 많아져서 한계 투구수가 될 때까지 전력피칭 하겠다고 마음먹고 던졌다. 다행히 8회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데뷔 후 항상 호흡을 맞췄던 선배 신경현(37) 대신 동갑내기 포수 정범모(25)와 호흡을 맞췄다. 포수가 바뀌어도 류현진의 공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류현진은 경기 뒤 "(정)범모와 함께 머리를 굴려 공배합을 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