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49) 삼성 감독은 지난주 선발 로테이션을 작성하며 잠시 고민했다. "(윤)성환이가 잘 해 주겠지." 8일 사직 롯데전과 13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 선발진이 풍부한 삼성에서 한 명의 투수가 일주일동안 두 번 선발 등판하는 일은 이례적이었다. 위기의 삼성. 믿고 있던 선발진이 무너진 터라 걱정은 더욱 컸다. 차우찬(25)과 정인욱(22)이 동시에 2군으로 내려간 상황. 류 감독은 윤성환(31)을 믿었다.
삼성의 반격이 시작됐다. 삼성은 지난주 4승1무1패를 거두며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혔다. 14일 현재 1위 SK에 불과 3게임 차 뒤진 공동 5위. '믿었던' 윤성환이 두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을 따내며 상승동력을 만들어냈다. 일간스포츠는 조아제약 5월 둘째주 주간 MVP(상금 50만원)로 윤성환을 선정했다. 윤성환은 "상복이 없는 편인데,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귀한 상을 받았다.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성환은 지난주 두 경기에서 총 14이닝을 소화했다. 실점은 단 2점뿐이었다. 8일 롯데전서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이더니 13일 LG전에서는 6이닝을 7피안타 2실점으로 막아냈다. 두 경기 모두 삼성이 승리했고, 윤성환은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주 8개 구단 투수들 중 유일하게 2승을 챙겼다.
그는 "막혀 있던 것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윤성환은 앞선 4번의 등판에서 승을 챙기지 못한 채 지난주를 맞이했다. 4월11일 광주 KIA전 7이닝 5피안타 무실점, 4월24일 대구 롯데전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그의 이름 앞에 '불운의 에이스'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다.
윤성환은 "자꾸 승리 기회를 놓치니 불안한 마음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윤성환의 불운은 삼성의 성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는 "팀 성적이 좋지 않으니 더 부담이 됐다"고 했다.
5월 둘째주 윤성환이 불운을 떨쳐냈다. 삼성은 반전을 이뤘다. 삼성은 선두권 진입을, 윤성환은 '시즌 15승'의 꿈을 다시 품게 됐다. 윤성환은 "올해 공의 제구가 잘 되는 편이다.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라고 말한 뒤 "에이스의 기준은 15승 아닌가. 14승(2009, 2011년)을 두 번 해봤으니 더 욕심이 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제 그도 베테랑이다. 자신의 승리를 함께 만들어준 동료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법을 알고 있다. 윤성환은 "8일과 13일 모두 (오)승환이가 마무리를 했다.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잘 막아줬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오승환은 4월24일 대구 롯데전에서 패전투수가 됐고, 윤성환은 승리를 놓쳤다. 윤성환은 이날의 기억을 지워주고 싶다. 그는 "승환아, 항상 믿고 있다. 난 걱정 안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