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1)은 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퀸즈파크레인저스(이하 QPR) 입단식을 통해 새로운 축구인생의 막을 열었다. 포지션은 그대로지만, 그 외의 많은 것이 바뀐다. 연봉, 동료, 팀 내 역할, 기대치, 구단 지원 등 모든 것이 달라진다. QPR이적은 박지성에게 새로운 도약대가 될 수도, 정점을 지나 하향곡선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되는 종착역이 될 수도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팀 부흥의 중심
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박지성의 역할은 '슈퍼 서브'에 였다. 성실하고 헌신적인 플레이스타일, 멀티 능력, 승부처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집중력 등 다양한 장점을 보여줬지만 내로라하는 별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주전을 꿰차지 못했다.
QPR에서는 간판 선수다. QPR 사령탑 마크 휴즈 감독이 비밀리에 방한해 박지성과 독대하며 입단을 설득했을 정도로 영입에 공을 들였다. 구단이 팀 내 최고 연봉을 약속했고, 적극적인 전력 보강 의지도 보여줬다. 확 달라질 라인업을 바탕으로 박지성이 전술의 구심점 역할을 소화할 전망이다. 박지성을 축으로 QPR이 EPL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차범근처럼 한국인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한 구단의 간판 스타가 될 기회다.
이번 시즌은 박지성이 EPL 진출후 처음으로 시즌 내내 풀타임 주전으로 나서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제2의 맨시티'를 꿈꾸는 QPR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수준급 멤버들을 추가한다면 유럽클럽대항전 진출도 노려볼 만하다.
◇최악의 시나리오-혹사로 인한 부상
부상이라는 복병을 주의해야 한다. 박지성은 무리하면 무릎이 붓는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A대표팀에서 은퇴한 것도 무릎 때문이다. QPR에서는 맨유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기대할 수 없다. 스스로 컨디션을 챙기며 살아남아야 한다. 팀 성적을 지나치게 의식해 몸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더 큰 재앙과 맞닥뜨릴 수 있다.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다면 금전적으로도 손실이 크다. 박지성은 맨유 시절에 비해 연봉을 40% 가량 낮추는 대신 각종 수당을 늘렸다.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되는 연봉과 달리 수당은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이런 규정 때문에 몸을 혹사하다가 되레 부상을 당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QPR에서의 활약 여부는 막바지 선수 인생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준수한 능력을 발휘한다면 K-리그를 비롯한 또 다른 클럽에서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반대의 경우 축구계에서의 존재감이 급속도로 축소될 수 있다. QPR이 만일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되면 맨유도 옵션 계약에 따라 약 3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