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25)이 올 시즌 개인 첫 완투승을 따내며 붕괴 직전의 한화 마운드를 구했다. 류현진은 24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8피안타 3실점으로 시즌 4승(5패)째를 올렸다.
경기 전 한화 더그아웃에는 어두운 소식만 연달아 전해졌다. 외국인 투수 션헨(31)이 방출됐고, 박찬호(39)는 허리 통증이 호전됐으나 후반기 첫 주에는 등판하지 못하게 됐다. 컨디션 난조로 지난 6일 2군으로 내려간 양훈(26)은 2주 넘게 1군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고, 지난 13일 왼 손목 통증으로 1군 엔트리 말소된 유창식(20) 역시 추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대화(52) 한화 감독은 "25일 경기 김혁민 이후에는 선발이 없다. 오늘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스타를 상대하다
류현진이 1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롯데 선발 유먼(33)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뒤에는 롯데 수비진이 있었다. 류현진은 사흘 전인 21일에도 같은 곳에서 이스턴리그 올스타 팬투표를 싹쓸이한 롯데 타선과 이스턴리그 선발 유먼을 상대했다. 묘하게 재현된 올스타전.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이 올스타전 때처럼만 던져주면 좋겠다"고 했고 양승호(52) 롯데 감독은 "사흘 전에 한 번 당했으니 오늘은 좀 치겠지"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당시 류현진은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올스타전 우수투수상을 차지했다. 경기 초반에는 양 감독의 생각이 맞는 듯했다. 류현진은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올스타 최다득표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종윤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로 나선 올스타전 MVP 황재균은 중전 안타를 날려 류현진에게 첫 실점을 안겼다. 황재균은 박준서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아 2점째를 올리며 류현진을 흔들었다.
직구로 돌파하다
그러나 류현진은 3회초부터 '괴물'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3·5·6·8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냈고 7회초 2사 2·3루 위기에서는 시속 151㎞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로 문규현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불을 껐다. 한화 타선은 5회말 오선진과 이여상의 적시타로 3점을 뽑아내며 에이스에게 힘을 실어줬다. 8회까지 113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4-2로 앞선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홍성흔을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강민호에게 솔로 홈런을 내줘 1점 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4구째 던진 시속 132㎞짜리 서클체인지업이 높았다.
송진우(46)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지만 류현진은 "계속 던지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음 타자 박종윤에게 또다시 안타를 맞았으나 황재균을 초구에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시키며 한숨을 돌렸다. 박준서의 안타로 맞은 2사 1·3루 마지막 위기에서 류현진은 시속 150㎞짜리 직구를 던져 문규현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류현진은 유격수 이대수가 땅볼을 잡아 2루수 한상훈에게 토스해 대주자 김문호를 포스 아웃시키는 순간 한숨을 크게 내쉬며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류현진의 이날 투구수는 129개였다. 올 시즌 최다이고 지난해 5월1일 대구 삼성전(134개) 이후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1㎞.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빠른 직구(58개)와 서클체인지업(36개)을 조합해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올 시즌 탈삼진 129개로 부문 1위를 굳게 지키는 한편 후반기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며 데뷔 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도전에도 다시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