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꼽혔던 웅진코웨이의 매각이 끝내 무산됐다. 웅진그룹은 24일 KTB PE(사모펀드)와 함께 투자자금을 유치해 새로운 법인을 만든 뒤 웅진홀딩스와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웅진그룹과 KTB PE와의 합의서에 따르면 신설법인의 지분은 웅진홀딩스가 40%, 사모펀드가 60%를 보유하는 구조지만, 경영권은 4년간 웅진그룹이 행사하게 된다. 웅진그룹은 4년 후 신설법인의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확보했다.
결국 웅진코웨이 매각은 지난 6개월간 인수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된 GS리테일이나 중국 콩카그룹이 아니라, 본 입찰에 참가하지도 않은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유치로 마무리됐다.
웅진그룹은 매각에서 신규 투자유치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국내 증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어 웅진코웨이의 매각가격이 웅진코웨이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시 웅진코웨이 주가는 약 4만원 수준 이상을 형성해 매각 규모가 약 1조5000원에 이른다고 평가된데 반해 현 주가 수준에서는 매각 규모가 약 1조2000억원으로 줄어들어 매각에서 투자유치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웅진그룹이 이 자금압박때문에 웅진코웨이를 내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연매출 1조6000억원에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계열사를 처분할 의사가 원래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매각 초부터 시장에서는 “윤석금 회장이 경영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기업에 매각하고 싶어한다”는 등의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의 경영권도 유지하고 신규자금도 유치하는 실리를 얻었다. 그러나 반년 가까이 끌어온 매각 과정에서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해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사용한 기업들을 들러리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보인다.
인수전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인수 가격을 다시 써내라고 몇 번이나 요구해 의아했다”며 “결국 그것이 투자유치를 위한 들러리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증시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유치로 웅직그룹이 확보하는 자금이 생각보다 작아 웅진그룹이 자금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이상구 연구원은 “웅진그룹 입장에서는 경영권 지분도 유지하고 자금도 유치하는 구조이지만 매각금액이 세후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해 그룹에 대한 자금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웅진그룹이 확보하는 자금은 공식적으로 1조2000억원이지만 웅진그룹은 신설법인에 40%(2400억원)의 지분을 투자해야 하기때문에 실제 들어오는 돈은 9600억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