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2연승.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긴 양승호 롯데 감독의 모습은 2차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깍듯하게 모자를 벗어 "안녕하십니까"란 인사를 하는 동작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편도가 좋지 않은 양 감독은 경기에 앞서 병원을 다녀왔다. 의자에 앉은 그는 음료수 한 모금으로 갈증을 풀어내며 경기를 복기했다.
-SK 선발 송은범을 잘 공략했는데.
"송은범 선수가 단조로운 피칭을 했다. 변화구 하나와 직구로만 상대했는데 우리 타자들이 떨어지는 공(변화구)에 속지 않고, 직구만 노렸던 게 활발한 공격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이제 사직구장 징크스에서 벗어난 건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가 경험이 돼 오늘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가 많이 나왔다. 내일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웃음)"
-승리의 요인을 꼽자면
"정대현이 왼 무릎에 통증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성배가 완벽하게 해주기 전에 '선발 고원준이 3회까지만 해도 좋겠다' 싶었는데 5회까지 던져주니까 그 뒤에 올라온 선수들이 이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투수들의 수훈이 아닌가 싶다."
양승호 감독은 김성배 얘기에 웃음을 보였다. 그는 "4차전에서 던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선발이라고 생각하고 던지라고 말했다"며 "8회 이호준 타석에서 바꿔줄까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믿어보기로 했다. 2루타를 맞아 바꿨지만 뒤에 나온 강영식이 막아주더라"며 잇몸이 다 보이는 환한 미소로 흡족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성배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롯데의 포스트시즌 7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타선이 잘해줬는데.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타선이 폭발해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뿐이다. 타자들도 자기들끼리 경기 후 미팅을 하면서 투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고 하더라. 어쨌든 감독 입장에서는 그런 것이 흐뭇하다. 오늘 경기도 초반부터 타자들이 활발하게 타격을 해줘 고원준도 잘해주지 않았나 싶다."
투수 교체에 대한 질문에는 "아픈 선수들이 많다"며 "조그마한 잔부상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 멀쩡한 선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최대성도 투입할 수 있었는데 근육통이 있었다"며 긴장을 농담으로 풀어냈지만 이내 "내일 뛰는 건 관계 없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오늘도 타자들이 초구를 잘 치지 않던데.
"정규시즌 133경기를 하면서는 초구에 안타를 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웨이팅 사인을 내주는 경우가 있다."
-정대현은 등판이 가능한 상태인가.
"아침에 일어나봐야 알겠지만 큰 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양승호 감독은 경기 중 발목을 다친 홍성흔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원래 못 뛰는 친구니까. 타석에서 큰 지장이 없다면 출장에 문제없다"는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남들 같으면 투수 보크 때 천천히 걸어서 2루에 갈 텐데 혼자서 아픈 척을 다하더라. 더그아웃에 들어왔을 때 '그런 모션 하지말라'고 말했다"고 농을 던졌다.
-4차전 각오는.
"5차전까지 간다면 양 팀 모두 한국시리즈에 가서 힘든 레이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내일 끝내고 싶은 게 감독의 솔직한 마음이다. 우리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 기회가 된다면 선발 유먼을 제외하고 송승준까지 모두 투입할 예정이다."
부산=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패장 인터뷰
이만수(SK 감독)
"송은범을 3차전 선발로 올린 것은 그동안 안 좋았기 때문이다. 1회에 안타는 좀 맞았지만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조금 더 끌고 갔다. 상대 투수인 고원준과 김성배의 볼을 타자들이 전혀 치지 못했다. 그렇게 하면 이길 수가 없다. 중심타선이 해줘야 한다. 중간 투수가 올라오면 초구부터 과감하게 가야 하는데 너무 안 치는 바람에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갔다. 타자들이 올라와준다면 아직까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비를 제일 잘 한다는 박진만이지만 평범한 볼인테도 실책하는 바람에 실점과 연결됐다. 2차전에서는 최윤석의 실책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부담을 안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4차전은 총력전에 들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