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남자 박종우(23)가 4일 오후 해군 수송함 독도함(1만 9000톤급)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40명의 전현직 K-리거와 함께 해군진해기지사령부(사령관 준장 신정호)를 찾았다. '축구로 만드는 행복(별칭 추캥)'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한 자리였다.
추캥은 2012년 K-리그가 끝나자마자 진해에 위치한 해군기지를 찾았다. 해군은 병영체험을 할 수 있게 독도함을 숙소로 제공했다. 박건하 전 올림픽팀 코치와 부산 아이파크 동료 김창수의 권유로 이번 추캥에 참석한 박종우는 우연한 기회에 독도함에서 1박 2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독도함에 오른 박종우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8월 런던 올림픽 축구 3, 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를 했다. 이 때문에 동메달을 받지 못했고, 지난 3일 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국제경기 2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약 41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독도 세리머니 때문에 징계를 받은 다음날 독도함에 오른 박종우는 "감회가 새롭다"고 운을 뗐다.
박종우는 "그런 세리머니를 하고 독도함에 오른 것이 새롭고 신기하다. 오늘 체험할 곳이 독도함인지 전혀 몰랐다"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속정 참수리호로 옮겨 해군 임무체험을 한 박종우는 "해군 체험은 처음이다. 나한테는 뜻깊은 시간이다"며 "안 보이는 곳에서 나라를 지켜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독도함은 와봤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독도에도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독도 명예대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질문에 박종우는 "독도의 아이콘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며 "그렇게 불러주시는게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떳떳하고 당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메달을 따서 병역특례라는 행운이 찾아왔다. 군인분들의 노고를 알았다. 나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제법 의젓하게 답했다.
FIFA 징계에 대해서는 "후련하기도 하다. 발표가 나기 전까지 115일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아직 동메달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이미 해탈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의 올림픽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박종우를 포함한 추캥은 1박 2일 동안 진해 해군기지에서 뜻깊은 병역체험을 했다. 5일에는 어려운 장병을 위해 위문품을 전달했고, 진해 공설운동장에서 자선축구대회를 열어 해군 장병들에게 축구의 묘미를 보여줬다. 추캥은 '축구로 받은 사랑을 축구를 통해 세상에 다시 돌려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7년 전 박건하 코치와 오장은(27), 정혁(26) 등이 모여 몰래 봉사활동을 하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13회에 걸쳐 어려운 이웃과 국군장병들에게 축구로 사랑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