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롤러코스터는 없다. '900억의 사나이' 페르난도 토레스(28·첼시)의 2012년만 놓고 보면 그렇다.
토레스가 16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코린티안스(브라질)와의 2012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 무득점에 그치고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날 토레스는 수차례 기회를 얻었지만 번번이 골을 넣지 못했고,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결국 남미 팀에게 6년 만에 클럽월드컵 정상을 내주는 굴욕을 당하고 고개를 떨궜다.
토레스는 올해만 해도 수차례 심한 굴곡을 겪으며 파란만장하게 보냈다. 지난해 1월 팀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인 5000만 파운드(약 900억원)를 기록하며 첼시에 왔던 토레스는 지난 4월 전까지 지독한 골 가뭄에 시달리며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기본적인 플레이마저 위축되자 주전 자리도 보장받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4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바르셀로나전에서 '인생 역전'을 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거함 바르셀로나를 침몰시키고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900억원짜리 로또포'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토레스의 골은 첼시에 행운을 안겼다. 이후 토레스는 리그 경기에서 2년 7개월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탔고,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거머쥐었다. 유로2012에서는 3골을 넣고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스페인의 대회 2연패도 이끌었다.
완벽하게 부활하는가 했던 토레스는 2012-2013 시즌에 접어들어 다시 부진했다. 시즌 초반에는 잠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또다시 긴 침묵에 빠졌다. 덩달아 첼시도 부진한 성적에 디 마테오 감독이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첼시 레전드인 루드 굴리트는 "토레스를 팔아야 한다"며 혹독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그랬던 상황에서 라파엘 베니테스 전 리버풀 감독이 첼시 사령탑에 오르면서 토레스는 다시 떠올랐다. 과거 리버풀에서 베니테스 감독 아래 성장했던 토레스는 이달이 시작되자마자 3경기 5골을 몰아치며 기세를 보였다. 토레스는 "베니테스 감독 덕분에 선수들의 자신감이 되살아났다"면서 우회적으로 베니테스 감독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였다.
그러나 2012년을 마감하는 중요한 대회였던 클럽월드컵에서 토레스는 다시 고개를 떨궜다. 결정적인 기회를 잇따라 놓친 게 컸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골을 넣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는 불운도 겹쳤다. 영국 대중지 인디펜던트는 "토레스의 존재는 낭비적이었다"면서 부진한 경기력에 비판을 가했다. 희망과 좌절을 숱하게 겪은 토레스의 2012년은 그렇게 아픔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