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오늘 눈이 내리는 거예요. 어제는 날씨도 좋더니만…”
임태훈(24·두산)이 하늘을 원망 섞인 눈으로 올려다봤다. 평소 눈을 좋아하는 그지만, 이날 만큼은 한없이 내리는 눈이 야속하기만 했다. 임태훈은 “눈 때문에 자선 경기 못하게 돼서 아쉽다. 경기해서 팬들이 많이 보러 와 주셨다면 두환이를 더 많이 도와 줄 수 있었을 텐데요”라고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암 투병 중인 이두환 돕기 자선경기가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오전부터 내린 눈으로 취소됐다. 눈이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두환을 돕기 위해 뜻을 모은 이들의 발걸음은 목동구장을 향했다. 이날 이두환의 이수중학교 동문들인 임태훈을 비롯해 황재균(롯데), 심수창, 허도환, 이성열(이상 넥센)과 두산에서 같이 뛴 김현수, 이원석, 양의지(이상 두산)등이 참석했다. 여기에 연예인 김창렬, 정준하, 오지호, 이하늘, 송종호, 이정수, 박재정, 마리오, 노라조, 변기수 등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야구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경기에 나설 선발 라인업까지 작성하는 열의를 보였던 임태훈은 “두환이가 평소에 나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할 만큼 절친한 사이다. (이)두환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리틀 대표팀에 같이 뽑혔었는데, 같이 힘들게 운동했던 사이라 추억이 많다”고 말했다.
얼마 전 임태훈은 친구들과 함께 이두환의 병실을 찾았다. “아픈 두환이를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참느랴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임태훈은 “지금까지 3번 두환이를 찾아갔다. 갈때마다 아프면서도 안 아픈 척 하는 두환이의 모습에 마음이 더 아팠다.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눈물이 날까바 말도 제대로 못했다. 근데 두환이가 오히려 나한테 힘내라고 말해줘서 미안했다”고 했다.
임태훈은 오는 22일 서울 양재동에서 2006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였던 김광현(SK), 양현종(KIA), 이용찬(두산) 등과 함께 일일호프를 열 예정이다. 그는 행사를 진두지휘하며 플래카드 제작부터 장소 섭외와 이벤트 계획까지 직접하고 있었다. 임태훈은 “두환이가 자기를 돕기 위해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 병문안을 갔더니 고맙다고 하더라. 일일호프 다음날(23일)에 청소년 대표팀 멤버들과 두환이를 찾아갈 것이다”면서 “두환이가 힘을 힘냈으면 좋겠다. 나도 두환이 몫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목동=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