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승마] 남박사의 말이야기 140.승마의 인기 비결
스포츠의 기능가운데 오락성은 앞으로 더욱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스포츠일수록 각광을 받는다는 것이다.
스포츠의 발달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몸동작에서 출발했다. 신기한 몸동작을 구사하는 무의(舞儀) 선수에게 관객들은 감탄사와 환호로 보답했다. 여기에 힘입은 선수는 고난도의 기술 연마에 매진했다.
시간이 흘러 이런 기술은 선수층과 관객층이 확실하게 나눠지도록 선을 그어놨다. 고난도 기술과 정교함은 관객층으로서는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신묘한(?) 영역이 되고 만 것이다. 관객은 모방하고 싶어도, 참여하고 싶어도 기술이 워낙 고난도이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런 스포츠는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곤 한다.
현대 스포츠사회학에서는 스포츠의 욕구로 건강에 대한 욕구, 사회참여 욕구,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 오락성의 욕구 등 크게 4가지를 들고 있다. 그런데 모방과 접근이 용이한 대중 스포츠의 경우는 건강과 사회참여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안성맞춤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비인기 종목의 경우는 자아실현의 욕구와 오락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훨씬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1896년 프랑스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의 제창으로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근대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퇴출된 스포츠 종목은 무려 44개에 달한다. 2016년 하계 올림픽까지 퇴출이 확정된 스포츠는 시범종목 중에서 수상스키 모터스포츠 글라이딩 등 20개 종목이다. 정식종목 중에서 퇴출된 스포츠도 소프트볼 럭비 줄다리기 등 14개 종목에 달한다.
2014년 동계 올림픽까지 퇴출된 종목은 시범종목 중에서 스피드스키 장애인알파인스키 개썰매경주 등 모두 10개나 된다.
스포츠는 의료서비스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욕구충족만으로 그 명맥이나 명성을 유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구도자의 길을 걷는 수행이나 예배의 영역도 아니다. 그래서 자아실현의 욕구 충족만으로도 그 명맥을 유지가 힘들다.
미래 사회로 갈수록 스포츠는 재미를 요구하고 있다. 재미없는 스포츠는 결국 스포츠의 역사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여러 스포츠 가운데 승마의 오락성은 시대를 초월하기에 충분하다. 장단고저의 음악성과 느림과 빠름, 그리고 강함과 부드러움이 승마에는 모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강하고 다이나믹한 동작만을 추구하는 스포츠는 역동성 면에서 짜릿할 수는 있지만 부드러움이 없으면 ‘강함의 끝’이 어디인지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승마는 인류의 태동과 더불어 시작됐고 미래에는 관객들이 더 짜릿한 감탄사를 연발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남병곤 제주대 석좌교수(승마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