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귀환'을 앞둔 전날 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손민한(38·NC)의 복귀를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NC는 손민한을 5일 마산 SK전 선발로 예고했다. 1군 마지막 등판이었던 2009년 8월27일 이후 1378일 만의 복귀. 정작 설레는 이들은 따로 있었다. 그를 '영웅'으로 믿는 후배들, 중하위권에 머물던 롯데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며 마지막 자존심을 세웠던 NC 팬들, 경남권에 뿌리내리려는 구단은 "손민한이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고 후배, NC 김태군·이민호…"소녀시대보다, 손민한"
김태군(24)과 이민호(20·이상 NC)는 손민한의 부산고 후배다. 어린 시절부터 사직구장을 놀이터 삼았다. 손민한의 투구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두 사람은 "선배는 지금의 소녀시대보다 인기가 많았다. 동문회에 한 번 나오시면 그날은 학교 전체가 난리였다"고 떠올렸다. 포수인 김태군은 선배의 복귀전에서 함께 배터리를 이루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같은 팀에 있는 것도 신기한데, 선배의 복귀전에서 공까지 받게 됐다. 영광이다"고 했다.
NC는 지난달 김태군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23일 상무구장에 열렸던 퓨처스(2군)리그 두산전에서 손민한과 호흡을 맞추라는 뜻이었다. '영웅'의 공은 어땠을까. 김태군은 "꿈꾸는 기분이었다. 어린시절 선배의 포크볼을 보면서 '아무도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제구가 좋았다"며 "리드를 모두 따라오셨다. 한 번도 고개도 흔들지 않으셨다. 공을 던질 때마다 완급조절을 달리 하시더라. 매번 다른 공을 던지는 듯 했다"고 설명했다.
이민호는 손민한과 열 여덟 살이나 차이가 난다. "선배가 나오는 날에는 야구장이 미어터졌다. 공격적이고 날카롭게 파고들던 몸쪽 직구가 아직도 선하다"던 그는 "선배가 '전성기 때도 일 년에 한 두 번 긴장할 때가 있었다'고 하시더라. 복귀전에서 선배의 그 몸쪽 직구를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경남권 팬, 구단…"손민한에 따라 NC의 경남권 안착 가속도"
NC가 경남권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손민한이 필요하다. 창원·마산 팬들이 롯데와 공유해 온 추억을 온전히 이식해야 NC가 산다.
골수 롯데 팬이었던 김상규(40)씨는 고향에 NC가 창단되자 응원팀을 바꿨다. 그는 손민한이 보여주는 모습에 따라 롯데와의 30년 순정을 버리지 못한 '마산아재(아저씨)'들의 향방이 갈린다고 했다. 그는 "아직 NC에 마음을 주지 않은 창원·마산 팬이 수두룩 하다. 롯데가 하위권에 머물 때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팬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선수 아닌가. 손민한은 과거 롯데 야구에 푹 빠졌던 '아재'들의 향수를 자극할 선수다"고 말했다. 성적보다는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성공이다. 김상규 씨는 "경남에서는 지금의 이대호보다 스타였다. 설령 과거와 같은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자세와 내용이 좋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어떤 구단도 손해 보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 서른여덟의 노장을 팀에 받아들인 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NC의 한 관계자는 "손민한은 스타 파워가 있는 선수다. 당장 성적을 기대하기보다는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4일 마산야구장에 6500여 명이 입장했다. 5일은 그보다 훨씬 많은 관중이 들 것이다"고 전했다. 김경문(55)NC감독은 "복귀전을 일부러 홈에서 잡았다. 다시 마운드 서는 것만으로도 경남권 팬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