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히로시마 잭팟, 용병타자 킬러 데뷔 ‘3G 연속 홈런포’
일본프로야구에 괴물 용병이 나타났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히로시마가 대박을 터뜨렸다.
히로시마가 시즌 도중 영입한 킬러 카아이후아(29)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데뷔 3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9일 요코하마와 첫 경기에서 역전 투런홈런, 10일 선제 투런 홈런포를 가동했다. 11일엔 홈런 두 방을 몰아쳤다. 첫 3경기에서 타율 0.417 4홈런 10타점. 일본 언론은 '히로시마에 사신이 나타났다'고 흥분하고 있다.
우투좌타인 킬러는 11일 요코하마 원정에서 폭발했다. 히로시마 구단 62번째 4번 타자로 나선 그는 1-0으로 앞선 3회 무사 1루에서 요코하마 선발 스다 고타의 싱커를 걷어올려 라인 드라이브로 백스크린에 꽂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4회 1사 1·3루에서 왼손 투수 다나카 겐지로의 커브를 잡아당겨 오른쪽 외야석 상단으로 보내는 시즌 4호 홈런으로 연결했다. 1회 1타점 적시타를 포함해 5타수3안타 6타점. 요코하마가 7-3으로 이겨 3연전을 2승1패로 마쳤다.
경기 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킬러는 "첫 번째 타석에선 행운의 안타를 쳤지만 홈런을 친 두, 세번째 타석은 몰린 공을 제대로 찍었다"면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 페이스가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기뻐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데뷔 첫 3경기에서 4홈런을 친 건 1987년 야쿠르트의 밥 호너 이후 26년 만으로 세 번째 진기록이다.
195㎝·106㎏로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는 킬러는 메이저리그 출신 1루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시즌 동안 캔자스시티에서 126경기에 나와 타율 0.221 15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196홈런. 올해는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하고 애리조나 산하 트리플A 레노에 있다 연봉 3500만엔(약 4억 원)을 제시한 히로시마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하와이 원주민 출신이다. 칼리후아에서 나고 호놀룰루에 있는 이올라니고교를 졸업했다. 하와이 출신이어서 히로시마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는 "태평양 전쟁의 시발점이 된 진주만과 세계 최초로 원자 폭탄을 터뜨린 히로시마. 조상들이 아픔을 극복해 지금 여기에서 뛸 수 있는 것이다. 더욱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15년 연속 클래스B로 가라앉은 히로시마는 킬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히로시마 타선은 현재 팀 타율(0.236)과 팀 득점(263점)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팀 홈런도 킬러가 오기 전 꼴찌였으나 그의 맹활약으로 한신에 1개 앞선 5위(46개)가 됐다. 히로시마는 외국인 타자 엘도레도가 18타점, 루이스가 9타점으로 동반 부진에 빠져 있다. 킬러의 파괴력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히로시마는 33승1무44패로 센트럴리그 3위에 올라 클라이막스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다. 킬러가 허약한 타선 고민을 씻어줄 구세주로 떠올랐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