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성남시, 성남 일화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출범
성남 일화가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성남시에서 계속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재명(49) 성남시장은 2일 성남시 여수동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 일화 축구단을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장은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위해 신생팀 창단, 기업구단유치, 성남일화 구단의 인수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그러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추진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결국 시민들이 결정해줬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성남 일화 서포터즈 수 십 명은 크게 기뻐했다.
성남 일화는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에도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 참가한다. 프로축구연맹 챌린지 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김진형 차장은 "성남 일화가 시민프로축구단으로 전환해도 구단 틀은 그대로 인수되고 구단 주주만 바뀌는 형태이기 때문에 1부리그에서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성남시가 성남 일화를 인수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성남 일화는 올해 재정난 문제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통일그룹은 지난해 9월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별세한 이후 스포츠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뗐다. 충남 일화 여자 축구단을 해체했고, 피스컵 축구대회를 개최했던 선문평화축구재단도 정리했다. 통일그룹은 성남일화에도 '재정적 자립'을 요구했다. 최악의 경우 구단을 해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성남 일화는 '시민구단 전환'으로 재정난 돌파구를 마련했다. 마침 성남시가 지난 3월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성남시와 인수를 논의했다. 성남시는 지난 3월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추진하겠다는 발표했고, 1500만원을 투입해 창단 타당성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성남 일화 축구단을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창단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남시는 연간 100~200억 구단 운영비 부담으로 성남 일화 인수를 꺼려했다.
그 때 안산시와 연이 닿았다. 시민프로축구단을 창단을 준비하고 있던 안산시는 성남 일화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성남 일화 관계자들과 만나 여러 차례 논의했고, 8월말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안산시도 재정 확보를 걱정했다. 메인스폰서가 확보되면 성남 일화 인수를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 20~30억을 지원해줄 메인스폰서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워리어스포츠'가 먼저 메인스폰서가 되겠다고 나섰지만 미국 본사와 협의과정에서 9월말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그리고 성남시가 움직였다. 지역 팬들의 연고이전 반대 여론과 시민구단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통했다. 성남시 축구팬들은 성남 일화 축구단이 안산시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해 성남시 의회와 시청을 찾아 성남시민축구단 창단촉구 범시민궐기대회를 열고 성남 일화 축구단 인수를 촉구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할 과제가 있다. 재정 확보가 시급하다. 이 시장은 "성남시에서 투자하고 기업 후원과 시민주 공모 방식으로 재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직원 고용 승계 문제, 구단 역사 계승 여부 등도 논의해야 한다.
성남=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