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채태인(31)은 지난 3일 정규시즌 최종전인 롯데전을 앞두고 KBO 홈페이지의 자신의 기록을 보여주면서 "조금 대단하지 않나요"라고 으쓱했다. 입담 좋은 그의 자랑이 아니더라도 올 시즌 채태인의 스탯은 누가 보더라도 놀라운 숫자들이다.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을 냈고, 불의의 어깨 부상만 없었더라면 생애 첫 타이틀까지 가능했을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다. 덕분에 팬들로부터 듣던 '채럼버스', '채맹구', 채르노빌' 등 달갑지 않는 별명은 쏙 들어가고, '채천재'로 정리됐다.
타율 0.381 규정 타석에 모자란 '장외타격왕'이다. 어깨를 다치기 직전 3할7푼대로 타격1위에 올랐지만 부상으로 타격 순위에서 빠졌다. 채태인은 "규정타석에 모자라는 타수만큼 무안타로 처리해도 3할3푼은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의 최종 성적은 342타석 299타수 114안타. 규정타석(396)에 모자라는 54타석을 모두 무안타로 계산하더라도 그의 타율은 0.323이다. 그렇게 해도 타격 5위에 해당한다.
OPS 1.000 최근 들어 메이저리그 영향으로 타율 외에도 OPS(장타율+출루율)을 타자의 평가 기준으로 자주 언급한다. 채태인은 장타율 0.542, 출루율 0.459로 OPS가 딱 1.000이다. 300타석 이상 선수 중 홈런·타점 타이틀을 차지한 넥센 박병호(1.039)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SK 최정(0.980)보다 높다.
득점권 타율 0.410 올해 달라진 채태인의 장점은 찬스에 강한 것이다. 득점권 타율이 0.410이다. 78타수 32안타 37타점, 병살타는 단 2개 뿐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1위인 LG 이병규(등번호 9)의 성적 115타수 49안타(0.426)에 버금가는 클러치 히터였다.
대타 타율 0.571 채태인이 수비 강화를 위해 벤치로 밀리더라도 상대팀은 긴장해야 한다. 대타로 나오면 더 무섭다. 그는 대타로 14타수 8안타(0.571)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중간에 등장하는 채태인은 집중력이 더 뛰어나다.
마지막 10경기 타율 0.621 어깨 부상으로 8월 중순부터 한 달 가량 빠졌던 채태인은 9월 중순 복귀해 10경기를 뛰었다. 이 기간 29타수 18안타(0.621) 2홈런 8타점을 쌓으며 삼성의 정규 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다. 10경기의 장타율(0.931)과 출루율(0.676)을 합한 OPS는 무려 1.607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숫자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해 타율 0.207(54경기)에서 올해 0.381(94경기)로 급반전을 이룬 채태인을 정규시즌 우승에 수훈을 세운 타자로 꼽았다.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전력 플러스였다. 지난해 부진으로 채태인의 올해 연봉은 5000만원으로 반토박났다. 그는 "잘해야 한다. 절박함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 내년에는 연봉이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채태인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시즌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연봉은 갑절 이상 뛰어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