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올 시즌 함께할 외국인 타자 선정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다른 팀들이 대부분 계약을 마친 1월 초까지도 LG의 선택은 베일에 가려졌다. 대신 팬들의 기대감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루크 스캇(36·SK)과 호르헤 칸투(32·두산), 펠릭스 피에(29·한화) 등 화려한 경력의 현직 메이저리거들이 줄지어 국내팀들과 계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LG가 조쉬 벨(28)의 영입을 발표하자 기대는 원성으로 변했다. 벨의 초라한 경력 탓이었다. 벨은 메이저리그에서 3시즌동안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5, 4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아예 메이저리그 출장 기록이 없었다. 이에 대해 벨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한국야구에서 성공하는 데 필수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결과는 시즌이 시작돼야 알 수 있겠지만, 벨의 자신감이 설득력이 있게 들리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LG가 영입한 외국인 타자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첫해 LG는 메이저리그 통산 55홈런을 기록한 거포 주니어 펠릭스(47)를 데려왔다. 영입 당시 연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시즌 중반에야 합류한 펠릭스는 첫해 33경기에서 타율 0.293, 6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 홈런 13개를 기록하는 데 그친 데다 불성실한 태도로 시즌 중 퇴출됐다.
LG는 2004년에는 메이저리그 11년 경력의 베테랑 알 마틴(47)을 영입했다. 특히 그는 LG 입단 직전인 2003년 탬파베이 소속으로 100경기에 출전한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빅리그에서만 132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로 경력만 놓고 보면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 중 최고였다. 그해 마틴은 LG의 4번타자를 맡으며 타율 0.291, 홈런 9개 5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후반 어깨부상과 체력 저하로 고전했고, 특히 기대했던 장타가 터지지 않아 중심타자로서는 낙제점이었다. 2005년 루벤 마테오(36)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동안 21홈런, 타율 0.250을 기록한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마테오는 초반부터 국내 무대에 적응에 애를 먹더니 결국 34경기만에 짐을 쌌다.
반면 2008년부터 2년간 LG에서 뛰며 타율 0.338, 홈런 33개를 기록한 로베르트 페타지니(43)는 메이저리그 7시즌 통산 홈런이 12개에 불과했다. 대신 일본 프로야구에서 7시즌 동안 활약하며 홈런 233개를 기록했다. LG 입단 당시 나이가 39살로 기량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아시아 야구에 대한 높은 이해 덕분에 국내 무대에도 쉽게 적응했다. 또 매니 마르티네즈(44)와 이지 알칸트라(41) 등도 메이저리그 경력은 보잘 것 없었지만 국내에서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김기태 LG 감독은 벨을 영입하면서 "외국인 선수는 적응이 우선"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역대 LG에서 성공한 외국인 타자들도 경력보다는 적응력이 높은 선수들이었다. 벨은 자신의 강점을 '적응력'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진행 중인 LG의 스프링캠프에서 벨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병규(41) 등 고참 선수들과 자주 대화하며 한국 야구에 대한 연구에도 열심이다. 두부김치와 갈비 등을 즐기며 한식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고 했다. 벨은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다들 편하게 대해주고 있어 적응하는 데 전혀 문제 없다. 스프링캠프 분위기도 최고다"며 "한국 선수들은 매우 열심히 훈련을 한다. 동료들과 함께 팀이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