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은 평소보다 야윈 듯했다. 헤어스타일도 특유의 장발 대신 목 뒤를 드러내는 시원한 커트로 변화를 줬다. 한층 날카로운 인상으로 변신한 홍 감독은 다음달 6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그리스와의 A매치 평가전 명단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를 시도했다.
홍 감독은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그리스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박주영(29·왓포드)의 발탁을 알렸다. 지난해 7월 사령탑 취임 당시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는 선수만 대표팀에 선발한다"고 했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명분 대신 실리를 선택한 결과였다. 홍 감독은 박주영 선발에 대해 "그동안의 기준과는 다른 결정"이라 솔직히 인정한 뒤 "그리스전이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홍 감독에게 박주영은 매력적인 카드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축구대표팀의 주포 겸 리더로 검증을 마쳤기 때문이다.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4개월 여 앞두고 공격진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고민 중인 홍 감독에겐 사실상 마지막 실험 대상이기도 하다.
박주영 또한 대표팀 컴백에 대해 의지를 보여줬다. 겨울이적시장 기간 중 전 소속팀 아스널(잉글랜드)을 떠나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 왓포드로 임대 이적했다. 지난해 가을 홍 감독과 면담하며 "연말까지 아스널 주전 경쟁에 참여한 뒤 (안되면) 팀을 옮기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홍 감독은 "박주영이 새 팀에서도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선수와 통화하며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는 점, 대표팀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34·서울)를 발탁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다. '박지성(33·에인트호번) 복귀 불발에 따른 베테랑 보강'이라는 해석에 대해 홍 감독은 "경기력만을 따져 결정했다"고 선을 그었다. "오른쪽 수비는 대표팀 내 어느 포지션보다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한 홍 감독은 "차두리가 소속팀 겨울훈련 기간 중 경기력을 충분히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따라 선발했다. 기존 주전 이용(28·울산)과 부상에서 갓 복귀한 김창수(29·부산), 멀티 수비수 황석호(25·산프레체히로시마) 등과 경쟁할 것"이라 설명했다. 차두리의 대표팀 재발탁은 2011년 11월 이후 2년 여 만이다.
홍 감독은 "향후 30명 정도의 선수 풀을 운영할 생각"이라면서 "이들 중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출전 명단과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겠다. 국내파와 해외파의 구분도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