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에 숨은 공격수가 떠올랐다. 슬로베니아 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히랄 엘 아르비 수다니(27·디나모 자그레브). 측면 공격수인 그는 알제리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먼저 그를 맞상대한 '한국인' 정운(25·이스트라)에게 봉쇄법도 들어봤다.
수다니는 소피앙 페굴리(25·발렌시아)가 빠진 알제리에 승리를 안겼다. 알제리는 6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슬로베니아를 2-0으로 꺾었다. 전반 48분 프리킥 상황에서 수다니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헤딩골을 넣었다. 선제골을 넣은 알제리는 후반 사피르 타이데르(22·인터 밀란)의 추가골을 더해 완승을 챙겼다.
사실 알제리 칼끝은 무뎌져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5골을 넣은 이슬람 슬리마니(26·스포르팅 리스본)는 최근 소속팀에서 조커로 분류돼 있다. 여기에 페굴리까지 치통으로 수술을 받아 빠졌다. 그러나 알제리에는 수다니가 있었다.
최근 알제리 공격진에서 수다니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 올 시즌 크로아티아 리그에서 10골을 넣어 득점 4위에 올라있다. 10골 중 9골이 선제골일 정도로 골 순도도 높다. 그는 최근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화제가 됐던 '발칸의 메시' 알렌 할릴로비치(18)를 벤치로 밀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수다니를 괴롭힌 한국인이 있다. 지난달 8일 수다니의 소속팀 디나모 자그레브는 이스트라를 상대하며 꽤나 애를 먹었다. 이스트라에는 리그 정상급 왼쪽 수비수로 꼽히는 정운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운은 올 시즌 라운드 베스트11에서 왼쪽 수비수로 가장 많이 꼽혔다.
6일 전화통화로 만난 정운은 수다니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슬로베니아 전에서 수다니가 득점한 장면을 봤다. 리그에서 그가 보여준 장기를 잘 살린 득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다니는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과 힘이 좋다. 키는 크지 않지만 헤딩도 잘하고 굉장히 빠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다니는 정운에 막혀 애를 먹었다. 경기를 앞두고 디나모 자그레브를 이끄는 조란 마미치 감독도 "이스트라에 정운을 뚫는 것이 관건이다. 할릴로비치와 수다니 중 누굴 투입해 공략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마미치 감독의 선택은 수다니였다.
전반 오른쪽에 배치된 수다니는 정운에 묶여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마미치 감독은 수다니를 정운이 없는 왼쪽 측면으로 옮겼고 거기선 바로 골을 넣었다. 정운은 당시 경기를 떠올리며 "미리 생각하면서 막았다. 그런데 반대로 넘어가더니 골을 넣었다. 분했다"고 아쉬워 했다.
정운은 "수다니는 왼발을 잘 쓴다. 오른쪽에 배치되면 가운데로 파고들며 슈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미리 생각하며 경기했다. 공간을 주지 않고 타이트하게 압박해 길목을 막았다"고 봉쇄법을 설명했다. 이스트라는 수다니에게 실점하며 1-3으로 패했지만 정운의 활약은 빛났다는게 현지의 평가였다.
드라브코 마미치 디나모 자그레브의 사장도 "비록 우리가 이겼지만 정운의 활약은 놀라웠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라고 꼽았을 정도다. 정운은 알제리 대표팀 경기를 보며 칼을 갈고 있다. 그는 "지금 몸상태가 최상으로 올라와 있다. 부상없이 지금 같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언젠가 대표팀에서 찾을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