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역사적인 홈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야구장을 가득 채운 2만2000명의 만원 관중이 한 마음으로 타이거즈의 2014년을 응원했다. KIA는 1일 NC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선발 양현종의 8이닝 무실점 호투와 상대 실책을 틈 타 짜릿한 1-0 승리를 거뒀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첫 KIA의 첫 안타는 안치홍이 기록했고, 결승 득점은 이대형이 올렸다.
이날 챔피언스필드는 붉은색 물결로 넘실됐다. 온라인 티켓 1만 9000장은 일찌감치 동났고, 4시부터 현장에서 판매된 표 3000장도 저녁 8시25분을 기점으로 매진됐다. 허영택(54) KIA 단장은 "새 집에서 새 출발을 한다. KIA가 성적으로 팬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다. 꿈과 희망을 드리고 소통하는 타이거즈가 되겠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홈 개막전은 숨막히는 투수전으로 장식됐다. 양 팀을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 양현종(26·KIA)과 이재학(24·NC)은 8회까지 역투하며 '0의 행진'을 이어갔다.
투혼을 발휘했다. 1선발 양현종은 8이닝 동안 122개를 던지며 5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투구수 122개는 2010년 9월14일 광주 두산전 이후 개인 최다 타이 기록이다. 개인 통산 최다 투구 기록은 2010년 7월21일 광주 삼성전에서 기록한 133개였다.
챔피언스필드 첫 안타는 NC 첫 타자 박민우가 만들었다. 양현종은 1회 초 리드오프 박민우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으나, 이후 3연속 볼을 내줬고 결국 우중간으로 빠지는 3루타를 허용했다. 챔피언스필드의 첫 안타가 장타로 연결된 셈. 그러나 후속 김종호와 이종욱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이호준 마저 범타로 돌려세우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NC 선발 이재학은 4회까지 볼넷 하나만 내주는 등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그러나 투구수가 60개를 넘어선 5회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고, 5회 말 2사 후 안치홍이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이날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7이닝을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그는 마운드를 손민한에게 넘기고 내려왔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양현종과 사이드암 투수 이재학이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둘 모두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0-0으로 맞서던 8회 말 1사 후 이대형은 NC 2루수 박민우가 송구 실책을 저지르는 사이 1루에 안착했다. 이어 김주찬이 우전안타를 쳤고, 발빠른 이대형은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1·3루 타석에는 3번·3루수 이범호. 이범호는 손민한의 2구째를 받아쳤고 타구는 투수 정면을 향했다. 그러나 손민한은 공을 더듬었고 3루 주자 이대형은 홈을 밟는데 성공했다. NC포수 김태군이 블로킹을 했지만, 이대형은 재치있게 왼 발을 홈플레이트에 들이밀었다. 만약 손민한이 제대로 공을 잡았더라면 더블플레이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9회 초 2사 1루. KIA 외인 마무리 투수 어센시오가 NC 마지막 타자 테임즈를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자 챔피언스필드에서는 '남행열차'가 울려퍼졌다. 2만2000여명의 팬들은 일제히 기립해 붉은색 유니폼과 노란색 막대 풍선을 흔들며 목놓아 노래를 불렀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양현종과 이대형이 승리의 주역이었다. 이대형의 탁월한 주루 플레이와 NC의 결정적인 실책이 결승득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차일목 선배의 볼배합이 좋았고, 위기때마다 수비수들이 도와줬다. 개막전을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다. 우리팀을 약체라고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가을야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대형은 "승부처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3루까지 달렸다. KIA에 적응은 다 끝났다. 지금처럼 페이스를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