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외국인 타자의 가세로 더욱 풍성해졌다. 이들은 화끈한 장타력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주목을 받는 선수도 있다. 바로 독특한 수염 스타일을 자랑하는 NC 테임즈(28)와 삼성 나바로(27)가 그렇다.
테임즈는 팀 합류 당시부터 긴 수염을 선보였다. 4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만난 그는 "얼굴이나 헤어 스타일, 수염 등으로 변화를 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털이 워낙 많아서 매일 면도하기 힘들다. 또한 깨끗이 면도하면 뭔가 벌거벗는 느낌이다"고 웃었다.
테임즈는 수장의 허락 속에 독특한 수염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전지훈련에 합류할 때 김경문 감독님께 '수염을 길러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수염은 턱 밑 부분만 유독 길다. '수염이 멋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를 위해 평소 철저하게 관리한다. 그는 "평소 머리를 감듯이 수염 역시 샴푸와 린스를 이용해 자주 씻는다"며 "그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수염이 너무 거칠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이 "정말이냐"며 깜짝 놀랐는데, 곁을 지나가던 에릭도 이를 듣고선 "나도 그렇다"고 답했다.
테임즈의 수염은 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이다. 테임즈가 홈런을 때려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 김태군이 테임즈의 수염을 잡아당기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친다. 테임즈는 "전지훈련 때 김태군과 장난치며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홈런 치고 들어오면 서로 상대를 먼저 찾는다"고 웃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나바로의 수염에 대해선 "너무 깔끔하게 정리했다"며 자신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테임즈에게 국내 선수 중 가장 멋있는 수염을 자랑하는 선수를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롯데 손아섭과 한화 이용규의 콧수염이 멋있다"고 추천했다.
나바로도 팀 스프링캠프 합류 당시 독특한 개성을 자랑했다. 그의 수염은 귀밑부터 턱까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었다. 나바로는 "도미니카인은 보통 수염을 많이 기른다. 야구선수들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구단 관계자는 "나바로가 스스로 '수염을 기르면 섹시해 보인다'고 하더라"며 "1년 정도 기르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자친구가 수염을 좋아해 기른다"고 귀띔했다.
테임즈와 달리 나바로의 수염은 구단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구단에서 염색 및 수염 등에 다소 부정적이다. 평소 선수들의 실력뿐 아니라 인성 및 생활태도를 중시하는 류중일(51) 삼성 감독도 나바로에게 수염 정리를 권했다. 이에 나바로는 해외 전지훈련 당시 한 차례 수염을 정리했다. 이후 국내에 들어온 뒤 또 한 번 수염을 정리했다. 나바로는 최근 수염이 많이 자라자 다시 한 번 수염을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사용하던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국내에 아직 없어 이를 망설이고 있다. 면도기로 유명한 해외의 P사, B사 제품 모두 나바로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해서다.
수염을 떠나 두 선수 모두 현재까지 맹활약하고 있다. 3일까지 테임즈가 27경기에서 타율 0.292 6홈런 19타점, 나바로가 22경기에서 타율 0.286 4홈런 17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