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 리틀야구에 겹경사가 생겼다. 리틀야구 국가대표팀이 세계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예선대회 13세 이하 디비전과 12세 이하 디비전에서 동반 우승하며 나란히 세계대회 출전 티켓을 따냈다. 특히 12세 이하 대표팀은 1984~85년 2년 연속 우승 후 29년 만에 아시아를 제패해 8월 열리는 세계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 출전하게 됐다. 84년에는 송승민(대한야구협회 이사) 민상기(전 LG) 등이 출전했고, 85년 우승 멤버는 김경원(두산 전력분석), 심재학(넥센 코치), 김광현(전 두산), 제임스 리(이승준) 등이 있다.
한국은 30년 가까이 아시아 리틀야구에서 무관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리틀야구에도 관심을 갖고 저변을 넓혀왔다. 리틀야구리그가 700개, 팀은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의 리틀야구는 미국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세계리틀야구연맹은 최소 400개팀 이상의 국가는 실사를 통해 지역예선 없이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 자동 출전 티켓을 부여한다. 일본은 매년 1개팀이 자동 출전했다.
우리는 그동안 번번이 준결승 또는 결승에서 대만에 져 세계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대만은 엔트리에 약간 의문이 있어 왔다. 실제 나이보다 한두 살 많은 선수들이 출전하기도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만 원주민 선수들의 호적이 불명확했다고 한다.
12세 이하 디비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대만과 준결승에서 만나 9-2로 승리해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13세 이하 디비전에서는 우리 대표팀이 올해 처음 출전하고도 그동안 우승을 싹쓸이했던 일본을 꺾고 단번에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룬 결실이라고 본다. 한영관 회장이 2006년 연맹 수장으로 취임했을 당시에 리틀야구팀은 20개 남짓 됐다. 현재는 152개로 늘어났고, 주니어부(13~15세)도 30개팀이나 창단했다.
성동고-고려대를 거쳐 1970년대 초 실업 최강이었던 한일은행에서 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한영관 회장은 리틀야구 발전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고, 거의 모든 국내 대회를 둘러보는 열정을 보여줬다. 국제대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리틀야구대표팀 상비군을 꾸려 4~5년 전부터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보내기도 했다. 또 일본과 정기 교류전, 한국-일본-대만 3개국 친선대회 등으로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적극 투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닌가 싶다.
1960년대 일본의 무라카미 마사노리(난카이)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샌프란시스코)에 진출했다. 대만도 리틀야구에서 성장한 고영걸, 이내발이 70년대 초 신시내티와 입단 계약을 했다. 고영걸과 이내발은 그후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일본프로야구 난카이 호크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최근 국내 아마추어에서 좋은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리틀야구에서 야구의 꿈을 키워가는 선수들이 성년이 될 때는 좋은 재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본지 해설위원·KBO 기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