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동주(38)의 트레이드 요청설에 대한 송일수 감독의 입장은 단호했다. 송 감독은 "선수는 구단과 계약이라는 약속을 했다.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선수가 구단과의 계약을 파기하고자 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송일수 감독은 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이날 불거진 김동주의 트레이드 요청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김동주는 올 시즌 개막 직후 단 한 차례도 1군에 콜업 된 적이 없는 것을 두고 '구단에서 자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판단해 직접 트레이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가 김동주의 FA(프리에이전트) 마지막 해이다. 이에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은 이날 두산의 2군이 있는 이천으로 건너가 김동주와의 면담을 진행했다.
송 감독은 "김동주를 포함한 선수 기용은 감독이 결정하는 부분이다. 물론 책임도 감독이 모두 지는 것"이라면서 "개막 후 2군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에게 김동주의 상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팀에 그가 필요하면 부른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동주를 1군에서 활용하는 데에는 여러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지금 우리 팀의 기용을 살펴보면 김동주를 1군에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주는 올 시즌 퓨처스(2군) 리그에서 43경기에 출장해 3홈런 18타점·타율 0.317(101타수 33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에 잘 나서고 있지 않다. 지난 6월15일 kt전 이후 단 4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다. 4경기 성적도 9타수 2안타로 크게 인상적이지 않다. 더욱 지금의 두산 내야 상황을 보면 김동주의 설 자리는 더욱 작아진다. 김동주의 수비 포지션인 3루 자리엔 이원석과 최주환, 허경민이 나설 수 있다. 김동주의 3루 수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과 최주환과 허경민이 2루수와 유격수, 대주자까지 활용 폭이 넓은 멀티 요원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기운다. 그렇다고 김동주를 1루수로 쓰기에도 마땅치 않다. 1루 자리에는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와 오재일이 있다. 오재원도 1루수로 나설 수 있다. 김동주를 대타나 지명타자로 쓰기 위해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내준다는 것이 두산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최근 두산의 홈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의 외야석에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는 두목곰을 원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일부 두산 팬들이 김동주의 1군 복귀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팬들의 기억속에 김동주는 1998년 OB 베어스(두산 전신)에 입단해 24홈런 89타점·타율 0.265를 기록하고 신인왕을 차지한 후 팀의 중심타자로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목곰'일 수 있다. 하지만, 김동주는 2012년을 기점으로 노쇄하기 시작했고, 장타력도 줄어들었다. 송 감독은 "팬 분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김동주는 지금까지 두산을 이끌어온 슈퍼스타다. 하지만, 지금의 김동주가 예전에 김동주는 아니다"라면서 "김동주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지금 이 시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김동주 뿐 아니라 베테랑인 홍성흔에게도 몇 년이 지나면 이런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들을 향한 당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송 감독은 "팬들이 김동주 한 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두산 베이스 팀 전체를 봐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