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19일 문학 SK전서 12-6으로 승리했다. 이는 두산이 지난 6월19일 이후 약 두 달만에 4위에 복귀하는 값진 승리였다. 이날 선발 등판한 마야가 4⅓이닝 동안 4실점했지만, 구원진이 남은 이닝을 2실점으로 틀어막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정수빈의 프로 데뷔 첫 그랜드슬램이 팀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이날 양 팀 벤치의 표정이 바뀐 결정적인 부분은 선발 투수의 교체 시점이었다. 두산은 결단력있는 모습으로 위기 상황에서 선발 마야를 내리면서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SK는 아쉬운 결정으로 패배를 자초한 꼴이 됐다.
두산은 2-1로 앞선 5회말에 마야가 선발승의 요건을 채우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마야는 선두타자 김성현에게 볼넷을 내준데 이어 최정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맞고 흔들거렸다. 이재원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1루수 칸투의 송구 실책으로 2루 주자였던 최정도 3루를 찍고 홈을 통과했다.
순식간에 리드를 빼앗긴 마야는 후속 박정권에게마저 우전 안타를 내주면서 위태로워 보였다. 이미 투구수는 107개로 국내 데뷔 후 최다를 기록 중이었다. 공에 힘이 떨어질만 했다.
결국 투수 교체를 위해 이광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고, 마야는 강력하게 더 던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두산 벤치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마야를 대신해 구원 등판한 오현택이 후속타를 맞고 1실점 했지만, 더 이상의 위기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SK는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결과를 냈다. 5회까지 2실점으로 호투하던 SK 선발 밴와트가 6회에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우익수 방면 안타를 허용한 그는 홍성흔의 좌전안타와 양의지 볼넷 출루로 1사 만루에 몰렸다. 대타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앞서 홈런을 허용했던 김재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밀어내기로 1실점했다.
SK 불펜에서는 전유수가 몸을 풀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SK 벤치에서도 투수교체 의향을 묻기 위해 코치진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밴와트는 '더 던지겠다. 괜찮다'는 뜻을 전달했고, SK 벤치는 이를 수용하고 그를 그대로 마운드에 뒀다.
이는 독이 됐다. 밴와트는 이어진 2사 만루 정수빈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이는 정수빈의 2009년 프로 데뷔 첫 만루포로 그가 홈런을 많이 때려내는 타자가 아니었음에도, 힘 떨어진 밴와트의 공이 치기 좋게 높은 코스로 들어오면서 아치를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밴와트가 후속 민병헌에게 마저 볼넷을 내주자 SK벤치는 그제서야 마운드를 교체했다.
하지만, 이미 점수는 4-7까지 벌어진 상황이었다. 두산 벤치에는 '승리의 희망'이 감돌았고, SK 선수단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차명석 MBC SPORTS+ 해설위원은 "투수들은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 마운드에서 내려가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충분히 욕심을 부릴 수 있다"면서 "그럴때 벤치가 결단력있는 모습으로 움직여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