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이 끝나갈 무렵 잠실구장에는 '서울의 찬가'가 울려퍼졌다. 관중들은 목 놓아 '무적 LG'를 외쳤다. 12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시리즈 승리.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3차전 패배는 '약'이 됐다. 25일 준PO 4차전을 앞둔 LG 선수들은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냈다. 5차전을 위해 마산행 버스에 몸을 싣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LG 선수들은 경기 시작부터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1회 3루수 손주인은 몸을 날리는 수비로 모창민의 타구를 걷어냈다. 2회 이진영은 선두 타자 이호준의 어려운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잡아냈다. 선발 류제국은 호수비 속에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틴 그는 PS 첫 승을 따내며 힘을 보탰다.
3차전에서 잠시 주춤했던 타선은 다시 불 타올랐다. 중심에는 4번 타자 이병규가 있었다. 이날 4타수 4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공격을 이끌었다. 두 번째 타석에 때려낸 2타점 3루타는 결승타가 됐다. 여기에 이번 시리즈의 대세 최경철은 멀티 히트로 도왔다. 8-3으로 앞선 7회 최경철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1루에서 두 팔을 번쩍 들었다. PO 진출을 확정짓는 승리의 세리머니였다.
가장 큰 수확은 오지환의 부활. 오지환은 준PO 1~3차전에서 타격 부진에 빠졌다. 3차전에서는 중요한 순간 번트를 실패해 비난을 받았다. 양상문 LG 감독은 4차전에서 오지환을 7번 타순으로 내렸다. 2번에는 김용의가 배치됐다. 배려 속에서 오지환의 활약을 기대했다. 오지환은 양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6-3으로 앞선 7회 무사 만루 기회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오지환의 부활은 PO를 앞둔 LG에게 큰 수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LG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PO 진출의 원동력이어다. 잠실구장의 유광점퍼 물결은 LG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아직 유광점퍼를 벗으면 안된다. LG는 이제 넥센이 기다리고 있는 목동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