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27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에서 첼시와 1-1로 비겼다. 맨유는 3승 4무 2패를 기록하며 승점 13을 확보해 8위를 유지했다. 첼시는 9경기 무패(7승 2무)를 이어갔지만 상승세가 주춤했다.
무리뉴 감독은 1996년 보비 롭슨 당시 바르셀로나 감독의 눈에 띄어 통역 겸 테크니컬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롭슨 감독이 팀을 떠난 후에도 판 할 감독을 보좌하며 지도자로 경험을 쌓았다. 무리뉴 감독은 항상 "판 할에게 승리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존경심을 표현해 왔다. 판 할 감독 역시 "무리뉴는 스스로 큰 명장이다"고 화답했다.
이날 무승부로 무리뉴 감독은 판 할 감독과 상대 전적에서 1승 1무로 우위를 지켰다. 지난 2010년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이끌고 판 할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꺾은 기억이 있다.
◇선발=왼발 군단 맨유와 드록신의 첫 선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악재가 겹쳤다. 선발이 예고됐던 라다멜 팔카오(28)가 빠졌다. 팀 훈련에서 동료에게 차이며 다쳤다. 교체 명단에서도 완전히 제외됐다. "투톱을 쓰겠다"고 말했던 루이스 판 할(63) 감독의 구상도 흔들렸다. 웨인 루니(29)도 퇴장 징계로 나올 수가 없었다. 판 할 감독은 아드낭 야누자이(19)를 먼저 냈다.
맨유는 전체적으로 4-1-4-1 전형으로 나왔다. 포백은 루크 쇼(19)와 마르코스 로호(24), 크리스 스몰링(25), 하파엘(24)로 구성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달레이 블린트(24)가 섰고, 2선 미드필더에는 앙헬 디 마리아(27)와 마루앙 펠라이니(27), 후안 마타(26), 야누자이가 선발로 낙점 받았다. 최전방에는 로빈 판 페르시(31)가 나섰다. 총 7명의 왼발잡이로 구성된 이색적인 명단이 나왔다.
주제 무리뉴(51) 감독이 이끄는 첼시에서는 디디에 드로그바(36)의 복귀가 눈에 띄었다. 갈라타사라이(터키)에서 이적한 드로그바는 이날 복귀 후 첫 선발경기를 치렀다. 무리뉴 감독은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드로그바를 플레잉 코치로 영입했다. 최전방에 선 드로그바는 부상으로 빠진 디에고 코스타(26)와 로익 레미(27)의 공백을 메웠다.
2선에는 에당 아자르(23)와 오스카르(23), 윌리안(26)이 출전했고, 중앙 미드필더에는 세스크 파브레가스(27)와 네마냐 마티치(26)가 섰다. 포백은 필리페 루이스(29)와 존 테리(34), 게리 케이힐(29),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30)로 이뤄졌다. 골문은 티보 쿠르투와(22)가 지켰다.
◇전반=데 헤아vs쿠르투와 판 할 감독은 디 마리아 시프트로 승부수를 띄웠다. 디 마리아는 오른쪽 날개로 포진해 빠른 크로스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야누자이는 왼쪽에서 공을 운반하는 역할을 했다. 전반전에는 판 할 감독의 구상이 잘 맞아 떨어졌다. 야누자이와 디 마리아가 판 페르시에게 좋은 패스를 찔러줬다.
시작과 함께 왼쪽의 야누자이가 뜨거웠다. 야누자이의 패스에서 시작해 판 페르시와 펠라이니, 디 마이라의 세 차례 슈팅이 이어졌다. 첼시의 몸을 던지는 수비와 쿠르투와의 선방에 골로 이어지진 않았다. 전반 23분에는 판 페르시가 두 차례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야누자이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판 페르시가 쿠르투와 골키퍼와 1대1로 맞섰다. 왼발로 바로 슈팅을 연결했지만, 각을 좁히고 나온 쿠르투와의 선방에 막혔다. 1분 뒤에는 디 마리아의 크로스를 뒷머리로 헤딩 슈팅을 연결했지만 쿠르투와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했다.
첼시는 세트피스와 역습으로 반격을 노렸다. 33분 윌리안이 로호의 공을 가로챈 뒤 역습을 시도했다. 연결된 공격에서 첼시는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이를 파브레가스가 날카롭게 감았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고 그대로 흘렀다. 전반 40분에는 드로그바가 오스카르의 패스를 받아 기회를 잡았다. 이바노비치가 찌른 공을 로호가 머리로 걷어내려했지만, 뒤로 흘렀다. 이를 잡은 오스카르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45도 각대로 뒤로 내줬다. 드로그바가 달려오면서 슈팅을 날렸지만 데 헤아의 선방에 막혔다.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스페인) 출신 골키퍼들의 선방 행진에 전반은 득점 없이 0-0으로 마쳐야 했다.
◇후반=돌아온 드록신과 판 할의 뚝심
무리뉴 감독은 원정에서 세트피스와 빠른 역습에 무게를 뒀다. 판 할 감독이 던진 승부수를 단단한 방패로 막은 뒤 확실한 기회를 노렸다. 후반 초반 이 승부수가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전반 내내 부진하던 드로그바가 균형을 깼다. 후반 6분 아자르가 드로그바와 2대1 패스로 골키퍼와 맞서는 장면을 연출했다. 아자르의 슈팅은 데 헤아가 선방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날아온 드로그바의 헤딩 슈팅은 막지 못했다. 후반 7분 드로그바는 가까운 쪽 포스트로 뛰며 수비수 하파엘을 따돌렸다. 이어 파브레가스의 코너킥을 머리로 돌려놔 선제골을 꽂았다. 무려 2년 7개월 만에 EPL에서 나온 골이었다.
골을 내준 뒤 맨유는 실책을 연발했다. 전반 블린트에서 나가는 패스가 좋았지만 이 라인이 끊겼다. 첼시는 전방에서 강한 압박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15분에는 윌리안이 루이스의 패스를 받아 돌파 후 중거리 슈팅으로 맨유의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23분 두 감독은 동시에 선수구성에 변화를 줬다. 무리뉴 감독은 오스카르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27)을 투입했다. 안정을 더하기 위한 전술 변화다. 이에 판 할 감독은 제임스 윌슨(19)을 넣었다. 마타를 빼고 공격수 윌슨을 넣으며 공격에 무게감을 더했다.
맨유는 판 페르시를 중심으로 반격에 나섰다. 후반 34분 판 페르시가 야누자이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쿠르트와가 발을 쭉 뻗어 막아냈다. 35분에는 하파엘의 크로스를 윌슨이 머리로 돌려놨지만 윗그물에 떨어졌다.
무리뉴 감독은 수비적인 교체를 이어가며 승리를 지키려 했다. 이게 패착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순간 맨유가 첼시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패배 위기를 넘어섰다. 후반 49분 이바노비치가 왼쪽 측면에서 반칙을 범하며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디 마리아가 감아준 프리킥은 펠라이니의 헤딩 슈팅으로 이어졌다. 이를 쿠르투와가 막았지만, 공이 판 페르시 앞으로 흘렀다.
판 페르시는 강한 왼발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방 쇼를 펼치던 쿠르투와도 이 슈팅은 막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이 수비 강화를 위해 투입한 쿠르 주마(20)가 판 페르시를 놓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판 할 감독은 선수교체 카드를 1장 만 쓰는 뚝심을 보였다. 선발로 기용한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였고 이들이 해결했다.